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개암나무 수꽃과 암꽃, 회양목 꽃, 생강나무 꽃

며칠 전 약속이 있어 잠시 외출했다. 우리는 함께 점심을 먹고 내가 사는 동네를 산책했다. 친구는 “와, 진짜 예쁘다! 이 꽃 이름이 뭐예요?”라고 물었다. 봄이 오면 지천에 피는 하늘을 닮은 파란색 꽃잎이 너무나도 예쁜 큰개불알풀이었다. 날씨가 조금이라도 따뜻해지면 키 작은 봄꽃들이 앞 다퉈 핀다. 그냥 지나치면 잘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소중하게 들여다봐야 보인다. 꽃다지도 노란 꽃을 피워내고, 냉이는 하얀 꽃을 피웠다. 그 추운 2월에도 양지바른 곳에서 별꽃은 하얀 꽃을 피우고 있었다. 민들레도 꽃대를 높이지 못한 채 노란 꽃을 피웠다. 보라색 제비꽃도 보였다. 길가 양지바른 곳들은 봄꽃 천지였다. 대부분은 두해살이풀이나 여러해살이풀들이었다. 겨울을 땅바닥에 딱 붙어 이겨내고 이른 봄 남들보다 먼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다른 풀들이 자라기 전이라 아직 충분한 햇빛을 받을 수 있다. 냉이는 하트 모양의 열매를 맺고 있었다. 

숲의 3월은 아직 삭막하다. 숲 속의 봄은 개암나무의 축 늘어진 수꽃차례일 것이다. 반가워 달려가면 어김없이 아주 작은 자주색 말미잘 모양의 암꽃이 앙증맞게 피어 있다. 잎이 커지고 꽃들이 피기 시작하면 보이지도 않을 그 작은 꽃이 내 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기만 하다. 화단 산수유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면 숲에는 나무줄기와 잎에서 생강냄새가 나는 향기로운 생강나무 꽃이 노란 자태를 드러낸다.

산수유와 너무나 닮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산수유는 꽃대가 길고 꽃잎과 꽃받침이 합쳐진 화피(花被)가 6장이다. 하지만 생강나무는 꽃대가 거의 없다고 할 만큼 짧고 꽃잎도 4장이다. 산수유는 작은 꽃 하나하나가 좀 여유 있는 공간을 가지면서 동그랗게 모여 있다면, 생강나무는 작은 공처럼 모여서 달려 있다.

그렇게 다시 주변을 둘러보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회양목 꽃들이 보였다. 녹색 잎에 노란 꽃이 작게 꽃잎도 없이 매달려 있어 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 좋은지도 모른다. 예쁜 꽃들이 피기 전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일찍 피어나는 것일까? 아님 배고픈 꿀벌들을 위해 자신의 꿀과 꽃가루를 선물하기 위해서 일까? 요즘 회양목이 한창 꽃을 피운다.

회양목은 석회암 지대에 잘 자라는 키 작은 나무이다. 지금 한창인 꽃은 중앙 한 개의 암꽃을 여러 개의 수꽃을 둘러싸고 있다. 꽃에 비해 열매는 꽤 크다. 6~7월 열매가 익으면 우리는 그 열매로 부엉이를 만들어 보기도 한다. 회양목을 도장의 재료로 많이 이용한 까닭에 ‘도장목’ 또는 ‘도장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른 봄에 핀 봄꽃들은 작고 앙증맞다. 그래서 자세히 봐야 눈에 보인다. 자세히 보고 또 자세히 보면 그 꽃들이 그리 아름다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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