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예로부터 해가 바뀌면 한해의 운세를 점쳐 좋으면 좋은데로, 나쁘면 조심스런 행동거지로 액운을 막는 풍습이 전해져 왔다. 사실상 갑신년 원숭이 해를 시작하는 것은 음력 정월 초하루에 해당하는 설날로부터 시작이다. 본지는 갑신년을 열면서 자신의 운세를 짚어보고, 더불어 국내인을 비롯한 세계 유명인들의 한해 운세를 통해 국제 정세를 예측 해 보는 지면을 마련했다.
이 지면은 용인에 거주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이재운 선생이 특별기고 해주셨다. -편집자-

세계 지도자들의 바이오코드로 본 2004년 국제 정세 예측
2004년이 신년(申年)이니 이 작용에 따라 국제 정치 질서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해 본다.

2003년에 반미세력에 둘러싸여 있던 노무현 대통령(戌申)이 미국과 그럭저럭 지낸 것은 부시(戌午)의 생월기 오(午)와 노무현의 생월기 신(申)을 2003년 미(未)가 오미신(午未申)으로 다리를 놓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2003년 1월에 이미 예측을 해서 발표했었고, 결과적으로 사실과 일치했다.
그러면 2004년은 어떻게 될까. 오신(午申) 사이에 낄 미(未)는 사라지고, 대신 노무현의 생월기 신(申)이 더 강화된다. 그러면 2003년과 같은 우호적인 분위기는 많이 떨어지고, 노무현이 자기 목소리를 더 높이 내게 된다. 제국(帝國)을 자임하는 미국 대통령보다 한국의 대통령이 목소리를 더 높이 내게 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분쟁을 의미한다. 북핵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를 2004년으로서 매우 위험한 상황이 조성되고, 이것이 모든 갈등의 원인이자 출발점이 될 것이다.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巳巳)는 부시(戌午)와 생년기가 비록 사술(巳戌)로 만나기는 하지만 생월기가 블레어 사(巳), 부시 오(午)로 역시 2003년에는 미(未)가 끼어들어 사오미(巳午未)로 좋은 관계를 이루었다. 하지만 2004년에는 블레어의 생년기가 신(申)을 만나 신사(申巳)로 합을 이룬다. 역시 자기 목소리가 커진다. 준비가 튼튼하면 지지를 계속 받을 수 있지만, 자칫 방심하다가는 큰 저항에 부닥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의 재선 문제가 여러 지도자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아직 상대 후보가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는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바이오코드는 철저히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를 다루는 6자 회담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러시아의 푸틴(辰酉)은 어떨까. 그 역시 올해 대선을 치러야 한다. 정식 게임을 치른다면 상대 후보와 관계를 분석해서 예측해야 하겠지만, 그는 분명 반칙을 할 것이다. 왜냐하면 코드 자체가 합(合)을 이루는 경우에는 부하들이나 측근들이 건의하는 것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고, 그것이 비록 범죄나 불법이라도 별 생각없이 받아들이는 성향이 많기 때문이다. 그 자신은 무엇이 잘못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오로지 결과만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러시아 국내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의 부시 등 서방 지도자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푸틴은 재선 이후에는 행보를 달리할 수 있다. 그 자신이 위대한 러시아 부활을 위해 앞장설 것이고, '다시 한번!' 하면서 세계 강국이 되겠다는 정책을 도발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그럴 경우에는 부시와 부딪치게 되고, 부시가 대선에 성공한다면 머지 않아 미국과 러시아간에 긴장이 조성될 수도 있다.

중국은 어떨까? 일단 장쩌민(寅申)은 세력이 약화될 것이다. 비록 후진타오(午子)를 주석으로 세우긴 했지만 장쩌민은 본인의 문제로 하는 수없이 정치적 영향력을 놓아야만 할 것이다. 시절 기운을 이겨낼만한 기운이 그에게는 남아 있지 못하다. 조용히 물러날지, 한번 더 일어서려다 주저앉을지는 그의 선택에 달려 있지만, 어쨌든 결과는 같다.

후진타오는 정권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더욱 더 전면에 나서게 될 것이다. 그는 북핵 문제도 올해부터는 더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나설 것이다. 중국이 핵우산을 펼쳐 북한을 보호해주는 건 좋지만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핵무기가 코앞에 존재하는 것은 후진타오로서는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다. 미국이 나서지 않아도 후진타오 스스로 핵무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지도 모르고, 미국보다 더 적극적일 수도 있다. 특히 북핵 문제를 구실로 일본이 군사대국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후진타오는 소매를 걷어부쳐야만 한다. 그럴 경우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대북 관계를 더욱 더 긴밀하게 가져갈지도 모른다. 적어도 중국과 미국, 일본은 러시아에게는 잠재적인 적국이고, 라이벌이기 때문에 그 한 가운데에 친러시아 정권으로서 김정일(午寅)을 박아놓고 싶을 것이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본 북한이란 케네디 시절의 쿠바보다 더 가치있게 보일지도 모른다.

후진타오(午子)와 김정일(午寅)의 관계는 그다지 나쁘지는 않은데, 다만 후진타오의 생월기인 자(子)와 김정일의 생월기인 인(寅) 사이에는 축(丑)이 있어야 자축인(子丑寅)으로 교류가 잘 되는데, 2003년에는 그렇지 못했다. 왜냐하면 두 사람 사이에 필요한 축(丑)을 2003년 미(未)가 충(沖)으로 밀어내기 때문이다. 2004년에는 그러한 미가 사라지긴 하지만, 김정일의 행동이 지나치게 과격해지기 때문에 후진타오는 이를 마땅치 않게 보고 나름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는 2003년은 죽을 맛이었을 것이다. 생월기 축(丑)이 2003년 미(未)와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거에서 세가 줄어들고 총리직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2004년에는 이러한 충돌 에너지가 줄어들고, 소신을 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특히 그는 자신의 코드 사축(巳丑)을 소통시킬 기운으로 유(酉)가 필요한데, 그것은 세계 정세를 읽고 그에 대처하는 통찰력이다.

고이즈미가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그에게는 큰 행운이 몰려가고 있다. 우선 이라크에 참전함으로써 그는 일본내 우익세력들을 고무시켰고, 군사대국화의 길에 한 발 더 나아가게 된 것이다. 또한 북핵 문제를 자꾸만 부각시켜 자신들의 핵무장을 공공연히, 은근슬쩍 틈나는 대로 강조할 것이다. 자위대가 이라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랑스런 모습을 연일 텔레비전에 내보내고, 태평양 전쟁 때 미국을 상대로 한판 붙었던 옛 추억을 떠올리는 항공모함, 군대 사열 장면, 레이더 시설,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미사일과 전투기 등을 자주 보여주어 자신들이 다시 한번 태평양 전쟁을 치를 수도 있다는 긴장감을 일부러 조성할 수도 있다. 그러기에 강대국으로 치닫는 중국과 가끔 신경전을 벌여 일본 역시 대등한 군사 강국임으로 과시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머지 않아 조어대 분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중국과 큰 분쟁이 생기는 것은 일본으로서는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대중국 수출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살아나는 경기를 일부러 죽일 이유는 없다. 그러나 더 다급한 것은 중국이다. 일본의 도움 없이는 중국 경제의 비약은 불가능하고,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은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고이즈미는 자신이 살 길이 우경화 정책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그리 치달을 것이다. 그는 정말 총리를 오래도록 하고싶은 집착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그 자신은 지지 기반이 확고해지지만, 우리나라나 국제 질서에는 상당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북한의 김정일은 격정의 한 해를 보내야만 한다. 세계의 이목이 자신에게 집중될 것이고, 북핵 문제는 이제 미국 대외 정책의 1순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쯤 당장이라도 폭격기를 띄워 평양을 바그다드 시내처럼 폐허로 만들어버리고 싶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있는 한 그러지 못한다. 또 노무현 정부도 이것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해상 봉쇄 정도는 가능하다. 핵무기 생산을 막기 위해 봉쇄한다는 명분을 내걸면 중국도 러시아도 크게 대꾸할 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경제난은 더욱 더 가중되고, 위기에 몰린 김정일이 핵을 무기로 쓸 위기 상황이 되는 듯싶으면 중국과 러시아도 불안감을 느낄 것이라고 부시는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이 해상 봉쇄에 일본은 또 얼마나 제 집 일인 것처럼 열심히 도와줄 것인가. 최첨단 군사 시설을 총동원하여 일본은 북한을 이중삼중으로 막겠다고 나설 것이다.

김정일에게 가장 큰 불행은 중국이 장차 북한을 애지중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보기에 북한은 이미 전략적 가치를 상실한 땅이다. 중국 핵심세력들은 어쩌면 한반도 통일을 원하고 있을지 모른다. 남한이 지금은 일본, 미국과 굳게 결속하고 있지만, 통일한국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고 그들은 볼 것이다. 실제로 통일한국은 지금처럼 굳이 미국과 실과 바늘처럼 지내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 그동안은 미국 시장이 탐나서 굽실거려야 했지만 중국 시장이 더 커져가고 있고, 우리로서는 아메리칸 드림이 아니라 차이나 드림을 꿔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더구나 중국은 전통적으로 역사적으로 한국이 일본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조선이 아니었다면 임진왜란 때도 명나라는 도요토미에게 넘어갔을 것이고, 지난 일제 식민지 시절에도 조선 때문에 그나마 중국에 대한 침공이 늦어졌고, 조선 때문에 왜구들이 중국을 덜 괴롭혔다고 믿을 것이다. 일본은 중국 역사에 도움이 된 적이 한번도 없었고, 오로지 폐만 끼치는 나라였다. 역사 인식이 투철한 중국인들로서는 중국을 대신해 그 일본을 막아줄 나라로 한국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또 한국은 일본의 첨단 기술을 바짝붙은 기술대국이고, 자신들이 성장하는 데는 일단 한국의 첨단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남북정상회담 성사땐 폭발력

이런 역사 인식이 중국 지식인 사이에는 상식으로 자리잡았고, 이것이 언젠가는 정책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 시점이 바로 북핵 문제와 맞물린다면 우리나라의 통일은 전적으로 중국의 도움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반대하는 한 우린 통일할 수 없다. 일본은 어차피 통일을 꺼리는 형편이고 보면 중국의 도움이 전적으로 필요하다. 이 기회가 아니면 통일의 기회는 정말 요원하다. 이런 점에서 후진타오(午子)는 역사 공부를 통해 한국을 이해할만한 인물이라고 보인다. 물론 우리를 여전히 속국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거야 그 나라 사람들의 자유다.
우리 일이 남의 나라 손에 달려 있는 듯보이긴 하지만 세상일은 크든 작든 관계(關係)를 무시하고는 아무 것도 안된다. 혼자서는 작은 일 하나도 해내기 어렵다. 반드시 세를 형성해야 하고, 그 세는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戌申)이 김정일(午寅)을 만날 수만 있다면 좋은 구도를 만들 수 있는데, 그것이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김정일의 오인(午寅) 코드를 소통시키는 게 술(戌)인데, 이렇게 인오술(寅午戌)로 소통하기 위해 두 사람이 꼭 만났으면 좋겠다. 그것이 남북 문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을 더 원하는 것은 김정일 쪽이다. 따라서 꾀많은 노 대통령이 4.15 총선을 앞두고 부랴부랴 추진하지만 않는다면, 시간을 갖고 여러 가지 준비를 잘 해서 만난다면 아주 좋을 것이다.

어찌 됐든 두 사람이 만나기만 하면 김대중-김정일 회담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남북관계 진전이 있을 것이다. 김대중(亥丑)과 김정일(午寅) 사이에는 생년기가 해오(亥午)로 엇갈리게 만나기 때문에 서로의 개인적인 이해관계로 만났을 뿐이지 생산적인 것은 나올 수가 없다. '통큰' 김정일이 볼 때 김대중 전대통령은 지나치게 조심성 많은 깐깐한 노인네일 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정세를 아무리 논한들 국내 정세는 혼미를 거듭할 것이기 때문에 2004년 4월까지는 관전하기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술수와 술수, 계략, 책략, 꾀, 배신, 이간, 모략, 전술…. 눈을 감아도 감을 수 없을 것이다.

/소설가 이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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