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배움 6년 일흔 넷 조남예
김승일 시인 도움 받아 꿈 이뤄

내 이름을 쓰면서
너무 기뻐서 울었어
학교 갈 때는
너무 좋아서 웃었어
우리 자식들 손주들 이름을 다
쓸 수 있게 되었어
소원이었어
-학교 가는 길 중에서-

한글을 배운 지 6년 만에 시인이 됐다면 믿을 수 있을까? 대부분은 믿지 못하겠지만 실제 이야기다. 바로 일흔 넷 조남예씨의 이야기다.

조남예씨의 김승일 시인의 도움을 받고 지난달 책을 펴냈다. 두 사람은 노년의 젊은 날 품었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노년을 맞은 이들이 멘토링을 받아 청운의 꿈을 이룬다는 사연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

김 시인은 조 씨가 품고 있던 ‘시인의 꿈’을 함께 실현시키기 위해 선뜻 도움에 나섰고, 2인 3각 경기를 치루는 것처럼 서로의 속도를 맞춰 총 45편의 시를 완성했다.

지난 74년의 인생을 돌이켜본 조남예씨는 ‘엄마와 헤어져 이모 집에 더부살이 하며 눈칫밥을 먹던 어린 시절’, ‘남편을 만나 농사를 지으며 고생했던 시절’, ‘잘 자라준 자녀들에 대한 고마움’ 등을 풀어내며 김 시인과 시로 써 내렸다.

이렇게 탄생한 ‘자꾸자꾸 예뻐져’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돼있다. 1부에서는 한글을 몰랐을 때 느낀 슬픔과 외로움, 한글을 배우며 느낀 설렘과 기쁨의 감정이 담겨있다. 손자들이 그림책을 가져올 때마다 두려웠던 순간, 한글을 배우고 난 뒤 이름 석 자를 쓸 수 있었을 때의 벅참 등이 나타난다.

2부에서는 어린 시절 이모 집에서 더부살이하며 또래 친구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바라만 봐야 했던 설움과 결혼 후 고된 농사일로 웃을 일이 없었던 고단한 삶을, 3부에서는 시인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내는 조남예씨의 수줍은 마음이 시로 표현됐다.

마지막 4부에는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자녀들에 대한 감사함 등 진솔하게 풀어낸 시가 실렸다.

이제는 누군가의 아내, 엄마, 할머니가 아닌 시인이라고 당당히 불리는 조남예 시인.

고된 인생에서 받았던 상처는 없었다는 듯, ‘자꾸자꾸 사람이 예뻐진다’고 고백하는 수줍은 여성시인의 모습만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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