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조 기자
임영조 기자

유달리 추운 날이 있다. 기온 문제도 있지만 마음이 더 고달플 때 느끼는 감정 체온 때문은 아닐까. 출퇴근 시간에 즐겨 듣는 라디오에서 언제부터인가 반복해 나오는 캠페인형 광고가 있다.

남의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던 에너지 위기가 올겨울 우리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마무리됐다.

기억을 아무리 되돌려 봐도 에너지 위기를 걱정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라디오에서 들은 지 오래다.

이 같은 우려는 그저 기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실제 일상 곳곳에 우리를 근심되게 하는 것이 많다. 원유가격 오름세뿐 아니라 생활용품 가격마저도 눈에 띌 만큼 상승곡선을 보인다.

무엇보다 겨울을 앞두고 난방비 인상은 단지 추위를 피하는데 부담을 주는 것만 아니다. 겨울철 비닐하우스 농업, 양계장 등도 직접 영향을 받는다. 농민과 축산농가는 물론이고 영향파는 다시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에너지 대란이 단지 추위란 1차원에 머무는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용인시는 7일 간부회의를 열고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기관 대응책’을 모색한 모양이다. 공공기관 실내 난방온도를 17도 이하로 유지하고, 개인 난방기 사용도 자제토록 하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시민들은 겨울철 실내 온도를 20℃ 이하로 유지하고 문틈 문풍지 부착, 샤워 시간 단축,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 플러그 뽑기, 고효율 가전제품 사용하기 등을 통해 에너지 절약 실천을 당부하고 있다.

겨울철을 앞두고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것일 수 있겠지만 올해‘는’ 실천이 절실하다. 이상기후라는 궁극적 문제를 감안하면 올해‘만’해서는 안 된다. 올해‘부터’ 분명히 실천해야 한다. 그것도 늦었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용인시가 2018년 밝힌 제2차 용인시 기후변화 적응대책 세부 시행 계획을 보면 미래 용인 환경은 걱정 수준을 넘어선다. 온실가스 배출을 현재 상태로 유지할 때 용인시는 2100년 현재보다 폭염일수가 6.48배 늘어나는 것으로 나왔다.

그나마 온실가스를 착실하게 줄일 경우도 지금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어난다. 열대야일수나 여름일수도 심각한 수준으로 늘어난다. 2100년이라 막연한 미래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기후는 한 번에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시나브로다. 우리 일상은 이미 변화 범위 내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이런저런 상황을 따져봐도 더 이상 지난날 생활 습관을 고수해서는 안 될 듯하다. 시간을 한참 돌려보자. 그러니깐 겨울 내복이 필수이던 시절. 물론 여전히 겨울이면 내복을 찾아 입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이는 짧은 옷을 입고 겨울철 실내 생활을 한다. 실내 온도는 적정온도를 넘어 30도에 육박하니 제아무리 추운 날씨라 해도 내복은 덥고 촌스러운 옷일 뿐이다.

여름은 또 어땠나. 에어컨으로 대표되는 냉방기가 씽씽 찬바람을 내는 실내에 빼곡히 모인 사람들은 긴 팔 옷을 꺼내 입기도 한다.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이다.

지금을 사는 세대에게 가장 큰 숙제는 미래 세대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물려주는 것일 게다. 지금 우리는 이상기후에 따른 자연재해에 손해를 입고, 공포를 느끼며 살고 있다.

자연 순리에 따른 것이기도 하겠지만 인재 혹은 인간의 이기주의가 만든 잔혹한 현실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우리 선조를 탓하지 않는다. 자연에 적응하며 견뎌내고 순응하며 산다. 미래 우리 후손들 역시 그럴 것이다.

우리가 넘겨준 흠집 많은 자연을 탓하기보다 당연한 듯 삶에 적응하며 살 것이다. 그들 삶이 어떨지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맞을 11월 어느 날. 그때 날씨는 어떨까. 그리고 아이들은 어떤 말을 할까.

추위보다 더 가혹한 현실을 직면해야 하는 겨울이 오고 있다.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올해만이 아니다. 겨울은 더 이상 입김의 신기함과 눈송이가 주는 설렘으로 위로받은 계절이 아닐 게다. 추위보다 혹독한 현실은 우리 모두에게 한 치 오차 없이 공평하게 주어질 것이다. 용인 공동체가 지금부터라도 힘을 모아야 할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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