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사람을 닮았듯, 사람도 산처럼 살아야 한다”

코오롱스포츠·올포유 대표 이규수 산악연맹과 봉사로 지역의 길을 잇다 ​​​​​​​산처럼 묵묵히, 사람처럼 따뜻하게

2025-11-13     임재은 객원기자

용인시 삼가동 대로변에 위치한 코오롱스포츠와 올포유 매장은 2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이규수 회장의 삶의 터전이다. 2008년, 백화점 의류 바이어로 일하던 그는 아웃도어 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해 코오롱스포츠 용인점을 열고, 코오롱 등산학교를 수료하며 본격적으로 산과 인연을 맺었다. “산을 잘 몰라서 배워보려 했던 게 시작이었는데, 산이 오히려 나를 가르쳤습니다.”

그는 매장 운영을 넘어 손님들과 함께 산을 오르며 관계를 이어갔다. ‘코오롱스포츠 용인점 산악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모임은 처음엔 30명 남짓이었지만, 한때는 산행 버스가 다섯 대까지 늘어날 정도로 성장했다. “처음엔 매장을 찾던 분들과 함께 산을 오르며 친분을 쌓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 만남이 점점 깊어졌죠. 산이 사람을 이어주더군요. ”그의 산행에는 언제나 원칙이 있었다. 음주 가무 없이, 깨끗하고 안전한 산행. 그는 “산은 즐기는 곳이지, 떠드는 곳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금도 단골 중에는 17년째 함께 산을 오른 고객들이 있다. “사업도 산행도 결국 신뢰의 길이에요. 사람을 먼저 생각하면 길은 자연히 열립니다.”

코로나의 멈춤, 그러나 산은 여전히 곁에

2020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산악회 활동은 멈췄다. “회원들의 안전이 우선이었습니다. 산행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그는 산을 떠나지 않았다. 단체 산행이 어려워진 대신, 그는 개인 트레킹으로 자연과의 연결을 이어갔다. 네팔 안나푸르나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티베트, 차마고도 등 세계 곳곳을 걸었으며, 내년에는 킬리만자로와 로키산맥 트레킹을 계획 중이다. “고산 트레킹은 겸손을 배우는 시간이에요. 10일을 넘게 걷다 보면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되죠.”

그는 트레킹의 매력을 “성취와 겸손의 공존”이라 말한다. “정상에 닿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울어요. 풍경이 예뻐서가 아니라, 자신이 이겨낸 시간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가 강조하는 건 여전히 ‘안전’이다. “산행의 기본은 동행입니다. 혼자보다 함께, 준비된 상태로, 겸손한 마음으로 오르는 게 진짜 등산이에요.” 코로나의 긴 정지선이 끝난 뒤, 그는 다시 지역 산악문화를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 “잠시 멈춘 것도 결국 더 단단해지기 위한 시간이었어요. 사람들과 다시 산을 오를 날을 기다렸습니다.”

봉사, 스스로의 보람으로 걷는 길

산을 향한 그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봉사로 이어졌다. 2013년 산림보호협회장과 숲사랑연합회장을 맡으며 환경보호 활동을 시작했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용인시 자원봉사단체협의회장을 맡아 지역의 봉사 조직을 이끌었다. 임기 후 협의회에서는 나왔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용인사랑봉사단’을 새롭게 꾸렸다.

현재 봉사단 회원은 15명. 매달 환경정화, 벽화 그리기, 외래식물 제거, 수해 복구 등 지역 곳곳을 다닌다. 전남 진도 수해 때는 수건 한 트럭을 보냈고, 백암·원산 일대 수해 복구 현장에도 달려갔다. 장애인 시설과 연계한 산행 체험은 특히 그에게 남다른 의미였다. “장애인 20명을 초청해 1대1로 짝을 지어 하루를 함께 올랐죠. 그날의 웃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규수 회장은 봉사를 ‘의무’가 아닌 ‘보람의 길’로 본다. “자원봉사는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입니다. 억지로 하면 금방 지치지만, 보람으로 하면 오래갑니다.” 그는 봉사자들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 “예전엔 봉사자를 행사 뒤편에 세웠죠. 이제는 시민이 그 가치를 먼저 알아봐 줍니다. 세상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산악연맹과 유소년, 그리고 지역의 미래

2025년 현재, 이규수 회장은 제10대 용인시산악연맹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기 4년의 첫 해, 그는 연맹을 일반등산, 전문등산, 스포츠클라이밍 세 조직으로 재정비했다. 전문등산위원회에서는 심폐소생술, 응급처치, 독도법, 주마 사용법 등 안전 교육을 강화했고, 스포츠클라이밍위원회는 청소년 선수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건전하고 안전한 산행 문화가 정착돼야 합니다. 등산은 단순히 정상에 오르는 게 아니라 마음의 균형을 찾는 과정이죠.”

그가 가장 공들인 프로젝트는 올해 개관한 용인시스포츠클라이밍장이다. “클라이밍은 전신을 사용하는 운동이에요.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에서 체력과 자신감을 키울 수 있죠.” 현재 어린이집 체험 프로그램, 청소년단 협약, 주민자치연계 프로그램이 차례로 진행 중이다. 내년에는 스피드벽까지 완비될 예정이다. 그는 코오롱스포츠 본사에도 용인 유소년 클라이밍 장학 지원을 꾸준히 제안하고 있다. “유소년 장학제도와 교육 지원을 추진하고 있어요. 내년에는 구체적인 안이 나올 겁니다.”

이규수 회장은 지역 상권과 산악, 봉사를 하나로 엮는 길 위에서 오늘도 묵묵히 걷고 있다. “사업도, 산도, 봉사도 결국 사람을 위한 일입니다. 산처럼 단단하게, 사람처럼 따뜻하게 살아가고 싶어요.”

그는 매장 문을 열며 매일의 하루를 산에 오르는 마음으로 시작한다. “산이 사람을 닮았듯, 사람도 산처럼 살아야 합니다. 느리더라도 묵묵히, 그러나 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