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와니와 준하> 촬영지 담양를 찾아서

서은희(paper13) 기자
영화 <와니와 준하>에서 김희선은 기존의 '이쁜 척' 이미지를 벗고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그녀의 또 다른 매력이 빛을 발하죠. 그녀의 팬이 아니더라도 영화 <와니와 준하>에 등장하는 그녀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모습에는 넋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와니(김희선 분)는 그녀의 이복동생 영민(조승우 분)을 사랑했습니다. 맺어질 수 없었던 아픈 첫 사랑의 기억을 안고 있는 와니는 동화부의 애니메이터로 춘천에 있는 준하 집에서 머무릅니다. 영화 <와니와 준하>는 두 사람의 특이한 동거 이야기입니다.

첨으로 순정 영화를 표방한 영화, <와니와 준하>는 영상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특히 오프닝에서 와니가 차를 타고 달리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푸른 가로수 잎이 빽빽이 하늘을 메우고 그 잎 사이로 햇살이 내리쬡니다. 차를 타고 달리는 와니는 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바람을 느낍니다. 한없이 이어지는 가로수 길과 바람에 머리칼이 흩날리는 와니의 모습.

▲ 담양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
ⓒ2004 서은희
와니가 첫사랑 영민을 생각하며 달리는 이 길, 초록의 푸르름이 계속 이어지는 이국적 느낌의 이 길이 바로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입니다. 담양읍에서 순창으로 이어지는 24번 국도. 약 4km 구간에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가 빼곡이 심어져 있습니다.

좁은 국도변을 가득 메운 이 가로수는 여름에는 짙은 녹음을 자랑하고 가을에는 빼어난 단풍을 그리고 겨울에는 흰눈이 소복이 쌓여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고 합니다. 이 길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 길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2004 서은희
2차선 좁은 도로에 대형 화물차도 자주 다니기 때문에 이 길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그 푸르름을 직접 느끼고 싶다면 갓길에 잠시 차를 멈추고 쉬어야 하지만 사실, 영화에서처럼 낭만적이지는 못합니다.

다만 창문을 살짝 내린 채 바람을 느끼면서 그 길을 천천히 달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거 같습니다. 양 옆으로 쫙 뻗은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를 느끼면서 달리다보면 어느덧 와니의 모습이 눈 앞에 선해집니다.

▲ 담양 대나무숲
ⓒ2004 서은희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을 달린 후에는 담양에 들러 대나무 관광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담양은 예로부터 대나무가 유명한 고장인데 최근 관광상품으로 잘 가꾸어서 볼거리가 많습니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을 달리다보면 대나무골 테마공원으로 향하는 샛길이 있습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대나무 공원인데 유료라는 점을 제외하면 만족스러운 곳입니다. 넓은 대지에 대나무를 빼곡이 심어두었는데 바람이 불면 대나무가 움직이는 시원한 솨아아~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 죽통밥
ⓒ2004 서은희
담양은 대나무 요리로도 유명한 곳인데 마을 안에 죽순요리집들이 많이 있습니다. 잠시 외곽 쪽으로 벗어나면 죽통밥 맛을 볼 수도 있습니다. 대나무통에 밥을 쪄서 요리하는데 고소하고 달짝지근한 밥맛이 일품입니다. 또 전라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화려한 반찬에 만족하실 겁니다.

와니가 달리던 영화 속 길만 상상하고 담양까지 향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담양에서 대나무 관광을 한다거나 근처 가사 문학관이나 소쇄원에 들른다면 여행의 재미는 배가 될 것입니다. 사실 떠난다는 것 자체가 영화입니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