이발·미용 무료 봉사하는 김부현씨

누굴 위해 지갑에서 1000원 조차 꺼내기 쉽지 않은 게 요즈음이다. 더구나 시간을 투자해 좋은 일 하기란 더욱 어렵다. 뭔가 생기는 것이 없다면 선뜻 나설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나 주변을 가만가만 살펴보면 기분 좋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노인들 머리를 다듬어 주기 위해 다리품을 팔며 연락처가 까맣게 박힌 명함까지 돌리는 김부현(64·풍덕천동)씨는 소외시설 곳곳을 다니면서 ‘나눔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김씨는 신나고 즐겁게 대가 없이 다닌다. 흰 가운과 커트 전문 가위 2개, 종류별 빗 3개 정도, 물을 채운 분무기를 챙긴 후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특별히 구입한 12인승 승합차 트렁크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군것질거리인 초콜릿과 껌을 싣고 떠날 채비를 마친다.

수첩에 적힌 일정에 따라 떠나는 마음은 ‘룰루랄라’ 가볍기만 하다. 50km 이상을 달려도 그의 머리 손질이 필요하다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 김씨가 들고 다니는 이·미용가방을 펼쳐 보였다.
“요사이 사회 이런저런 사정으로 불신이 커졌어요. 봉사하는 사람의 소재를 분명히 밝히면 신뢰를 줄 수 있을 것 같아 명함을 새기고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알렸죠.”

김씨 홍보 전략이다. 명함을 보고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연락이 오면 이·미용 봉사를 간다. 그렇게 작은 나눔이 벌써 10년 째 계속되고 있다. 잠깐 뉴질랜드, 호주에 거주할 때도 외국에서 이·미용 무료봉사를 펼치며 쉬지 않는다. 그는 한 달 평균 30여 명의 머리를 손질한다.

“괜히 퉁퉁거리던 할머니도 머리 자르고 나면 거울 보면서 싱글벙글, 기분이 좋아졌는지 고새 자신의 모습 보면서 즐거워해요.”

그의 손길이 닿으면 ‘행복 전염병’에 심하게 중독된다. 하지만 그만큼 김씨의 하루는 바쁘다.

노인들을 직접 안거나, 업어 옮겨서 이발할 때도 허다하고 장거리 운전까지 하려면 체력 관리는 필수다. 매일 새벽 여성회관 스포츠센터에서 수영을 하고 헤어디자이너 자격증 공부도 열심이다.

“건강한 삶을 유지해야 피곤해서 일 못하는 경우가 드물겠죠. 나이에 구애 받아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하는 생활이 아름다운 거잖아요.”

김씨는 지난해 9월 여성회관에서 실시하는 헤어디자이너 자격증반 수료를 마치고 지금은 25일에 치룰 실기시험 공부가 한창이다.

“미를 표현하는데 아무렇게 하면 되겠어요? 13명 중에 남자 노인네 저 하나였지만 기술을 갖추기 위해 열심히 배웠죠. 봉사활동이라도 그 분야에 대해서 관심 갖고 연구해야죠. 이제는 펌도 가능해요.”

시원한 웃음소리에 인정이 새어 나온다.

“나이 든 사람이 이렇게 다니니까 다들 궁금해 해요. 외국은 취업할 때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라고 먼저 물어요. 하지만 여기는 나이부터 보는데 나이 든 사람의 다양한 재능을 개발해 잘 활용하면 사회 기여도가 크다고 생각해요.”

김씨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일을 소중하게 여긴다. 그가 봉사를 시작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아무리 가져도 만족하지 못하죠. (이 세상에) 올 때나 갈 때나 똑같건만…자기가 형편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은 조금씩 환원하면 이 힘든 세상 더 밝아지지 않을까.”

▲ 김씨는 먼 곳까지 봉사활동을 가기 위해 2년 전 12인승 차량을 구입했다.

그는 화성시 정남면 음양리에 소재한 양지 나눔의 집도 10년 째 운영하고 있다. 위탁 받은 노인은 물론 소외된 이웃도 보살핀다. 그가 이렇게 마음 놓고 이웃에 정을 베풀 수 있었던 것 역시 가족의 힘이다.

“하는 일에 용기를 주고 긍정적으로 지원해 주고 종교도 힘이 되고 있어요.”

행여나 돈이라도 손에 쥐어주면 테이블 위에 살짝 올려놓고 나온다는 김씨는 이웃과 함께 웃으면서 따뜻한 밥 한 끼 같이 먹으면 즐겁다.

“봉사의 길은 많지만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을 만나 사랑을 나누며‘고맙다’는 인사를 서로 건넬 수 있어야 한다”는 이·미용 무료 봉사자 김씨. 그의 나눔 바이러스는 이웃에 대한 사랑을 몹시 앓게 하는 강한 균을 전파한다.

이발,미용 무료 봉사 031)265-1506, 011-268-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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