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팔아 시낭독회 프로젝트 기획
지난해 16차례 독자와 만남 가져

이웃인 주영헌 시인(왼쪽)과 김승일 시인은 지난해 1월부터 우리동네 이웃 사촌 시낭독회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고 있다.

서가에 시집 한 권 꽂혀 있지 않은 가정도 적지 않을 것이다. 시는 어려운 문학이라며 멀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살기도 만만치 않은데 시집 읽을 시간이 어딨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시를 가까이 하지 않은 저마다의 이유와 사정이 있고 이로 인해 시는 대중적이지 않은 문학이 됐다. 이런 편견을 깨고 독자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시인이 있어 눈길을 끈다.

용인에서 활동 중인 처인구 이웃사촌 겸 동료 주영헌·김승일 시인이다. 주 시인은 일상에서 따듯한 소재를 서정시로 표현한다면 김 시인은 학교 폭력 등 사회적인 문제를 저항적인 시로 담고 있다. 이처럼 시를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독자와 만남에 대한 열망은 같았다.

시인이 발품 팔아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두 시인은 동네서점에 일일이 문의하면서 시낭독회 무대를 넓혀갔다. 이렇게 시작된 프로그램이 ‘우리동네 이웃사촌 시낭독회’(아래 ‘우이시’)다.

지난해 1월부터 용인을 비롯해 서울, 수원, 청주 등 전국 곳곳의 동네서점을 다니면서 독자와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은 앞으로도 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더 많은 독자와 만나고 싶단다.

김 시인은 “시낭독회가 몇 명의 시인에게만 고착된 문화였다. 시낭독회 주체한테 부름을 당해야 낭독회를 개최할 수 있었는데 우리는 직접 발품을 팔아 해보자고 했다”라며 “동네서점 대표님들이 흔쾌히 허락을 해주시고 독자분들도 반응이 너무 좋더라. 우리가 오히려 힘을 얻고 위로를 받을 때도 많다”고 설명했다.

주영헌 시인은 “시인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독자와 소통하면서 얻은 것들이 너무 많더라.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하면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낭독회 가기 전날엔 그 설렘과 기대감이 엄청나다”면서 ‘우이시’를 통해 원동력과 영감을 얻는다고 밝혔다.

‘우이시’는 두 시인의 시를 낭독한다는 기본 원칙은 있지만 서점과 독자의 성향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그만큼 두 사람의 호흡이 중요하다. 김 시인은 “합이 정말 잘 맞는다. 내가 부족한 면을 주영헌 시인이 갖고 계시니까 서로 보완이 되면서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다”면서 “혼자 시낭독회를 했다면 이렇게 오래 못했을 것이다. 너무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16차례 연 ‘우이시’를 통해 독자를 만난 두 사람은 시를 쓰고 싶어 하는 독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는 열망을 포착한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땐 독자들께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지금은 시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고 위로를 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는 주 시인은 앞으로 시낭독회를 늘리는 것은 물론 시 창작 수업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를 함께 창작하고 낭독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이시’는 시인, 독자뿐만 아니라 동네서점에도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주기적인 시낭독회를 통해 동네서점은 이웃들 정이 넘치는 ‘마을 사랑방’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두 시인의 간절함과 진정성으로 완성된 ‘우이시’가 더 많은 지역에서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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