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먹구름에 가려 햇볕 한 줌 비치지 않고 비를 재촉하는 바람만 스산하다.
TV며 라디오, 신문을 보아도 들려오는 건 암울한 소식뿐,
농촌 들녘은 제 운명을 아는지 모르는지,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언제나 그대로다.

추곡수매 이틀째인 10일. 하늘도 농민들의 마음을 아는지 비가 오려는 듯 잔뜩 찌푸렸다.
수매가 한창인 이동면사무소 광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실려 온 벼가 등급을 기다리며 줄지어 있었다. 벼를 싣고 온 농민들의 깊게 패인 주름은 조금이나마 목돈을 만져볼 수 있다는 기쁨보다 걱정이 앞서는 지 더욱 깊게 느껴졌다.

농민들 나이 맞추기가 가장 어렵다 하나 쌀가마를 근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농민들 모두 얼추 60살은 족히 넘어 보였다. 한국 농촌의 현실.

“올해 벼는 잘 됐나요?”“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걱정이 많으시죠?”“글세 말이여. 그런데 걱정하면 뭘 하겠는갉”
“농사는 계속 지으실 건가요?”“그럼 이제 와서 뭘 할 것이여.”“아!네”

비교적 젊어 보이는(?) 농민들이 카메라에 들어왔다. 벼가마에 팔을 괸 지 족히 20∼30분은 되었을 텐데, 근심 가득한 표정 속 깊게 드리워진 그늘이 우리 농촌의 앞날을 보여주는 게 아닌지 괜한 걱정을 해본다.

농촌 들녘에서 흥겨운 노동요가, 또 새참을 먹으며 웃을 수 있는 풍성한 그날이 왔으면…
돌아오는 길 문득, ‘우리 어찌 가난하리오. 우리 어찌 주저하리오. 다시 서는 저 들판에서 움켜쥔 뜨거운 흙이여’라는 노랫말과 ‘일이 끝나 저물어 /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 쭈구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 나는 돌아갈 뿐이다.’ 라는 싯구가 떠오르는 까닭은 왜 일까.
이동면 추곡수매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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