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해를 넘기는 지금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지난날을 돌아보고 올 날을 내다보며 마무리와 준비, 계획으로 분주한 때입니다. 실패와 성공, 후회와 보람, 절망과 희망, 아픔과 기쁨이 더 또렷이 무늬를 드러내는 때이기도 합니다.그러다 보니 변화의 욕구와 필요가 절실하게 다가오는 때이기도 하고 사회와 시대의 흐름, 즉 트렌드를 읽으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집중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지금 우리는 문화의 시대, 로컬의 시대, 자율의 시대에 살고 있나요? 아니라고 답할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트렌드는 그렇습니다. 트렌드는 늘 변화의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여러 교육 중 용인형 마을자치학교가 있다. 마을에서 사람들을 모아 신청하면 찾아와서 워크숍 형식으로 4회차 교육을 진행해준다. 처음에는 마을을 자치적으로 운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인적·물적 자원이 뒷받침된 상태에서 마을 사람들이 모이고 움직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기에 자치적인 운영이 다소 생소했다. 자치학교 차수가 진행될수록 참석자들의 고정관념은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마을의 장단점에 대해 생각이 많았고, 애정 또한 누구 하나 뒤지지 않았다. 마을의 주인공은 바로 ‘
필자가 마을자치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경기도 공모사업으로 마을자치를 준비하는 주민 모임, 일명 ‘동천동주민자치준비단’에 합류해 함께 공부하고 활동하게 된 데 있다.스위스 같은 우리나라보다 민주주의가 먼저 발달한 나라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민주주의 형태로 주민총회를 열고, 주민 투표에 의해 마을 사업 우선순위를 정하고 예산 배분 후 사업을 실행해 나가는 마을 자치가 자리 잡은 지 오래였다.수많은 시민이 광장에 모여 자신들이 사는 마을을 위해 중요한 결정을 직접 거수로 투표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감사의 한자어는 느낄 감(感)과 사례할 사(謝)이다. 마음의 고마운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감사를 느끼기만 하고 표현하지 않으면 온전한 감사가 아니다.다양한 자원봉사 활동과 이웃사랑을 실천으로 아름다운 마을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봉사단체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기흥구 서천동 서그내마을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지역봉사단체 ‘SK모아봉사회’(회장 이옥경)이다.2021년 5월에 발족한 SK모아봉사회(전 부녀회와 동호회가 모여서 운영)는 ‘함께
어린 시절 ‘기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불우이웃 돕기 행사’나 연말연시 ‘모금함’처럼 돈이나 물품으로 하는 활동이 전부였던 것 같다. 그때는 지금 같은 기부문화가 자리 잡기 전이라 기부는 큰 기업이나 유명인 혹은 부자들이 베푸는 시혜라는 인식이 있었다.20대가 되고 나서 기부에 대해 생각이 바뀐 계기가 있었는데, 내가 일하던 노인복지관에 소액이지만 해마다 금일봉을 놓고 가던 익명의 기부자가 있었다. 또박또박 쓴 손 편지에는 ‘젊은 시절 돈을 훔친 죄책감으로 남몰래 기부하기 시작했고, 하다 보니 남을 돕는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이우생활공동체는 생활 기반으로 함께 돕고 배우고 나누는 일상을 추구하는 모임입니다. 쓰레기를 줄이는 삶을 살기 위해 오래전부터 경험이나 지식, 시간 등 다양한 것을 공유하고 나누어왔습니다.달리 말하자면 삶에 녹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여러 가지 활동으로 사부작사부작할 수 있는 만큼 내 삶의 변화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단체입니다.많은 활동과 실천이 있지만 특히, 수년째 진행하고 있는 복지관 반찬 나눔입니다. 매달 새로운 분들이 반찬을 만들러 올 때 여유로운 양념이나 주재료를 가지고 와서 나눔을 실천합니다.그럴 때마다 탄생하는 어디에서도
“밥은 드셨어요?” “언제 밥 한번 먹어요” 자주 하는 말 가운데 하나다. 필자 역시 자주 쓰는 말이기도 하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걸까?엄마가 차려 주었던 밥, 친구와 이웃과 같이 먹었던 무수한 밥, 내가 아이들과 남편을 위해서 차리는 밥도 있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살리는 첫걸음이다.그래서 엄마에게 들었던 “때 거르지 말고 밥은 먹어야지”라는 말을 엄마가 된 나 역시 우리 아이들에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엄마가 내게 하셨던 말의 의미를 더 깊이 느끼고, 그 많은 밥을 해주신 엄마에게 고마움과 함께 사랑을 더욱 체감하게
우리는 역사나 문화, 소외된 가치를 재발견하는 기록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최근 관공서나 단체가 주도하는 기록 활동이 늘어나고 있고, 이런 아카이브가 없다면 인류의 문명은 성공과 실패를 제대로 배우기 어렵습니다.기록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기록한 것을 일정한 장소에 보관만 하는 것은 생명력이 떨어집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인데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보존만 한다면 기록의 정체성은 반쪽이 아닐까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좀 더 많은 대중에게 기록을 공유하고, 토의할 기회를 만들고, 기록 내용을 숙성시키는 과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용인시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마을자원 조사 프로젝트가 처인구 백암 원삼 남사 이동 양지 포곡 모현 등 7개 읍면동에서 진행되었습니다. 5월 한 달 마을기록 및 아카이빙과 관련해 교육을 받은 8명의 조사원은 해당 지역의 자연·문화·역사자원과 마을공동체 등을 직접 방문, 조사를 마쳤습니다.개인적으로 다른 지역에서 기억수집가 활동 경험이 있지만 용인으로 이주한 지 4년 차, 그나마 코로나19 이전에 이사와 첫해 집 가까운 곳을 매일 걸어 다니며 기웃거린 게 전부이니 죽전과 수지, 탄천을 벗어나면 용인은 여전히 새로움이
‘학습’이란 말 그대로 배우고 익힌다는 뜻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한다. 사실 그렇다. 우리가 살아가는 매일이 새롭듯이 그 시간 안에 펼쳐지는 일들 또한 늘 새롭기 때문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인간은 그 새로움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배움을 멈출 수 없다.배움을 멈추면 고인 물이 썩듯이 서서히 우리 삶은 생기를 잃어가기 십상이다. 더구나 요즘같이 변화가 급속한 시대에 살면서 요구되는 배움의 양은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이제 평생학습과 재교육은 필수가 되었다.우리나라처럼 교육열이 높은 나라도 드물다. 학교 교육열만의 얘기가 아니
오랜 아파트 생활로 이웃과 다른 사람들 삶에 대한 무관심은 당연한 것처럼 여기던 터라 ‘마을’, ‘마을공동체’란 말을 들으면 낯설고 어렵다는 느낌이 먼저 떠오르곤 했다.그러다 퍼실리테이터 활동을 하며 여러 지역의 마을활동가들을 만날 기회가 늘었다. 마을을 위해 자신의 마음과 시간을 기꺼이 내줄 줄 아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과 그러한 시도와 노력이 활력이 되어 지역에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때마침 용인에서 마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 책을 매개로 동네 공부 모임을 해보자는 제안을 해왔다. 그때만 해도 코로
2021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단체 활동이 제한되던 시기였다. 팬데믹은 용인시 처인구의 돌봉산 아래에 있는 한 마을 공동체에도 영향을 끼쳤다. 약 120세대가 모여 있는 더불어숲 타운하우스. 이곳에선 그동안 계절마다 마을 행사가 조직돼 왔다.더불어숲 타운하우스의 육아 공동체 ‘라이크북’과 ‘마녀회’ 회원들은 용인시 마을공동체사업 지원금을 받아 식목일엔 가로수 심기와 플리마켓, 광복절엔 물총놀이, 가을엔 할로윈 파티. 마을 주민이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요가나 우크렐레, 그림 수업 등을 진행해왔다.그러나 코로나19로 모든 행사가 중지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長村(장촌)마을은 마을이 길어서라는 설도 있고, 예전에 장씨가 많이 살아 장촌마을이라고 했다는 마을 이름의 유래가 전해진다.용인시청에서 자동차로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마을이면서도 산촌에 가까운 농촌마을로 용인 속의 강원도라 할 정도로 경관이 좋은 마을이다.2017년 경기 농촌 현장 포럼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마을공동체나 마을공동체 사업에 대한 인식과 생각을 하는 계기가 이때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마을 일에 봉사하면서 그저 묵묵히 마을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던 인식에서 깨어난 계기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현재, 코로나19로 이웃과 소통이 단절되고 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만남의 자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당연한 듯 지역사회에 퍼져가고 있다.그러다 보니 사회적, 인간적 관계성이 약한 사람들은 더욱 고립된 생활로 이어지고 있으며, 고독과 우울감을 병리적으로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인간은 본래 사람과의 좋은 관계를 가지고 살아갈 때 정서적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끼며 장수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이러한 활동을 선구적으로 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지역민들은 좋은 관계망 속에 정서적으로 안정된 지역사회를
수지구 동천동은 2015년부터 단체 간 협력을 통해 마을이 변화하고 있다. 혼자서 할 수 없는 마을 일을 처음 7개 단체가 모여 제1회 머내마을축제를 만들었다.그 성과를 이어 현재 30여개 단체들이 협력해 크고 작은 마을 일감을 생산하고 있다. 1년 단위 프로젝트로 ‘책 읽는 마을 동천동’, ‘일상속 에코벽’, ‘걸어서 15분 에코마을’이란 주제로 활동을 하기도 한다. 단체 간 협력에서 독서동아리, 단체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관계망이 만들어지면서 또 다른 일감을 생산하고 있다.바쁘게 마을 활동을 하면서 드는
세계적으로 기후 재난이 시작되면서 지속 가능한 삶이 무엇인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2050 탄소중립’이란 용어는 각종 매스컴의 보도로 익숙해졌지만 정작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관심도는 눈에 띄는 변화를 찾기 어렵다. 여전히 지역의 쓰레기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고 있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제로웨이스트’ 문화가 확산되고 있어 반갑다.올해 사회적협동조합 에코컨서번시Y가 참여하고 있는 PET 새활용 프로젝트는 버려지는 쓰레기를 새로운 가치를 가진 생산품으로 바꿀 수 있는 과정을 실험해 보는 프로젝트이다. 최
필자는 12년째 작은도서관 자원활동가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용인시 작은도서관협의회(용도협)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합니다. 용도협은 20곳 남짓한 도서관이 함께 작은도서관 중심의 활동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고, 많은 작은도서관에서 자원활동가들이 자치적으로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혹시 ‘자원활동가’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자원봉사 같긴 한데 다른 건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할 것 같네요. 원래 자원활동이라는 말은 사전이나 규칙 등에 나와 있는 말은 아닙니다. 특히 작은도서관에서 종종 쓰이는 이유는 자원봉사의 희생만을 강
내게 ‘마을활동가’라는 이름은 조금 부담스럽다. 뭔가 사명감도 있어야 할 것 같고, 교통법규 하나도 어기지 않는,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착한 사람들이 자원봉사하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에 그냥 동네 미저리(?) 오지라퍼쯤 되는 것 같다. 자발적으로 마을에서 활동하는 자원활동가 정도일 수도 있겠다.내가 사는 마을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은 조금 특별한 동네다. 행정구역으로는 동천동에 속해 있지만 버젓이 고기동이란 이름도 있고, 여전히 정감 있는 ‘고기리’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넓디 넓은 용인특례시의 서북쪽 끝, 성남과 경계, 예전부터
올 봄에 기흥구 서농동주민자치센터에서 마을공동체 사업 ‘어쩌다 농부’의 하나로 텃밭 가꾸기 추첨이 있었다. 평소 텃밭에 관심이 있던 터라 추첨에 응모했는데, 첫 번째로 당첨이 되어 뛸 듯이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농사일을 전혀 해본 적이 없어서 겁도 났다.텃밭은 집에서 10여 분 거리로 가까워서 다행이었지만, 풀을 뽑고 모종을 심을 두둑을 만드는데 몸살이 날 정도로 며칠이 걸렸다. 4월 중순 경에는 ‘무엇을 심을까?’ 생각하다가 일단 모종을 사러 성남 모란시장에 갔다.모란시장에는 여러 종류의 채소 모종이 있어서 고르기가 어
우리 동네에는 이상한 도서관이 있다. 부엌에서 술을 마시며 책을 읽는 낮술낭독회가 있고, 지하에는 아이들이 뛰놀며 탈 수 있는 코끼리 미끄럼틀이 있다. 다채로운 작물과 식물을 심을 수 있는 텃밭이 있고, 누워서 만화책을 볼 수 있는 골방도 있다. 이 도서관이 어디냐고요? 바로 용인 수지에 있는 느티나무도서관이다. 느티나무도서관에 한 번도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1층에 들어서면 나무로 짜인 책꽂이와 탁 트인 천장과 통유리로 내다보이는 풍경이 이용자를 맞이한다. 2층으로 올라가면 숨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