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 덕분에 누구나 쉽게 정보를 공유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게 되면서 바야흐로 여론의 시대가 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최순실·정유라 사건이나 최근의 대한항공 조씨 일가 사건 등이 그러한 사례이다. 권력과 자본이라 하더라도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세상이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는 그렇지 않았다. 권력이 언론을 통제하고 자본이 언론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론조작의 검은 유혹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근 소위 드루킹 사건은 조직적으로 여론을 호도하려는 음모들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디지털 시대에도 여론조작의 유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인간이 가진 심리적 속성에 기인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형성할 때에 남들의 의견을 먼저 살핀다. 소위 ‘밴드왜건효과(bandwagon effect)’라는 것인데, 가급적이면 소수 의견보다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안정 지향적 성향을 말한다. 자신의 독자적 의견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의견을 옳다고 믿고 따르는 속성은 여론 조작이나 댓글 조작의 빌미가 된다.

디지털 시대에도 여론조작이 가능한 두 번째 이유는 디지털 미디어의 수익창출 방식에 기인한다. 시청료나 구독료를 받기 힘든 디지털 미디어는 거의 전적으로 광고수익에 의존한다. 광고수익을 늘리려면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게 만들어야 한다. 인터넷 광고는 조회 수에 맞춰서 광고 단가가 책정되기 때문이다. 자연 디지털 미디어는 많은 사람들이 조회할 만한 기사를 가장 보기 쉽게 배치하고 그 주변에 광고를 붙인다. 자연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관심 대상이거나 영향을 미치는 뉴스는 배제된다. 소수의견과 다수의견의 비교를 통한 여론 다양성 보장을 디지털 미디어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여론 다양성은 디지털 시장의 독과점으로 인해 더욱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이 75%에 달하는 네이버가 그 주인공이다. 2017년 네이버의 매출액은 4조6785억원으로 KBS, MBC, SBS 3개 방송사의 매출액 합계보다 많다. 자국의 검색엔진 점유율이 한국처럼 높은 나라는 전 세계 검색엔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의 국가인 미국, 그리고 외국 디지털 기업의 진입을 제한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뿐이다.

네이버가 국내 검색엔진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비결은 뉴스 덕분이다. 네이버는 기자를 고용해 뉴스를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라 언론사로부터 뉴스를 저렴하게 제공받아 전달하기만 한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네이버를 통해 수시로 편리하게 그리고 무료로 뉴스를 접하고 있다. 언론사 홈페이지나 어플을 이용하는 비율은 극히 적다. 네이버에게 뉴스는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공짜로 제공하는 미끼상품이나 다름없다. 일단 네이버에 접속하게 만들고, 네이버 안에 머물면서 각종 정보와 게임과 쇼핑 등 수익 서비스를 사용하게 만든다.

문제는 네이버가 네티즌을 유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뉴스의 속성에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을 유인하는 것이 지상목표인 네이버는 전국적인 관심을 끌만한 국가적 사건이나, 충동적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기사를 선호한다. 지역뉴스와 같이 조회 수가 적을 수밖에 없는 뉴스는 자동적으로 배제된다. 예를 들면, 지방선거가 코앞이지만 네이버에서 지방선거 뉴스를 찾아보기는 매우 힘들다. 각 지역마다 각기 다른 후보를 선출하는 지방선거 뉴스는 조회 수가 해당 지역에만 제한돼 크게 늘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격 선거기간에 들어가면 네이버 뉴스 화면은 후보자 광고들로 채워질 것이다. 네티즌들의 위치정보에 맞춰 지역별로 각기 다른 후보자 광고를 내보낼 것이다. 지역뉴스는 철저히 외면하면서도 광고수익을 위해서는 지역을 이용하는 후안무치한 기업이 바로 네이버이다.
네이버의 지역뉴스 배제는 심각한 정보와 여론의 왜곡을 야기하고 있다. 조회 수와 광고수익에만 집중하는 디지털 독과점 기업이 뉴스배열을 조작해 민주국가의 토대인 여론 다양성을 차단하고 있다. 지방선거나 지방분권 개헌과 같은 중요하고 시급한 국가적 현안이 유명 연예인 동정이나 스캔들에 밀려 국민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역균형과 지방분권이 실현되려면 네이버와 같은 디지털 독과점 기업의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 디지털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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