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① 3·8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의 의미와 현실
3·8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다시 정체성이다

내년 3월 8일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진다. 농협법 개정으로 각 조합별로 치러지던 농·축협·산림조합장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세 번째 선거다. 용인축산농협, 용인시산림조합 외에 10개 지역농협 조합장이 새로 선출된다.

2023년 3월 8일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진다.
2023년 3월 8일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진다.

3·8 조합장 선거는 조합 운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리더를 뽑기 때문에 조합의 4년을 넘어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꾸준히 제기됐던 협동조합으로서 정체성 회복과 오랜 의제였던 농협 개혁을 이끌 적임자를 선출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농·축·산림조합은 단순히 조합원과 임직원을 조직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3·8 조합장 선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본지는 내년 3월 8일 치러질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다시 정체성이다’ 기획을 시작한다.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미래 지향적인 협동조합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조합원이 협동조합의 주인으로 다시 서야 한다. 그 시작은 협동조합으로서 정체성을 회복하고, 농협을 개혁할 수 있는 일꾼을 뽑는 선거에서 시작된다.

농업협동조합법 제13조에 따르면 지역농업협동조합은 조합원의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 확대 및 유통 원활화를 도모하며,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기술, 자금 및 정보 등을 제공해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을 증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농민에 의한, 농민을 위한 자주적 협동조직’이어야 할 농협이 ‘농민을 위한 경제사업은 뒷전이고 시민을 대상으로 돈 장사에 몰두한다’거나 ‘임직원을 위한 조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가 “도시농협이 농업인 조직이 아닌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농촌 농협조차 농업인의 농업협동조합이 아닌 ‘지역’ 협동조합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런 점에서 2019년에 이어 세 번째 치러지는 동시선거는 농민 조합원들의 주인의식 향상과 농협 개혁의 전환점이 돼야 한다. 김순곤 포곡농협 조합장의 “노쇠한 농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줘야 하며 농업과 농민에게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 이제 농업은 다른 산업의 뒷전이 아닌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우선 과제여야 한다”는 지적과 맞닿아 있다.

농·축협의 주인은 농민 조합원

포곡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모습 /자료사진
포곡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모습 /자료사진

3·8 조합장 선거는 농민단체나 조합원 모임 주도로 개혁적 조합원의 당선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아졌다. 농협 정체성 회복과 농협 개혁을 위한 정책선거로 전환도 예상된다. 특히 두 번에 걸쳐 선거를 치른 조합원들은 참여를 통한 주인의식 향상과 지역농협이 안고 있는 중요 과제를 공론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의 현실과 미래 비전 등에 대한 의제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란 의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먼저 정책선거를 제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합동연설회나 공개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지만 용인시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1회만 가능하다. 농민단체 등의 후보자 초청 토론회 개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후보자가 1명이거나 후보자들이 합의하면 합동연설회나 공개토론회를 개최할 수 없다.

조합원의 선거 출마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은 것도 현실적인 문제다. 지방선거처럼 예비선거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하다. 조합장 지위를 활용해 조합원 접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전화, 문자 등을 통한 선거운동이 가능하지만 일반 조합원 출마자의 경우 조합원 정보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농업인이 직원 출신 후보에 비해 불리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동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했던 안용덕 씨는 “조합장 선거는 현 조합장과 조합 임직원 출신 후보자에게 유리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내년 3월 8일 실시되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는 2월 21~22일 이틀간 후보자 등록이 실시된다. 선거운동기간은 2월 23일~3월 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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