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프랑스 라이브 공연 모습 유튜브 화면 갈무리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면서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익숙한 말이 있어요. 조금은 싱거운 소리지만 이번에는 천재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필자는 지금까지 내가 천재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아이들에게는 ‘얘들이 혹시 천재가 아닐까!’ 하는 어처구니없는 생각과 기대를 했어요. 물론 그 생각은 아이들이 유치원에 들어가는 나이가 되면서 깨져버리고 말았지만요.(하 하) 아마 이런 생각은 대부분 부모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자식이 생각지도 않았던 언어를 구사하거나 행동하게 되면, 앞뒤는 안 보이고 내 아이만 할 수 있는 대단한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되거든요.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보면 아이큐가 아주 높다던가, 일반인보다 월등하면서도 강력한 재능을 가졌잖아요. 말 그대로 하늘이 내려준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는 거예요. 하지만 남다른 지능과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에 즐거움을 못 느끼는 천재라면 동경보다 동정의 대상이 돼버려 기억 속에서 멀어지는 예가 많았지요. 그래서 고민하는 천재보다 즐거운 천재가 더 나은 법입니다.

블루스계의 천재라고 불렸던 사내가 있습니다. 무려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그냥 뚱땅거렸던 수준이 아니라 무대에 제대로 설 만한 그런 수준이었다는 거예요. 다섯 살 때 첫 앨범을 내놓았고요. 여섯 살 때는 저 유명한 ‘에드 설리 반 쇼’와 ‘자니 카슨의 투나잇쇼’ 같은 곳에 출연까지 할 정도였어요. 다루는 악기로는 피아노뿐만 아니라 기타, 베이스, 드럼, 트럼펫, 여기에 보컬까지…. 뭐 흐지부지한 것이 하나 없고 죄다 정상급 실력을 갖췄던 이였지요. 옛날 우리나라의 천재들을 설명할 때 왜 나이 세 살에 소학을 읽고, 다섯 살 나이에 사서삼경을 떼고…. 뭐 이런 이야기가 바다 건너에서 살았던 이 뮤지션에게도 어울릴 이야기가 되는 거라고요.

바로 럭키 피터슨(Lucky Peterson)이랍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가졌던 천재적인 재능도 있었지만, 주변 환경에 따라 천재성을 더 탄탄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좋은 예를 보여준 경우예요. 그의 아버지 제임스 피터슨이 꽤 실력 있는 블루스 가수였으며, 쟁쟁한 뮤지션들이 정기공연을 하는 클럽의 주인이기도 했어요. 그 클럽에는 밤마다 버디 가이, 머디 워터스, 코코 테일러 같은 전설적인 블루스 뮤지션이 공연을 했는데, 그런 대단한 무대를 말 배우기 전부터 놀이터 삼아 매일 보고 지냈으니 뭐 말 다한 거지요.

그러던 어느 날 아장아장하면서 클럽 안을 누비고 다니던 그 꼬마가 무대 위에 있던 악기를 이것저것 건드렸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뭔가 예사롭지 않았던 모양이지요? 재빠르게 그의 아버지는 ‘내 아들이 천재였구나!’라는 확신을 갖고 직접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했더랍니다. 그랬더니 상상 이상의 재능이 나오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세 살 때부터 무대에서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듣는 사람들이 ‘이 건 애가 연주하는 것이 아니고, 누군가가 뒤에서 연주하고 있는 거다’라는 믿지 못할 반응이 이어졌고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전설적인 작곡가이며 프로듀서인 윌리 딕슨(Willie Dixon)이 이런 천재를 어떻게 가만히 둘 수가 있겠느냐면서 여기저기 소문을 내기 시작했고, 급기야 다섯 살 때 음반을 내놓게 된 거예요. 그리고는 여덟 살 때부터 여러 뮤지션들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무대에서 연주를 했답니다. 불과 열일곱의 나이에 밴드의 리더가 되었으며 에타 제임스와 바비블루밴드 같은 쟁쟁한 뮤지션들의 세션맨으로도 활동했으니 그에 대한 주변의 기대가 얼마나 컸겠어요.

사실 어려서부터 주목을 받는 경우 성인이 되면서 부담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러나 럭키 피터슨은 게으름 피우지 않고 꾸준하게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 가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어요. 하지만, 즐기는 장르가 블루스였던지라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것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2020년 5월에 세상을 떠났거든요. 우리나라에는 2016년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발에 참가해서 그나마 이름이 조금 알려졌고, 또 블루스맨인 아버지와 함께 듀오 앨범을 발표해서 토픽으로도 조금 알려진 것이 다행이다 싶어요.

그의 음악을 들어보면 로큰롤, 가스펠, 심지어 랩까지 다루는 다양성을 보여주지만 음악의 기초가 되었던 블루스는 모든 음악의 밑바탕이 되고 있음을 명확히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자기만의 색채를 드러낸 럭키의 음악은 한국에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확 와서 닿기까지 시간이 필요할거에요. 하지만 그가 다른 뮤지션의 음악을 재해석한 것을 들어보면 달라도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빨리 받게 되지요. 이 천재가 부른 유명한 곡 중에서 하울린 울프가 먼저 내놓아 알려진 ’Who Been Talking‘을 들려드립니다. 여러 가수와 연주자가 부르고 연주했던 잘 알려진 곡인데, 단연 럭키 피터슨이 원곡을 뛰어넘는 최고라고 소개하면서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럭키 피터슨의 ‘Who Been Talking’ 들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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