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농장에서 농장 부부와 함께했던 필자.

파란 하늘 아래 따사로운 햇살이 산 중턱에 내려앉으면 빨갛고 노란 커피 열매들이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민다. 그렇게 옹기종기 모여 있는 나무 사이로 여러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필자들이 봄에 방문했던 한 커피농장 모습이다. 나무 사이를 비집고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보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잘 익은 커피체리를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손으로 따 바구니에 넣으며 미소와 함께 바구니를 보여줬다. 그렇게 수확한 커피체리(Coffee Cherry)는 과육을 제거하는 가공을 거쳐 우리가 알고 있는 커피 생두로 옷을 벗는다. 필자들이 앞서 소개했던 커피의 ‘향미’에 대한 글을 본 독자들이라면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예상할 것이다. 커피 품종에 따른 재배와 가공은 커피 향미를 결정짓고, 나아가 한해 농사에 대한 가격을 결정짓는 부분이기에 필자들은 커피가 나무에서 열매로 시작해 하나의 생두가 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커피나무는 꼭두서니과 코페아(Coffea)속에 속하는 다년생 쌍떡잎식물이다. 재배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2년에서 3년생이 됐을 때 하얀색 꽃을 피우고 열매를 처음 맺는다. 커피체리는 녹색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란색이나 빨간색으로 성숙하는데, 이는 재배 환경과 품종에 따라서 다르다. 일반적으로 짧게는 7개월에서 길게는 11개월까지 익어가는 시간이 다르다. 그렇다 보니 어떤 지역은 기후에 따라서 1년에 2번 수확하는 곳도 있다.

현재 커피나무는 대략 50종가량이 있다. 커피를 재배하는 국가와 협회에서 연구기관을 둬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새로운 품종을 개량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커피를 재배하는 국가들은 적도를 중심으로 남위, 북위 25~28도에 걸쳐져 있다. 커피 재배가 가능한 국가들이 적도를 중심으로 형성돼 띠를 두른 것처럼 보여 이 지역을 두고 커피벨트 또는 커피존이라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지구 온난화와 기술의 개발로 커피존이라는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이다.

예전에 TV를 시청하다 커피 광고에서 이런 문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라비카 100%로 만듭니다” 여기에서 아라비카는 품종의 명칭이며, 커피나무에서 원종에 속한다. 코페아 아라비카(Coffea Arabiaca), 코페아 카네포라(Coffea Canephora), 코페아 리베리카(Coffea liberica)라고 3대 원종이 있으며, 여러 품종이 여기에서 파생됐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코페아 리베리카의 경우 재배하기에 조건이 좋지 않고 향미 또한 특징이 없어 대부분 2대 원종인 코페아 아리비카와 코페아 카네포라만을 기억한다. 코페아 카네포라는 카네포라보다 로부스타(Robusta)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카네포라의 80% 이상이 로부스타 품종이다 보니 카네포라로 불리기보다 로부스타로 불리고 있다. 전 세계 수확량으로 본다면 단연 아라비카 커피가 70~80%로 가장 많고, 로부스타가 나머지를 차지한다.

아라비카는 로부스타에 비해 고지대에서 재배되며 병충해에 약하고 재배조건이 까다롭다. 하지만 향미가 좋고 카페인이 1.4% 정도로 적다보니 아라비카를 선호한다. 반면 로부스타는 병충해에 강하고 재배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저지대에서 많은 생산량을 보인다. 재배 조건은 좋으나 아쉽게도 아라비카에 비해 향미가 크게 떨어지고 쓴맛이 강하다. 카페인 성분이 아라비카에 비해 2배정도 높아 대부분 인스턴트 커피에 사용되며 가격이 대체적으로 저렴하다 보니 저가형 커피에 사용돼 왔다. 하지만 요즘 로부스타 품종도 많이 개량돼 좋은 품질의 값비싼 로부스타도 늘어나는 추세다.

앞서 커핑(Cupping)에서 향미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향미는 품종에 따라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일부 체리에서 과육을 제거하는 가공 과정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가공 과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수확한 체리를 세척한 후 선별 과정을 통해 이물질을 제거하고 잘 익은 체리만을 선별한다. 과육(외과피)은 대표적인 방식인 건식법과 습식법을 통해 제거한 뒤 이를 발효 및 건조시킨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하얀색과 옅은 노란색을 띄며 약간 딱딱한 껍질이 감싸고 있는 내과피 즉, 파치먼트(parchment) 상태가 되며 가공 과정은 끝이 난다. 이렇게 가공 과정을 거쳐 파치먼트 상태로 보관하다가 판매가 이뤄지면 마지막 단계인 큐어링(Curing)을 통해 딱딱한 파치먼트가 제거되며 우리가 알고 있는 생두가 완성되는 것이다.

위에 언급한 건식법과 습식법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커피체리를 가공하는데 대표적으로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먼저 건식법은 물이 풍족하지 않은 지역이나 소규모 농장에서 대부분 가공방식을 채택해 사용하는 방법으로 자연적인 가공이라고 할 수 있다. 건식법은 가장 오래된 가공 방식이며 기계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수확한 커피 체리를 세척한 뒤 키질을 통해 잘 익은 체리만 남기고 걸러낸다. 이어 나무로 지지대를 세우고 돗자리를 연결한 듯 해놓은 파티오(Patio) 위에 널어놓거나, 깨끗한 바닥이나 콘크리트에 널어 햇빛을 이용해 자연건조 시킨다. 일조량으로 인해 과육은 수분을 상실해 벌어지고 파치먼트가 모습을 드러내며 두 번의 건조 후 파치먼트 상태로 만날 수 있다.

습식법은 건식법에 비해 시설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보다 깔끔하고 좋은 품질의 커피를 얻을 수 있어 물이 풍부한 지역이나 대규모 농장 및 가공소, 스폐셜티 커피를 지향하는 농장에서 사용한다. 습식법은 수조에 커피체리를 넣고 물에 가라앉는 잘 익은 체리만을 선별한 뒤 과육을 제거하기 위한 설비를 통해 과육을 제거한다. 그 다음 점액질을 제거하기 위해 발효 과정을 거친 뒤 마지막으로 물로 세척을 하면 파치먼트를 얻을 수 있다.

결국 커피의 향미와 연관된 두 가공방식에 대한 차이는 물로 가공함으로써 발효과정에서 오는 향미 발현과 독특하며 깔끔한 산미가 만들어 지는 습식법, 햇빛의 건조를 통해 과육이 수분을 잃으면서 과육이 가지고 있던 단맛과 향미 성분을 생두로 보내 더 많은 특징이 발현되는 건식법, 이 두 방식의 차이에서 만들어 지는 향미를 느껴보는 것도 커피를 즐기고 이해하기에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음 호에는 좀 더 발전된 가공 방식과 생두가 어떤 기준을 통해 등급이 정해지고 가격이 책정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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