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란 단어는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조심하도록 미리 주의를 주는 것을 말한다. 또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경고는 벌칙 중 하나다. 규칙이나 규범을 어겼다는 것이다. 최근 용인시가 보도자료를 통해 한 민간기관에게 경고를 보냈다. 

임영조
임영조

그 기관은 용인시로부터 운영비 일부를 지원받는 도서관이다. 예산이 들어 가기 때문에 무언가 규칙이나 규범을 어겼거나, 가능성이 높다고 용인시가 판단한 모양이다.

시가 한 차례 보류까지 하면서 보낸 보도자료 내용을 꼼꼼하게 살필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기에 용인시가 경고를 보냈을까. 내용을 정리하면 명료하다. 도서관이 사실관계를 왜곡했으며, 그 기관장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관 본연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우려까지 덧붙였다.

최근 예산 삭감을 두고 말이 많은 수지구 느티나무도서관과 용인시 간에 진실공방을 넘어 얄궂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애초 도서관이 경기도의회를 두고 삭감된 예산을 복원해 달라는 일종의 청원이 돌아 둘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였다. 용인시는 경기도의회가 도서관 예산 삭감에 나서자 불가피하게 예산 지원을 하지 못하는 입장이 됐다. 도서관이 예산 삭감 이유를 묻고 복원을 요청한 대상은 용인시가 아니라 경기도의회라는 것을 재차 언급한 셈이다.

하지만 경기도의회 지역 도의원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입장을 취했다. 도서관에 이를 물어도, 용인시에 이유를 물어도, 하물며 <용인시민신문>이 해당 도의원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도 당최 통화가 힘들었다. 그러는 사이 이 문제 해결 전면에 용인시가 나섰다. 그 첫 번째 해결책으로 꺼낸 것이 경고였다. 시가 꺼낸 방법은 해결책이라기보다 더 이상 문제 삼지 말라는 그야말로 경고 성격이 더 짙다. 지금까지 용인시가 공식으로 보낸 보도자료 중 내용에 ‘경고’란 용어가 들어가는 것은 드물다.

시민이 즐겨 찾는 민간시설에 대해 경고를 한다는 것은 더더욱 드물다. 용인시가 일반적이지 않은 용어까지 꺼내들면서 도서관과 전면전에 나선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보도자료 내용도 충분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용인시가 왜 보도자료를 배포했는지 그 이유부터 이해가 되지 않는다 .

시는 느티나무도서관 관장의 행보가 매우 정치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경기도의회가 예산 삭감한 명분을 찾으려 한듯하다. 관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를 이유로 예산을 삭감하는게 옳은 것인가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 특히 경기도의회가 아닌 용인시가 이 부분을 왜 언급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시민을 이해시켜야 할 것이다.

도서관 측은 용인시가 낸 보도자료에 유감을 표하며 용인시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배포한 보도자료에 대해 즉시, 사과를 담은 정정 보도를 해줄 것을 요구했다. 용인시가 낸 보도자료를 두고 사과를 담은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것도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두 기관 입장차는 크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진실게임 수준이 아니다. 또 다른 기운이 내막을 가리고 있다. 정치 음해 그리고 공권력 남용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용인시는 경고를 했고 도서관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애초 예산 삭감 주체인 경기도의회는 어느새 빠져 있고, 용인시와 도서관만 남이 있다. 이들 둘 간에는 이번 사안과 크게 상관없는 운영비 예산 지원과 정치적 중립을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문제 해결의 가장 손 쉬운 방법은 문제를 출제한 사람이 푸는 것이다. 그럼에도 답을 찾지 못한다면 문제가 잘못된 것이다. 느티나무도서관과 용인시가 엉뚱하게 펼치고 있는 진실공방을 해결하는 방법은 경기도의회 해당의원이 나서는 것이다. 그럼에도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 상황에 뭔가 큰 문제가 있다. 처음으로 되돌아가 문제 출제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용인시도 어중간하게 개입하는 모양새에서 벗어야 한다.

시가 행정력을 동원해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용인시 입장이며, 이는 곧 시민 예산이 들어갔다는 의미다. 용인시가 사립공공도서관에 경고하고 있는 사이 시민은 용인시에 경고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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