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키워드로 본 용인

민의를 저버린 대통령 탄핵을 시작으로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을 위한 한국군 파병, 국가보안법 폐지를 둘러싼 여·야의 칼 끝 대치를 벌이며 끝내 국민들 기대를 져버린 방탄국회에 이르기까지 어느 해보다 많은 화제를 낳았던 2004년 한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용인지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많은 사건과 화제를 낳았지만 일부 굵직한 현안을 제외하곤 해묵은 숙제를 안고 2005년을 맞고 있다.

우선 새해 초부터 수지지역을 뜨겁게 달궜던 상현동을 포함한 행정신도시를 시작으로 대통령 탄핵 뒤 치러진 4.15 총선에서 움트기 시작한 작은 움직임, 그리고 여전히 경계가 모호한 주민단체와 지역이기주의 논란 등 ‘우려와 기대’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용인시민신문은 올 한해도 어김없이 우리 이웃에게 웃음과 가슴 뭉클한 감동을, 때로는 얼굴을 찌푸리게 하거나 분노를 가져온 숱한 사건을 전했다. 앞으로 용인이 변화와 진보라는 역사의 큰 흐름에 자취가 남길 기대하면서 경전철과 분당선, 용인외고, 상수원보호구역, 조각개발, 나눔과 지역공동체 등 사안과 쟁점을 상징하는 단어로 올 한해 용인을 들여다봤다.

경전철, 분당선

△미래 용인의 교통수단, 그러나 풀리지 않는 ‘경전철과 분당선’= 올 한해 용인시민신문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렸던 기사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경전철과 분당선’이었다.

용인 최대의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인 경전철 사업은 민간사업자와 실시협약 체결부터 최근 박순옥 시의원(죽전2동)의 백지화 주장 파문에 이르기까지 숱한 화제를 낳았다. 특히 경전철 사업은 오리∼수원간 분당선 개통을 전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경전철 역사와 분당선 환승역이 들어설 녹십자 용인공장 이전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

결국 경전철을 민간사업자와 협약한 대로 전대역∼구갈역 구간을 2008년말까지 개통한다 해도 철도청이 분당선 구갈역∼수원역 구간을 2011년까지 개통하지 못하면 반쪽 운행밖에 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시민들의 발 구실을 제대로 못한다는 것 외에도 민간사업자에게 시 예산을 손실금으로 보상해줘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뜻한다.

남사산업단지, 상수원보호구역

△지역경제의 한 축 ‘남사산업단지’ 조성과 ‘송탄상수원보호구역’= 그러나 남사산업단지로 이전 계획에 있던 녹십자는 송탄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복병을 만나 표류하고 있다.

시는 산업단지 지정이 늦어지자 북리 공업지역에 옮기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녹십자는 땅값을 이유로 북리 이전에 난색을 표하며 최근에서야 관내 이전을 백지화했다. 결국 2001년부터 끌어온 녹십자 이전은 4년여만에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확정했지만 이전 일정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역경제를 위해 녹십자를 관내로 이전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녹십자 이전을 계기로 공론화한 송탄상수원보호구역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산업단지와 배후도시 건설에 가장 큰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남사 주민들은 물론 용인시로서도 송탄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하지 않을 경우 장기발전 전략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는 이를 위해 보호구역 해제에 따른 논리 연구 용역을 주고 평택시에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했지만 평택시는 해제를 전제로 한 기구라며 반대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보호구역이 해제될 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탄핵, 총선…시장 무소속 선택

△‘탄핵’과 ‘총선’지역 정치권에 부는 변화 바람 =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통령 탄핵은 한국의 정치지형뿐 아니라 지역 정치 지형을 바꿔 놓았다. 17대 총선은 분명 과거 선거와 다른 선거혁명이었다. 과거 많은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변을 토하던 합동연설회가 없어졌다. 또 수십 억이 풀리는 것을 당연시하던 풍토는 단돈 10만원에 후보직을 사퇴한 남궁석 전 의원을 보고는 쏙 들어갔다.

이는 용인의 얼굴도 바뀌고 있다는 것이고, 정치신인의 등장에 따른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음을 뜻한다. 과거 50∼60대가 주류를 이뤄던 지역 정치권을 40대 초·중반 정치신인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 도·시의원 평균 연령보다 낮은 국회의원의 등장은 앞으로 패기를 앞세워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변화에 대한 기대가 아닌가 싶다. 이는 지역사회 각 영역에서 30대와 40대 청·중년층이 정치권의 세대교체 바람과 맞물려 용인 지역사회의 주류로 교체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탄핵은 또 수 십년 동안 견고했던 피라미드 조직의 정당구조도 무너뜨렸다. 물론 인구 증가가 한몫하긴 했지만 유입주민 정서와 정치적 지향이 조직선거와 텃밭의 정치문화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변화는 지역연고가 없거나 정치신인들도 상품만 좋으면 용인에서 당선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방송인 출신으로 전국적으로 얼굴이 알려진 한나라당 한선교 후보(을구)와 별다른 지역 기반 없이 당선된 열린우리당 우제창 후보(갑구)의 당선이 이를 입증한다.

이정문 용인시장이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을 선택한 것 역시 지역사회의 커다란 관심을 불러 모았다. 시기적으로 총선을 앞둔 시점인데다가 검찰의 비리조사가 맞물려 외압에 의한 선택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손학규 경기도지사까지 나서 정치공세를 펼쳐 정치쟁점화가 되기도 했다. 이로 말미암아 이 시장은 자의에 의한 선택임을 다시 밝혔지만 아직도 그 논란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주민단체, 지역이기주의

△경계가 모호한 ‘주민단체’와 ‘지역이기주의’= 올해 신문지면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단어는 집회와 시위였다. 지역적으로는 수지와 구성 주민들의 집회가 가장 많았고, 현안으로는 도로 등 교통문제였다. 이들 집회와 시위를 주도한 단체는 대부분 최근 몇 년 새 생겨난 ∼대책위 ∼연대 등 주민단체였다.

이들 단체의 태생은 대부분 택지개발과 이들 택지개발에 무임승차해 기반시설 없이 지은 아파트 숲에서 기인한다. 쾌적한 생활을 기대하며 용인으로 이사 온 주민들의 시위는 용인에서 진행되고 있는 학교와 문화·복지시설 등 기반시설 없는 아파트 건설에 실망을 넘어 분노의 표출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더 좀더 깊이 들여다보면 일부이긴 하지만 경제논리를 바탕으로 한 지역이기주의와도 맞닿아 있다. 일단 지역에 부족하거나 필요한 시설이 있을 경우 집단 민원을 제기하며 시를 압박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삶의 질을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재산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와 투자가치로서 기대가 짙게 깔려 있다. 이들 주민들이 제기한 민원과 요구가 정당하냐는 또 다른 접근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분명 주민단체가 조각개발 후유증을 치유하는데 큰 몫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의 균형발전과 지역공동체에서 접근하면 의견이 분분한 것이 주민단체 활동이다. 지난해 말 본지는 소지역주의에 머물러 있는 주민단체의 사회적 공기 구실을 하는 시민단체로 발전 가능성을 진단했다. 당시 많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역 안에서 특정 현안으로 꾸려진 주민단체의 시민단체로 발전적 해체 가능성을 기대했다. 그 중간 단계에 있는 단체로 수지시민연대를 꼽고 있지만 수지시민연대 역시 지역성 극복과 보편적 진리 추구에 대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난개발, 죽전-구미동 도로

△아직도 진행 중인 용인 ‘난(조각)개발’과 ‘죽전∼구미동 도로’ = 이들 주민단체와 소직지역주의는 조각개발이 낳은 산물이라는데 대개 공통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지난 91년 수지 1지구 이후 용인은 10여년 동안 100만평 규모 택지개발(죽전·동백지구)을 비롯해 크고 작은 택지개발과 개별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용인 조각개발은 사실상 준농림이라는 제도적인 문제와 인구분산 정책, 재산증식 대상으로서 부동산(투자개념), 지역적 특성 등이 결합해 만들어낸 산물이다.

문제는 이정문 시장이 밝혔듯 조각개발을 치유하고 있는 과정에서조차 기반시설 없는 조각개발이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택지개발도 예외는 아니다. 그로 인한 후유증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학교문제.

7월말까지 단계적으로 3300여 가구가 입주를 마치는 구갈3지구의 취학아동들은 9월 전까지 두달간 인근 지석초교에서 임시로 수업을 받아야 하는 교육계 고질병을 또 한 번 게 겪었다. 그러나 공사 미비로 개교가 지연됐음에도 불구하고 개교 당시 갈곡초는 여전히 공사를 벌이고 있었다. 또 개교심의위 당시 90% 이상 준공률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던 죽전·신갈지구의 독전초와 신촌초 등 4개 초교는 미완공 상태에서 부분개교를 해야 했다.

2007년 말 1만6000가구 5만7000여명의 입주를 목표로 지난 6월부터 대단위 입주를 시작한 죽전택지개발지구 역시 교통과 상권 등 도시기반시설의 구축이 늦어져 주민들에게서 불만이 쏟아졌다. 문제는 학교와 도로, 공원 등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입주시기가 지연되고, 입주시기 지연은 그만큼 교통이나 상권형성이 지연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죽전∼구미동간 7m 연결도로. 토지공사는 지난달 22일 5개월여간 분당 구미동 주민과 갈등을 빚었던 죽전∼구미동간 7m를 연결했다. 그러나 구미동 주민들은 우회 지하차도 건설 등 교통분산 대책을 요구하고 있고, 죽전 주민들도 동백지구 입주 뒤 죽전지구 도로가 정체될 경우 제2의 도로분쟁이 될 소지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후약방문식 처방 교훈에도 기반시설 완료 전 아파트 개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기획부동산

△묻지마 투자‘기획부동산’에 멍드는 용인땅 = 이같은 조각개발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기획부동산의 주요 대상지역이 또한 용인임을 보면 그래도 용인이 그만큼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대개 거주나 장기적인 투자보다 단기이익을 보려는 묻지마 투자자들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언뜻 보면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을 듯하지만 깊이 들어가보면 우려도 적지 않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부동산만큼 좋은 투자처가 없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빚까지 얻어가며 투자이익을 노린 단기투자자들이 자칫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1차로 투자처를 좇는 묻지마 투자자들이 피해도 피해지만 좀더 멀리 보면 지역 부동산 시장을 어지럽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기획부동산이 활개 칠수록 정상적인 거래를 주선하는 용인 관내 부동산업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용인시도 예외는 아니다. 2 3년 뒤 땅을 산 사람들이 개발행위를 하려하거나 땅을 팔려고 할 때 문제가 발생할 경우 민원이 용인시에 제기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기획부동산에 대비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한 대목이다.

경기침체, 희망

△‘경기침체’로 지역경제 흔들, 그래도 ‘희망’은 있다 = 상인이나 기업인, 직장인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IMF때보다 더하다’‘안되도 너무 안 된다’‘팔리지 않는다’‘언제 나가라고 할지’‘끝이 안보인다’.

올해 한국사회 화두는 단연 민생과 경제였다. 대부분 국민들은 98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욱 힘들다고 말한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하루 벌어 하루 쓰기에도 벅찬다”거나 “안되도 이렇게 안될 수 있느냐”“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등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한결같이 힘들다는 말뿐이었다.

거리를 다니면 문을 닫고 ‘점포임대’‘세놓음’등의 문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일부 지역은 셔터문을 내린 점포가 20∼30m마다 한 곳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대개 음식점과 소매업 등 서비스업종이다. 음식점 등 외식업은 경기침체 직격탄을 맞았다. 한달 평균 40 50곳이 새로 문을 열고 있지만 업종변경이나 폐업 음식점도 월평균 80여곳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왔다. 평균 6개월∼1년씩 상호나 업종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는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신규 입주물량이 연말까지 계속됐지만 입주율은 극히 저조했다. 내년에는 아파트 물량이 올해와 비교해 10분의 1 수준으로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결국 시로서는 도세 등 지방세가 크게 줄어 사업을 축소할 수밖에 없고 이는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농업도 어려운 한해를 보내고 있다. 수입개방에 의한 쌀값 하락은 농민들에게 의욕을 잃게해 머지않아 농업을 포기하는 사람까지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개발이 진행중인 용인은 농산물 시장 개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용인은 수도권 인접과 경기미 브랜드로 다른 지역보다 어려움이 비교적 덜 했지만 앞으로 수입개방이 확대될 경우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용인에서는 나눔을 실천하는 시민들이 희망의 불씨는 살리고 있다. 김장철만 되면 김장김치를 담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는가 하면,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한 기부도 적지 않았다. 고사리 손으로 쪽방촌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초등학생들이나, 용인시민들에게 나눔의 문화를 일깨우고 있는 경안천가 68세 야채상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려울수록 ‘나눔과 기부’로 희망을 얘기하는 지역사회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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