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조 기자
임영조 기자

예산을 두고 쉽게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있다. 수지구에 자리한 느티나무도서관이다. 경기도의회가 지난해 12월 사립공공도서관 운영지원금을 삭감했단다.

이 도서관은 경기도로부터 1500만 원 용인시로부터 3500만 원을 지원받아왔다. 시도 협력사업인 관계로 도 예산이 중단되면 시 예산도 지원 근거가 사라진다. 전액 삭감이 되는 것이다.

민관에 공공예산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분명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느티나무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시와 도는 기여도와 활동에서 명분을 찾았을 것이다. 행정기관이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을 민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나서 다수 시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니 공공성은 충분했을 것이다.

최근 나온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느티나무도서관을 찾은 이용자는 4만 2300명을 넘는다. 대출 건수도 6만 7400권에 이른다. 용인시가 지난해 예산 7억 원을 들여 운영한 희망도서 바로대출제를 이용한 시민 3만 3300여 명, 4만 8400여 권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 수치다. 공공성을 뒷받침하는 셈이다.

기존 도서관이 접근하지 못한 다양한 사업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현안에도 눈 감지 않고 시민이 참여해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문을 열기도 했다.

1999년 이후 20년 넘도록 느티나무도서관이 걸어온 길은 대한민국 사립도서관이 걸어온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이 이용자뿐 아니라 많은 시민으로부터 스며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산은 어떤 일을 하는데 필요한 돈을 미리 계산해 둔 것을 말한다. 화수분이 있지 않은 이상 계획부터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 시기성은 물론이고 형평성까지 다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 예산이야 두말할 나위 없다. 특정 집단에 한정되거나 시급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업을 무분별하게 추진하게 되면 시민 불편은 많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산 책정은 행정기관 단독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과정에 시민 의견이 충분히 스며들어야 할 뿐 아니라 의회 심의도 상당히 꼼꼼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무책임하거나 때론 불온한 목적으로 접근해 만든 예산은 ‘눈먼 돈’, ‘선심성’이라는 부정 의미로 낭비되기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정치권이 임기 동안 업적으로 내놓는 내용 중 상당 부분이 정부와 광역단체에서 예산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반대로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했다는 것 역시 훌륭한 활동 중 하나로 꼽는다.

올해 느티나무도서관 지원 예산이 왜 전액 삭감됐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원 예산이 삭감되기 위해서는 예산 대비 성과가 미비하거나 불법 및 낭비성 또는 특혜성이 도드라져 공공성과 형평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경우다. 물론 곳간이 텅 비어 돈이 없어 하고 싶어도 지원 못 하는 때도 있겠지만 이번 경우는 그렇게 할 만큼 사업비가 많지 않다.

공공성이나 형평성, 나아가 실적 저조도 이유로 부족해 보인다. 용인시와 경기도도 올해 도서관 지원 예산 증액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유가 불분명하면 으레 소문이 많이 난다. 이번 예산 삭감을 두고 말이 많다. 일부에서는 ‘미운털 제거’를 위한 정치 행위로 바라보는 시선도 분명 있다. 예산으로 단체 길들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들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유는 나름 분명하다. 예산 삭감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것과는 비교가 된다. 뿐만 아니다. 그들이 삭감된 예산을 복귀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도 빼곡하다. 그들 주장 자체가 공공성을 얻고 있다.

실제 느티나무도서관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회원 일동 명의로 지난달 28일부터 진행된 ‘느티나무도서관에 대한 사립공공도서관 지원 예산을 복원해 주십시오’란 서명에 8000명에 육박하는 시민이 동참했다. 5일여 만이다.

세금을 흔히 혈세라 표현하는 이유는 시민 피 같은 돈이 모인 것이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만큼 시민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을 적절하게 이용해야 한다는 당위성도 담겼다고 본다. 명분 없이 특정 기관만 챙겨주는 것을 ‘특혜’라 한다면 명분 없이 특정 기관만 제외하는 것을 ‘갑질’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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