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조례추진연대회의 결성…112개 지자체 조례 시행중
인구 80만명 이상 대도시 중 용인ㆍ청주시만 조례 없어

경기 용인시가 인권 기본조례를 입안하고도 2년 넘게 시의회에 제출하지 못하자, 장애인·이주민·노동 관련 단체 등을 중심으로 인권 기본조례 제정운동에 나섰다.

용인이주인권센터, 용인장애시민파워, 용인비정규직상담센터 등 시민단체들이 인권 조례 제정 논의를 위한 물꼬를 트기 위해 최근 용인시인권조례추진연대회의(아래 연대회의)를 구성한 것이다.

용인시는 2018년 11월 1일 시민의 인권보장과 인권의식 향상을 위한 시장의 책무와 인권 침해 시민에 대한 구제 조치 의무화 등을 담은 ‘용인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인권조례 제정에 반대하며 입법예고 기간 반대의견이 7000여건 제출됐다. 이듬해 1월에는 용인시기독교총연합회 임원이 감사관을 면담하며 인권 조례 제정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등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자 인권 조례는 사실상 유야무야 됐다.

용인장애시민파워 관계자가 2019년 9월 감사관을 면담하고 인권 조례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조례 추진을 위한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 기독교 단체의 조직적인 반대가 워낙 거세 전국적으로 인권 조례 제·개정이 난관에 부딪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용인시가 입안한 인권보장 및 증진 조례안 취지는 시민은 인권을 존중하는 지역사회를 실현하는 주체로서 시의 정책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한 것이다. 

연대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고기복 용인이주인권센터 대표는 “시가 입법예고한 조례안에는 시민의 인권 보장과 인권의식 향상을 위한 시장의 책무를 명시해 시민이 인권침해를 받았을 때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인권과 다양성, 민주주의 증진과 실천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비록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책무를 시장과 인권위원에게 부과하지 않고, 시민에게 강제하는 듯한 항목이 있는 등 미흡한 점이 없지 않았지만 보편성, 천부성, 불가침성, 항구성이라는 특징을 갖는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조례가 만들어진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보고 시민사회는 환영했다”면서 “용인시가 시민인권보장 증진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분야별 인권증진 과제 현황과 추진 전략, 사회적 약자 인권에 관한 사항과 사업추진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 등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조례안 추진이 무산된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시민단체 등이 입법예고와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쳤음에도 추진되지 못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제정운동에 나선 배경이다.

전국 250여개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인권 조례(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인권 증진 조례, 인권 기본조례 등)를 제정한 도시는 112곳에 이른다. 인구 80만명 이상 대도시 8곳 중 인권 조례가 없는 곳은 용인시와 충북 청주시 등 2곳 뿐이다.

특례시를 앞둔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중 인권 기본조례가 없는 곳은 용인시가 유일하다. 수원시의 경우 지난해 6월 인권 기본조례를 개정한데 이어 올해 2월에는 시행규칙을 마련했다.

이와 관련, 용인시 감사관 관계자는 “기독교 단체의 반대가 심해 정부의 인권기본법 제정 추이를 보고 조례 제정을 추진하다보니 지연됐다”며 “국가인권위의 인권교육원이 들어서는 등 늦은 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인권센터 설치 등 인권조례 제정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