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6개월 지났지만 취지 제대로 못 살려
기흥구 신갈동자치위, 운영 어려움 토로

전원도 들어오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던 기흥구 신갈동주민센터 앞 공유냉장고.

지난해 12월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주민자치센터에 ‘마을 누구나 공유냉장고’(아래 공유냉장고) 1호점이 들어섰지만 관리 운영이 안 되고 있어 이에 따른 활성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공유냉장고는 주민이 직접 음식물을 냉장고에 넣어놓고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가져갈 수 있다.

공유냉장고를 이용할 시 1일 1개의 음식을 가져가는 것이 원칙이며 식중독 등의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 공유 가능한 음식은 유통기한 잔여일 3일 이상인 음식, 채소, 과일, 통조림 등의 가공품, 곡류, 빵, 음료수, 간식류 등이며, 유통기한 잔여일 2일 이내의 음식이나 장기간 냉장 보관된 음식, 주류, 약품류, 불량식품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같은 공유냉장고가 활성화될 경우 먹거리 나눔을 통해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이웃과의 정을 나눌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용인시 관내 공유냉장고가 설치된 곳은 총 3곳으로 이 가운데 야외에 설치된 1호점은 주민들의 접근성이 좋아 활발한 공유가 이뤄질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공유냉장고 활용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공유냉장고 1호점에 가보니 전원이 꺼져 있었다. 기자가 이를 관리하는 신갈동주민자치위원회(아래 위원회)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고장난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위원회 관계자는 며칠 동안 방치돼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2주 전에 고쳤는데 또 고장이 나서 작동이 멈춰진 것 같다. 야외에 있다 보니 빗물 등이 튀어서 종종 고장이 발생하는데 수리하는 사람을 불러도 바로 안 오다 보니 작동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3일 냉장고가 수리돼 정상적인 작동은 가능해졌지만 냉장고 안은 여전히 비어있었다. 이에 대해 위원회 관계자는 공유냉장고 운영 체계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아 활성화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용인시지속가능협의회(아래 지속협)에서 공유냉장고 사업을 주도했고, 위원회 측은 취지가 좋다고 판단해 공유냉장고 설치에 동의했다.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기흥구 신갈동주민자센터 앞 공유냉장고

 

제는 공유냉장고 관리·운영 등에 대한 협의나 체계를 정립하지 않은 채 설치가 급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공유냉장고 사업이 활성화 된 수원의 경우 3년 여 가까이 준비해 현재 30여곳이 설치돼 있다. 기업과 시민단체가 먹거리를 제공하면 마을 내 취약계층이 이를 이용함에 따라 먹거리 나눔이 활성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원과 달리 용인은 운영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인근 주민들은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신갈동 주민 김은정(80)씨는 “집 근처에 공유냉장고가 있어서 몇 번 이용해봤다. 편리해서 종종 사용했는데 냉장고 전원이 아예 꺼져 있을 때가 많더라”라면서 “관리를 잘 해준다면 이용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고 전했다.

주민자치위원회 관계자는 “공유냉장고 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나누고 진행했어야 했는데 너무 빠르게 진행한 면이 없지 않다. 또 코로나19 상황인데 이를 고려하지 않아 활성화가 힘든 것 같다”면서 “용인시지속가능협의회는 설치만 해주고 끝냈다. 우리가 운영·관리해야 하는데 솔직히 운영하는데 버겁고 관련 예산도 적지 않은 편이어서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관계자는 “7월부터 주민자치센터 운영이 재개되면 공유냉장고에 대한 관심도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는 분들도 있지만 아직 모르시는 주민도 많다”면서 “공유냉장고 활성화를 위해선 홍보가 절실한 것 같다. 우리도 열심히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용인시지속가능협의회 내부 갈등으로 공유냉장고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공유냉장고 사업을 추진한 위원과 이에 맞서는 위원 간의 관계성 때문에 공유냉장고 사업에 차질이 있다는 것이다. 공유냉장고 활성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만큼 설치를 주도한 지속가능협의회와 이를 맡고 운영하는 주민자치위원회의 협업이 필요한 시기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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