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홍근(본지 발행인)
묵은 해를 보내면서 그 해를 풍미했던 ‘중심 말(키워드)’을 살펴보는 것은 흥미있는 일 중 하나입니다. 큰 흐름과 세태를 반영하는 상징어이기 때문입니다. 매년 사자성어로서 한 해를 표현해오고 있는 모 신문은 많은 교수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2004년의 중심 말을 ‘당동벌이(黨同伐異)’로 꼽았다 합니다. “같은 파끼리는 한 패가 되고 다른 파는 배척한다”는 뜻이랍니다.

그런데 정치적 사안만을 놓고 그렇게 압축된 고사성어가 나오진 않았을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사회의 집단 이기주의적 행태와 전반적인 양극화 경향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죠. 우리 지역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는 어느 일방의 잘못으로 몰아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거니와 그 원인에 대해서도 우리가 차근히 따져봐야 하겠습니다만, 대립의 일상화를 우리는 주위에서 경험하게 됩니다. 뿐만이 아니죠. 요즘 식당만 가 봐도 양극화 현상을 읽을 수 있습니다. 잘 되는 소수의 몇몇 곳은 사람이 몰리지만, 대부분 식당은 문을 닫거나 닫아야 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의 목표는 많은 사람들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해, 근로자간 갈등까지도 만들어 냅니다. 물론 현실은 시장과 경쟁의 논리가 지배합니다만, 공공의 선과 공공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서로의 노력이 없다면 그 사회는 더욱 병들어 갈수 밖에 없습니다.

여러 전문기관의 예측에 따르면, 2005년은 예년 못지않게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용인만 해도 “체감되는 본격적인 IMF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모두 걱정스런 말들이죠. 하지만 우리에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강한 응집력이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질긴 생명력과 역동성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희망이 있습니다.

지방자치와 참여시대의 동반자를 자임하는 용인시민신문도 올 2005년 한해 동안 시민 그리고 애독자 여러분과 함께 지역사회의 벌어진 간극을 좁히는데 더욱 힘쓰겠습니다.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는 속에 같이 희망을 만들어 나겠습니다. 따뜻한 지역 울타리를 더불어 엮어 가겠습니다.

끝으로 2005년은 부정적 의미의 고사성어보단 ‘전화위복’ ‘고진감러 ‘난의포식(暖衣飽食)’과 같은 긍정적 의미의 중심말로 마무리되길 소망해 봅니다.

/발행인 이홍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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