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8월, S전자에 다니던 30대 젊은이 5명이 다른 뜻을 품고 뭉쳤다. 세계 최고기업이자 직장인이라면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 곳에 이들은 겁 없이 사표를 던졌다. 당연히 가족들의 반대는 심했다. 사업이란 게 2명이 동업을 해도 어려운 건데 과연 5명이 한 길로 갈 수 있을까. 주위 사람들 역시 의아함과 못미더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각자 출자금 5천만원을 마련하고 나머진 은행에서 대출 받아 용인시 처인구 호동 끝자락 외진 곳에 작은 연구동을 세웠다.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 국내 전기전자 시험 측정분야 최고의 전문기관으로 우뚝 선 ㈜씨티케이(CTK Co, Ltd.) 신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당시는 국가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통제가 막 시작되던 시절이었어요. 여기저기서 정리해고 되는 마당에 스스로 나가겠다니까 눈치도 안 보였죠. 퇴직 위로금까지 받고 부담없이 새로운 길을 열었어요. 물론 창업은 어려운 과정이었고 동시에 두려운 일이었지만.” ㈜씨티케이 형재성(53·사진) 대표이사의 당시 회고다.

S전자 출신 30대 젊은이 5명의 겁 없는 도전 

씨티케이 전경

㈜씨티케이는 전기전자 산업의 기반을 구성하는 제품, 부품, 소재 등 개발품에 대해 성능평가, 환경시험, 전기안전시험, 일반의뢰 검사 시험, 에너지효율, 전자파 등의 다양한 시험을 하는 국내 공인 시험소다. 당연히 정확한 품질시험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신뢰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종이다. 사업분야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가장 큰 영역은 전자파센터이다. 전자파가 우리 몸에 해롭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규격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씨티케이는 지난 2011년 본사에 10M 챔버와 연구 5동 등 세계적 규모의 전자파시험소를 준공해 다양한 규격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기안전센터도 주요 사업 영역이다. 감전과 화재, 폭발 등 위험요소로부터 손상이나 피해를 방지하는 일은 꽤 중요하다. 따라서 전기안전센터는 세계 주요 수출시장의 국가별 안전 규격을 시험 할 수 있는 각종 설비를 보유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무선통신센터 역시 무선제품 급증에 따라 바빠진 분야이다. 휴대폰, 와이파이 기기 등 주파수의 적정성이 제품 품질을 결정짓는 만큼 첨단 측정기기와 숙련된 기술력에 의해 시험업무가 수행되고 있다. 또 한 분야는 환경 유해물질 분석센터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사업 영역이다. 유해 중금속, 난연제, 석면‧포름알데히드‧PVC‧오존층 파괴물질 등 환경관련 전 분야를 우수한 전문 인력과 최신 시험설비를 가동해 공정시험을 한다. 성남시 분당에 별도의 공간에서 이뤄진다. 

현재 국가공인 시험기관에서 세계적인 시험기관으로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특히 2008년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폐기물분석 전문기관(PCBs분야) 인정획득으로 잔류성 유기오염 물질 전반을 공정시험하고 있다.

10M 챔버 등 세계적 규모
전자파시험소로 시장 지배

이처럼 핵심 4개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이들이 바로 공동창업자들이다. 형재성 대표이사는  조직을 총괄한다. 대주주 또는 전문경영인 한 사람이 이끄는 대개의 회사와 달리 집단 리더십을 유지하면서도 별 탈은 없을까. “밖에선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하죠. 왜 없겠어요. 시행착오도 거쳤죠. 소소한 갈등도 있었고요. 조직은 기본적으로 생성기에서 성장기를 거쳐 갈등기가 있기 마련이죠.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집단지성으로 자연스레 조정기를 거쳐 재도약기로 접어드는 것이 정상적인 회사의 성장경로라고 생각해요.”

형재성 대표이사의 경영 노하우는 우선 긴 안목이다. “결단력, 탁월한 리더십,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한 성공스토리는 흔하지만 가려진 실패담은 눈 여겨 보질 않아요. 전 관심있게 봐요. 성공은 실패가 실패로 끝지지 않도록 하는 경험과 그 교훈이 핵심이죠. 짧은 시간 내 성공? 거기엔 분명 놓친 것이나 잃는 게 있게 마련이거든요. 긴 호흡으로 천천히 앞으로 나가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제 회사가 초반부터 잘 나갈 때 코스닥 등록이나 회사를 비싼 가격에 매각하라는 권유가 적지 않았다. 그때마다 단호히 말했다. “한 몫 챙겨서 뭐 할 건데?” 형재성 대표이사의 가치경영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많은 숙련된 인력을 키워 기술력을 확보하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고객의 동반자인 기업의 역할이며 사회적 책임이라는 소신이다. 또 하나 안정적 성장의 비결은 투명경영이다. 매월 매출과 영업이익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 인성과 인센티브를 확실히 보장한다. 동기부여는 물론 애사심을 키우는 당근이다.  

반면 강력한 영업조직을 가동하는 동종업계 경쟁사들과는 달리 ㈜ 씨티케이는 그것이 없다. 영업실적에 대한 카운팅도 하질 않는다. 그럼에도 회사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 운학동에 핵심공간인 새로운 10M 챔버를 짓고 있다. 이 회사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이상할 정도로 이직률이 낮다는 점이다.

‘일 잘하는구먼. 씨티케이 출신인가?’

경안천의 발원지에 가까운 문수봉 자락의 외진 공간, 특별히 높지 않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퇴사하려는 직원들이 거의 없단다. 어떤 흡입력 때문일까. “늘 얘기합니다. 여러분이  ㈜ 씨티케이에 1년 근무하면 3년 경력을 쌓는 것이고, 3년 근무하면 10년 경력을 쌓는 것이라고요. 구두선으론 안 되죠. 다양한 교육기회를 마련하고 선후임 직원 간 업무와 기능에 관한 능력을 키우도록 환경을 조성합니다.”

교육에 대한 강한 신념은 우연한 계기를 통해 더욱 굳어졌다. 언젠가 CEO들이 모인 자리에서 형 대표이사는 큰 자극을 받았다. “누군가 말했어요. ‘직원 교육 잘 시키면 잘 받은 사람들이 배신 때리고 나간다. 차라리 멍청한 친구들과 오래 일하는 게 낫다’고요. 그러자 다른 한 분이 이렇게 반론을 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은 최고책임자의 숙명이다. 잘 숙련된 사람은 회사는 나가도 국가 발전에 기여할 것이고, 그가 어디 출신이라 하면 결국 전직 회사가 빛나는 것 아닌가’라고요. 신선한 충격이었죠.”

형 대표이사는 경력사원을 뽑기보단 신입사원을 뽑아 열심히 단련시킨다. 그가 어디에 있든 듣고 싶은 말은 하나다. ‘일 잘하는구먼. 씨티케이 출신인가?’

20여 년간 회사는 꾸준히 성장해 직원도 100명이 넘어섰다. 연매출 100억의 중기 목표도 이뤘다. 동종업계 회사들이 많고 경쟁이 치열하지만 상위 ‘빅5’에 들 정도로 회사의 사세도 안정적이다. 최근엔 환경과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업영역도 먹거리 및 잔류 농약 검사 등으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 한 마디로 잘 나가고 있다.

형재성 대표이사에게 남은 꿈을 물었다. 대답이 좀 싱겁다. “불만있는 조직을 만드는 겁니다. 바뀌어야 할 것이 있다는 생각은 미래와 희망을 만드는 동력이죠. 만족하는 조직이 제일 무서워요. 하하.” 예의 편안하고 소탈한 웃음을 날리는 그에게서 회사의 밝은 미래가 보인다.

형재성 대표이사의 어록
1. 최고의 복지는 실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실력은 선택의 폭을 넓혀 준다. 더 많은 기회를 준다. 우리 회사가 아니어도 좋다. 이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자리면 된다. 그래서 나는 교육을 중시한다.

2. 가늘고 길게 가는 길이 좋다. 흔히 둘 중 하나를 선택해보라고 말한다. 굵고 짧게? 아니면 얇고 길게? 나는 후자다. 급함에는 생략이 있다. 더 큰 이면을 보지 않으려 하거나 가리게 된다. 인생은 양면을 다 보면서 쌓여가는 것이고 고쳐가며 완성해가는 것이다.

3. 나누면 더 채워진다. 우리 회사는 영업이익에 대한 인센티브 원칙이 있다. 1/4은 주주 지분이다. 2/4는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 그리고 1/4은 직원 몫이다. 결과를 보니 중소기업치곤  많은 액수를 직원들이 얻는다. 물론 회사도 더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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