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자신이 살기 위해 광합성을 한다

어쩌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의 과학교과서를 보게 되었다. ‘식물의 구조와 기능’이라는 단원이었는데, 하는 일이 이쪽이다 보니 어떻게 나왔을까 궁금해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 중 ‘식물의 잎이 하는 일’이라는 주제로 식물 잎에서 일어나는 광합성에 대해 나오는 단원이었다. 필자가 배울 때는 요오드-요오드화 칼륨이라는 이름으로 배웠던 용액이 이제는 아이오딘-아이오딘화 칼륨이라는 용액으로 이름이 바뀐 것이 생소했다. 그 아이오딘- 아이오딘화 칼륨이라는 용액을 빛을 받은 나뭇잎에 떨어뜨려 녹말이라는 양분을 만들어냈는지 알아보는 실험으로, 이를 통해 빛을 받은 잎에서 광합성을 해 양분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광합성을 하기 위해선 물과 이산화탄소, 빛이 필요하다는 딱 그 정도 내용이었다.

초등학교 때 광합성에 대해 배웠나?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광합성 하면 떠오르는 게 고등학교 화학시간에 배웠던 화학식이 강하다.

6CO2+12H2O→C6H12O6+6O2+6H2O 라고 한참을 더하기 빼기하며 탄소, 수소, 산소 양쪽의 개수를 맞췄던 기억이 있다. 광합성이라는 화학반응을 이렇게 딱 떨어지게 숫자를 맞추는 게 그저 신기했다. 그 땐 광합성이라는 게 단순히 물질 간에 화학반응으로만 다가왔을 뿐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었다. 그런데 살면서 또 자연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면서 이 단순한 광합성의 화학식이 엄청난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식물은 빛을 받아 초록색 엽록소가 있는 잎에서 광합성해 포도당이라는 기본적인 탄수화물을 만들어낸다.

식물은 자신이 살기 위해 광합성을 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뿌리에서 빨아들인 물과 잎에서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가지고 빛을 받아 초록색 엽록소가 있는 잎에서 광합성을 해서 포도당이라는 기본적인 탄수화물을 만들어낸다. 무색 무취 무미의 투명하거나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는 물과 이산화탄소, 햇빛이 만나 탄수화물이라는 형태를 가진 눈에 보이는 물질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하다. 이런 것이 최초의 마술, 마법 아닐까! 그렇게 만들어진 포도당, 탄수화물, 양분이 모이고 결합해 식물의 몸을 만들어 성장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이 이런 게 아닐까싶다.

이것도 대단한데, 식물의 몸은 다른 생명들의 먹이가 되어 그들의 생명을 이어준다. 동물은 아무리 빠르고, 하늘을 날고, 헤엄치고, 똑똑하다 해도 물 한 모금 먹고, 이산화탄소 마시고, 햇빛에 열시간을 있어도 단 하나의 포도당을 만들어낼 수 없다. 사람이라면 그저 새까맣게 탄 피부로 상처가 생길 뿐이다. 동물은 오로지 식물을 먹어 소화시켜야만 그들이 가진 양분과 에너지를 받을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식물에게서 받은 물질로 몸을 만들고, 성장하고 활동할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보면 지구상 모든 동물은 모두 식물에게 의존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 또한 예외는 아니다. 직접 식물을 먹거나, 식물을 먹은 동물을 먹거나 하니 우리 몸을 이루는 물질의 기원은 식물로부터 온다.

자신의 몸을 이루기 위한 식물의 광합성엔 뜻밖의 부산물이 생긴다. 바로 산소와 물인데, 식물에게 바로 필요하지 않아 밖으로 내보내는 찌꺼기인 셈이다. 애초에 지구라는 별에는 산소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다. 그러나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생명체들이 생겨나면서 산소를 마구 뿜어내 지금과 같은 산소농도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산소로 숨을 쉬는 동물들이 생겨나게 되었으니 처음부터 동물은 식물 덕분이다. 물은 사용한 만큼 또 만들어 내보내니 그저 왔다 가는, 순환의 한 통로일 뿐이다.

식물은 광합성으로 산소와 물이라는 부산물을 만들어낸다.

요즘 광합성에 대해 더 주목하고 있다. 바로 광합성을 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요소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 흡수 때문이다. 식물의 몸에 있던 탄수화물 속 탄소성분이 석탄과 석유가 되고, 이것이 다시 화석연료로 태워지게 되면서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가 된다.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에 많이 뿜어져 나오면서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을 만들어내는 주범으로 밝혀졌다. 이런 이산화탄소를 다시 거둬들이는 것이 바로 광합성이다. 문제는 속도이다. 광합성과 호흡으로 평형을 맞추던 이산화탄소와 포도당의 탄소가 연료로 태워지면서 흡수되는 것보다 방출되는 것이 훨씬 빠르고 많아졌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더 많은 식물의 광합성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렇듯 식물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부분에서 우리 삶을 결정한다. 처음 생물이 만들어지는 것부터, 숨을 쉬고 살아가고 성장하는 동안에 필요한 물질과 에너지의 기원, 그리고 앞으로 지구 운명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도 식물이라고 볼 수 있다. 광합성은 단순히 포도당을 만들어내는 화학공장이 아니라 식물이 모든 동물의 어머니로서 존재하게 하는 잎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순환의 원동력이며 고마운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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