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례시 용인, 관광도시를 모색한다

2019년 옛 경찰대 부지에서 열린 도자기 체험마당을 찾은 어린이들이 체험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인구 110만 돌파를 앞둔 경기 용인시는 수원시 다음으로 경기도에서 인구가 많은 대도시로 성장했다. 용인시는 수원, 고양, 창원시와 함께 특례시 승격을 확정 지어 내년 특례시로 발돋움한다. 이에 시는 특례시에 걸맞은 기반 마련이 절실한 상황으로 문화·관광 분야도 마찬가지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015년~2019년 4년 간 용인시 방문객 가운데 약 86%가 용인에버랜드, 한국민속촌, 캐리비안베이, 양지파인리조트 등을 방문했다. 이 자료를 분석해 보면 일부 관광지 및 문화에 대한 의존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지역특산물·전통역사 등 유형별로 특화해 성장시킨 문화 축제 및 관광지도 있지만, 홍보 부족으로 시민들 방문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특례시를 앞둔 4개 시 중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 및 문화 콘텐츠가 없는 곳은 용인이 유일하다. 고양시의 경우 해마다 고양국제꽃박람회를, 창원시는 진해 벚꽃 축제를 열고 있으며 방문객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원시도 관내 문화재 화성을 내세운 수원화성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수원시에 따르면 2019년 '제56회 수원화성문화제'를 찾은 방문객은 73만여명이었다. 

3개 시는 향토자산을 활용해 지자체 대표 축제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반면 용인시는 2019년 처인성문화제, 포은문화제, 용인예술제, 보정동카페거리축제 등 총 15개 축제를 열었지만, 아직 용인을 대표할 만한 이렇다 할 문화 콘텐츠가 없다.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용인에는 향토자산과 관광자원을 비롯해 교통 등 훌륭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토대로 자족형·생활형 문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용인시정연구원 부숙진 연구원은 “이를 적극 활용해 용인만의 특색을 가진 문화 콘텐츠 발굴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문화자원 기반 ‘우수’ 활용 방안은?
용인시는 2020년 기준으로 국보 4종을 포함해 서리고려백자요지 등 국가지정 문화재 63종, 심곡서원 등 경기도지정 문화재 57종, 향토 문화재 59종을 포함해 총 179종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3개 구별로 골고루 분포돼 있는 편이며 처인성, 심곡·충렬서원·양지향교, 한산이씨 음애공파 고택 등은 지난해 문화재 활용 공모사업 3개(생생문화재, 향교·서원활용, 고택·종갓집 활용) 부분에 선정되기도 했다. 석기시대 선돌부터 삼국, 고려, 조선, 일제강점기까지 시대도 다양하다. 한 도시에 이처럼 여러 시대의 유물이 발견된 곳도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문화기반 시설도 고루 갖춘 편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전국 문화기반 시설 총람에 따르면 용인 내 주요 문화시설은 41곳(공공도서관 17곳, 박물관 14곳, 미술관 5곳)에 달한다. 관내 문화재 및 시설 기반은 훌륭한 편이지만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시는 처인성, 서리고려백자요지 등을 복원해 용인 대표 문화 관광지로 조성할 계획임을 밝혔지만 사업 진행이 더딘 상태다. 

용인고려백자연구회 조광행 이사장은 “용인에서 발굴된 도자를 토대로 문화 축제 등을 열지 않는 게 아니다. 2015년부터 6번 행사를 개최했지만 민간단체 주도로 하다 보니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라며 “시가 문화 콘텐츠 발굴과 기획에 의지와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느냐. 하지만 이런 관심을 갖는 시 관계자가 없는 것 같다. 민관단체가 주도하고 기획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서리고려백자를 우리나라 최초로 생산한 가마터가 용인에 있음에도 이천시가 한 발 빠른 대처로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개최를 이천시에서 시작하게 됐다. 이에 용인시는 도자 제작이 직접 이뤄진 곳이라는 도자 도시 정통성을 내세워 ‘도자 체험 교육’에 초점을 맞춰 행사를 개최해야 한다고 조 이사장은 제안했다. 

그는 “용인은 아직 발굴되지 않은 가마터만 70여곳이 넘는다. 도자 역사의 정통성을 가진 곳이란 증거 아니겠느냐”면서 “옛 자료나 역사를 조사해보면 지금 도자 도시로 알려진 곳 가운데 도자를 직접 제작하지 않고 유통만 한 곳도 있다. 용인은 이런 강점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두천소요단풍문화제 /사진 경기도

도자체험장을 기반으로 옛 방식 그대로 도자를 제작하는 등의 체험과 교육에 집중해 도자 도시로 알려진 기존 지역과 차별성을 나타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도자와 더불어 고려시대 유물로 알려진 처인성과 서봉사지 등을 함께 활용해 ‘고려시대 문화 축제’를 기획하자는 것이다. 고려시대 유적은 흔치 않은 역사적 자산으로 그 유물들이 용인시 곳곳에 포진돼 있다. 이를 용인시 정체성으로 확립해 부각시켜야 한다는 게 조 이사장의 주장이다. 

실제로 이런 유적을 활용해 지역 정체성을 만든 곳이 있다. 경기도 구리시와 남양주시로 각각 고구려와 선사시대 유적을 지자체 대표 문화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구리시의 경우 고구려 유물이 다수 발견된 아차산 자락에 고구려 대장간 마을을 조성해 지역의 명소로 만들었다. 다수의 드라마 촬영은 물론 타 지역 방문객들도 흔치 않은 고구려 유물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아차산 일대 조성한 고구려 역사공원 개장도 올해 앞두고 있다. 이렇듯 구리시는 시에서 발견된 유물과 고장의 역사를 적극 활용해 구리시 문화·관광의 정체성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용인시정연구원 부숙진 연구원은 “처인성, 할미산성, 서리고려백자요지 등 현재 시가 보유하고 있는 문화자원의 잠재성과 우수성은 높은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라며 “다만 문화와 관광부문에 대한 지원이라는 것이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예산이 우선 수반돼야 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므로 중단기적, 또는 장기적 계획에 근거해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안산 김홍도 축제 /사진 경기도

◇친근한 생활 속 문화 콘텐츠 발굴 필요
용인시정연구원은 지난해 9월 일주일 간 용인을 방문한 전국 19~69 남녀 1039명을 대상으로 용인 관광진흥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용인 방문 시 가장 만족한 점에 대해 48%가 ‘관광자원 우수/다양성’을 꼽았다. 용인 관광의 가장 큰 매력에 대해서는 ‘수도권 접근 용이’(45%), ‘아름다운 자연자원’(20%), ‘다양한 문화관광자원’(19%) 순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를 분석해 보면 용인은 우수한 문화관광자원을 보유한 ‘도농복합도시’이며 사통팔달 교통 요충지로 접근성이 뛰어난 곳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경기도 내에서 대학교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풍부한 인적자원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 같은 용인시 강점을 관광·문화 상품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부숙진 연구원은 지적했다.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지는 힐링도시를 방향으로 체류형 관광·문화 콘텐츠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용인까지의 접근이 편리하기 때문에 이 같은 친근한 생활 속 문화관광 상품이 용인시민은 물론 타 지역 방문객들도 유입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조성된 처인구 양지면 일대 ‘청년 김대건길’이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김대건이라는 역사적 인물의 이야기를 길로 만들어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 길을 걸음으로써 순례자는 종교적 의미를 되새기고 일반 시민의 경우 치유할 수 있도록 걷기여행 연계코스를 제공해주고 있다. 또 청소년은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코스로 교육지원청과 연계해 체험학습도 가능하다. 특히 코로나19 시대에 적합한 문화 콘텐츠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부 연구원은 “충남 당진의 버그내 순례길 등 타 지역의 순례길 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지금이라도 은이성지를 중심으로 시가 청년 김대건 길 활성화에 주도적인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모습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특히 청년 김대건 길과 연계한 힐링 코스 개발이나 문화·관광상품화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비대면 환경에서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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