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⑤지역 마을 실험실 그리고 지속가능 사회
박영숙 관장 “동네 문제, 일상의 삶을 주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어”
이하나·이경민 대표 “인공 향초 아닌 안전한 밀납초 대중화 목표”

메이커 스페이스 또는 제조 실험실로 불리는 팹랩(fab lab)은 외부에서 생산된 것을 들여와 소비하고 쓰레기를 배출하는 대신, 지역에 필요한 것을 자체 생산하고 재활용하거나 새활용(업사이클링)해 쓰레기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기후 위기에 대한 대안이 될 수도 있고, 나고 자란 청소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주민들에게 삶의 여유와 풍요로움을 줄 수도 있다. 특히 공유와 관계를 통해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될 수도 있다.

용인 동천동을 거점으로 다양한 공동체와 연대하며 지역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데 함께 해온 느티나무도서관 메이커 스페이스도 그런 곳 중 하나다.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 공모를 통해 도서관 3층에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든 느티나무도서관은 메이커를 모집해 지역 주민과 창업자들이 배우고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메이커스 마켓을 열어 입주 업체 등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수지구 동천동 느티나무도서관 3층에 마련된 메이커스페이스 동네공방 내부 모습.
수지구 동천동 느티나무도서관 3층에 마련된 메이커스페이스 동네공방 내부 모습.

올해는 예비 창업자 등과 상품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협업하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공구를 사용해 제품을 고칠 수 있고, 레이저 커터를 이용해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동네공방(Fab lab)은 공유와 관계의 거점 공간인 것이다.

용인은 민간이 주도하고 있는 메이커 운동 시작 단계다. 2016년부터 전국적으로 공공형 메이커 스페이스와 민간 팹랩이 설립돼 활동하는 것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하지만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메이커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많은 창작자와 메이커 운동가들은 디지털 제조 실험실을 통해 도시와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플랫폼으로써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자원순환도시 용인, 순환경제도시 용인특례시를 위해 메이커 스페이스 확대를 위한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지속가능한 도시 용인은 이미 시작됐다.

인터뷰] 메이커 스페이스 조성한 느티나무도서관 박영숙 관장

도서관에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들었는데.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도서관이 시민 연구실이자 실험실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도서관은 생각을 공유하고 영감을 주고 받으며 공론장이 돼 왔는데, 일상의 삶에서 구현돼 실행으로 나가면 좋겠다는 꿈이 메이커 스페이스다. 세상이 바뀌면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발생했는데, 사회 문제를 지역에서 자신의 일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근본적으로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동네에서 나고 자란 청소년들은 지역에서 살 곳, 일할 곳이 없어 떠나는데, 이들이 지역에서 배우며 일하고 먹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마침 2019년 메이커 스페이스 조성 공고가 나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을 받아 공간을 조성하게 됐다.”

박영숙 관장이 메이커 스페이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영숙 관장이 메이커 스페이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공공 또는 다른 민간 팹랩과 다른 것 같다.

“도서관은 물음표를 만나는 곳이다. 메이커 정신이 숙성돼 있다는 의미다.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우리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찾고 같이 배우는 곳이다. 배우는 과정뿐 아니라 결과물도 공유한다.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가 된다. 지식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도서관인데, 실험적인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메이커 스페이스가 지역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미도 있는 듯하다.

“돌봄 문제나 기후 위기를 절감하는데, ‘내가 한다고 달라지겠어’가 아니라 정보를 잘 파악하고 공유하면서 같이 하면 달리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서관 메이커 스페이스의 큰 축은 업사이클링이다. 자원순환 나아가 삶을 업사이클 하자는 의미이기도 있다. 업사이클링은 새롭게 가치를 만들면서 창조하는 것 아닌가? 과거처럼 옷을 짓는 삶을 통해 스스로 삶이 풍요로워지고 자원 순환을 실천할 수 있다. 배움과 실천도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지역에서 서로 돌보는 문화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메이커 문화 확산을 통해 기대하는 게 있을 듯하다.

“전환의 시기 불안과 위기를 얘기하는데,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시장에 기대며 비싼 값을 치르고 구매하거나 정책에 기대는 것만으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역사회가 단단해져서 시민들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면서 더 풍요로운 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역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활동가가 함께하는 것이 중요한데.

“도서관이 좋은 게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드나든다. 책을 보지 않더라도, 메이커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메이커 활동을 만나면 동기유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잠재적인 메이커가 많은 곳이 도서관이다. 그들에게 더 구체적이고 경험할 수 있는 동기유발이 될 것이다. 이것이 대중화의 접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많은 스타트업이 생겨 사업화해야 한다. 그래야 생산력이 높아지지 않을까 한다.”

자원순환도시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게 있다면.

“비누를 만들고 헝겊으로 수세미 만드는 체험만으로 자원순환 실천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그래서 사업화가 필요하다. 멀리 가지 않고 구입할 수 있고, 지역에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양한 주체들과 시민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초기 자본을 지원할 수 있는 응원단으로 이해하면 된다. 구매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공공기관, 병원, 학교 등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역 사업체로 뿌리내릴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 시민기금이 그 기능을 하려는 것이다. 대출도 하고, 긴급자금을 지원하고, 실패를 무릅쓰고서라도 실험적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다. 사회적 금융을 위한 정책과 조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 동기유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시민들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이 열리면 좋겠다.”

인터뷰] 메이커 스페이스 입주 ‘숨.쉼 밀랍초’ 이하나·이경민 대표

느티나무도서관은 메이커를 모집해 지역 (예비)창업자들이 배우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3층에 마련된 메이커 스페이스에는 건강한 재료로 빵을 만들고 연구하는 비건베이킹랩을 비롯해 피부 약자를 위해 성분을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는 듀린, 천연자개공예와 DIY취미 키트, 액세서리를 만드는 하비오빗 등 13팀의 지역 창업자들이 입주해있다. 두 청년이 함께 하고 있는 숨.쉼 밀랍초를 만났다.

왼쪽부터 느티나무도서관 메이커 스페이스 입주공방 숨.쉼 밀랍초의 이하나·이경민 공동대표
왼쪽부터 느티나무도서관 메이커 스페이스 입주공방 숨.쉼 밀랍초의 이하나·이경민 공동대표

숨.쉼 밀랍초를 만든 계기가 있나?

“(이하나 대표)취미로 밀랍초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주변에서 팔아보는게 어떠냐는 제안을 하거나 선물을 요청하기도 한 것이 여기까지 오게 됐다. 초를 켜는 시간이 숨과 쉼을 주는 것 같아서 밀랍초의 시간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제작하고 있다.”

느티나무 메이커 스페이스는 어떻게 알게 됐나?

“(이경민 대표)공동체문화가 살아 있는 곳에서 활동가로 활동하고 싶었던 와중에 협동조합 어린이집에서 느티나무도서관을 소개해줘서 알게 됐다. 마땅한 장소가 없어 고민하던 중 느티나무도서관에서 메이커 스페이스 입주자를 모집한다고 해서 2021년 입주하게 됐다.”

숨.쉼 밀랍초에게 이곳은 어떤 의미인가?

“밀랍을 만들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그 시작을 할 수 있게 해준 곳이 느티나무도서관이다. 활동가로 활동하고 싶었는데, 마을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활동가로서 정체성을 고민하다 어린이집을 선택했는데 고민이 있었다. 밀랍초를 만들면서 메이커 스페이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교류하면서 접점이 생겼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그냥 왔다가는 곳이 아닌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기는 공간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밀랍초를 만들면서 사람들과 같이 무형의 것을 만드는 공간이 되는 것 같다. 손으로 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데, 고민하다 막히는 부분이 생길 때 도움을 받는다. 가치가 비슷한 사람들이어서 꾸미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쓰레기가 덜 나오게 할까? 지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실천할 수 있어 좋다.”

어떤 공방으로 이어가고자 하나?

“안전 먹거리에 관심이 많아 밀랍초를 시작했다. 파라핀왁스나 인공향초가 아닌 자연에서 온 안전한 밀랍초가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격이 비싸 대중적인 접근성이 낮다. 숨.쉼은 밀랍초 가격을 낮춰 대중 홍보에 목적을 두고 있다. 두 번째는 우리처럼 지역에서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동천동에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사람들이 ‘동천동에서 시작했대, 우리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하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다.”

다른 계획은 있나?

“앞서 언급했듯이 밀납초는 안전성 측면에서 좋지만 일반 향초보다 비싸 대중화가 1차 목표다. 좀 더 많은 사람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실내에서 초를 켤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느티나무도서관 덕을 많이 보고 있다. 언젠가 독립하면 아이들에게 열려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다.

함승태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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