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향기는 복잡한 반응을 통해 만들어진다. /아이클릭아트

‘커피의 맛’에 이어 이번에는 커피가 가진 향미 중 ‘향’에 대해 얘기 하고자 한다. 커피의 맛을 얘기할 때 한정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표현하는 맛의 분류는 향에 의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커피가 입안으로 들어오면 혀로 감지하는 맛은 기본적으로 신맛, 단맛, 짠맛, 쓴맛으로 알려진 네 가지와 감칠맛(우마미)에 불과하다. 커피 용액의 향기화합물이 후각세포로 올라가 향을 느꼈을 때, 커피의 풍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식품마다 매력적이고 다양한 향을 지니고 있지만, 그 중 커피만큼 복잡한 향을 지니고 있는 식품은 소수에 불과하다. 커피의 가치를 정하는 데 있어 향은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커피의 향기는 복잡한 반응을 통해 만들어진다. 기본적으로 향은 생두가 지닌 특성에 의해 결정되지만, 생두 상태에선 풋내와 같은 단조롭고 매력적인이지 못해 커피와 동 떨어진 향을 지녔다. 이렇듯 생두의 특징을 이끌어내어 발현시킬 수 있는 것은 생두에 열을 가하는 커피 로스팅 과정을 거치면서이다. 로스팅 과정에서 고온과 고압(콩 내부의 기압은 25)을 통해 촉발되는 화학반응은 1000가지 정도의 휘발성 물질을 만들어 낸다. 생두에는 약 300개 정도의 휘발성 물질이 있는데, 이중 100가지 정도가 로스팅 중 소멸하며 650가지 정도가 추가 된다. 즉, 로스팅을 통해 완성된 원두에는 850개 이상의 휘발성 물질을 확인할 수 있다. 

커피 향기의 생성 원인에 따라 크게 분류하면 커피 열매가 자라나면서 효소작용에 의해 생성되는 향과 로스팅 공정과정 중에 발현되는 향으로 나눌 수 있다. 효소작용에 의한 향이란 커피가 유기생물로서 생체에서 일어난 화학반응을 통해 얻는 향을 의미한다. 간단히 말하면 커피 품종에 따른 씨앗의 잠재능력과 주위 환경에 의해 얻어진 향이라는 것이다. 이때 만들어진 향들은 커피가 지닌 향 중 가장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커피를 약하게 배전했거나, 갓 볶은 커피에서 자주 느낄 수 있다. 이때 느낄 수 있는 향은 꽃, 과일, 허브계열의 향이 두드러진다. 

두 번째로 로스팅 과정 중 당 성분이 단백질 등의 아미노기와 열에 반응하는 갈변작용이 있다. 대표적으로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 여기에 속하며, 이때 만들어진 매력적인 단향은 커피를 추출하거나 커피를 마실 때 느끼기 쉽다. 기본적으로 견과류, 캐러멜, 초콜릿 계열의 향이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건열반응에 의한 향은 로스팅 진행 후반부(강배전)에서 쉽게 발견되며 이종환상 화합물, 질소화합물, 탄화수소 화합물로 이뤄져 있다. 송진, 향신료, 탄내 계열의 향이 여기에 속하며, 로스팅이 더욱 진행될수록 탄화작용에 의해 향기가 소실된다. 

그러면 이렇게 발현된 향을 어떤 방식으로 느끼는 것이 좋을까? 커피 향의 총칭을 부케(Bouquet)라고 하며 와인에서도 동일한 의미로 쓰인다. 부케를 네 가지로 분류하면 프레그런스(Fragrance), 아로마(Aroma), 플레이버(Flavor), 에프터테이스트(Aftertaste)로 구분된다. 이는 커피가 가진 향기의 방향성을 느끼는 순서이자 커피가 가진 각 특징적인 향을 보다 쉽게 느끼기 위한 분류이다. 

먼저 프레그런스는 분쇄된 원두에서 느낄 수 있는 향기이다. 원두를 분쇄하면 커피 안에 있는 가스가 방출되며 가장 휘발성이 강한 향기를 뿜어낸다. 국가와 협회에 따라 ‘드라이 아로마’라고도 불리며 꽃, 허브, 스파이시 등의 향을 주로 느낄 수 있다. 필자들이 먼저 소개했던 커퍼(Cupper)가 입안에서 맛과 향 그리고 질감을 느끼는 방법인 슬럽핑과 스왈로잉과 마찬가지로 조금 더 세밀하게 프레그런스를 느끼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스니핑(Sniffing)이라고 부른다. 스니핑은 커퍼마다 방식에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커핑볼 안에 있는 분쇄된 원두를 살짝 흔들거나 볼을 두어 번 톡톡 치며 원두의 방향성을 키운 후 코를 볼 안에 대고 호흡을 짧게 한두 번, 깊게 한번 정도 들이마시며 향을 느껴보면 된다. 

아로마는 분쇄된 원두가루가 뜨거운 물과 접촉하면서 원두 입자 안에 있는 유기화합물중 향기성분이 증기와 함께 휘발되면서 맡을 수 있다. 간단히 추출한 커피 향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또한 웻 아로마(Wet Aroma)라고도 하며, 프래그런스에서 느끼는 향보다 휘발성이 약한 과일, 곡류, 시럽계열 등의 향을 맡을 수 있다. 플레이버는 맛과 향의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향기만을 놓고 봤을 때 입안에서 느껴지는 것을 뜻한다. 입안으로 들어간 용액의 향기성분들이 비강을 통해 느껴지기에 가장 많은 향을 느낄 수 있다. 이때 여러 가지 향이 복합적일수록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에프터테이스트는 커피를 마신 뒤의 잔향을 의미한다. 커피를 마시고 난 뒤에 다시 마시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 있는 기분 좋은 향이 지속돼야 좋은 여운이라 할 수 있겠다. 

커피를 취미나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는 데 있어 대부분은 향미 묘사에 많은 어려움과 거부감을 느낀다. 향기연습을 위해 많이 사용하는 아로마 키트를 처음 접해 본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아, 이거 맡아본 향인데”라는 말이다. 향기에 대한 경험이 있으나 그것을 언어화 하는 일이 능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 분명 느껴본 향이라도 쉽게 머리 속에서 떠오르지 않기에 고민하다 잘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커핑의 향미를 구별하기 위해선 많은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먼저 기존에 알고 있던 맛과 향을 다시금 맡아서 재점검해 보며 향기를 떠올리는 연상의 속도를 키워야한다.

커피 향기를 보다 명확히 느끼고 표현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이 있다. 첫째, 커피의 대표적인 향들을 명시해 놓은 커피 플레이버 휠(Coffee Flavor Wheel)을 활용하고 거기에 명시된 향들을 접한 뒤 표현해보는 것이다. 둘째, 향에 대한 표현을 명사화해야 한다. 커피에 대한 의견을 나눌 때 고소하다, 달콤하다, 시큼하다 등의 형용사적인 표현보다 구체적인 뉘앙스의 향을 명사화 해 표현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표현이 어렵다면 위에 말한 꽃, 과일, 견과류 등의 계열 중에서 먼저 생각하고 조금씩 가지치기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일계열의 감귤류, 거기에서 좀 더 신향이 뛰어나게 강한 뉘앙스를 풍긴다면 레몬이라는 명사화된 표현을 쓰도록 범위를 좁혀나가는 훈련을 해보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커핑 용어를 어느 정도 공부해두는 것이 좋다. 적어도 자신이 쓰는 표현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대한 기본지식은 필요하다. 자신이 맡은 커피 향에서 상쾌한 풀내음을 느끼고, 긍정적인 표현으로서 상대방에게 전달했다고 하더라도 상대는 커피에서 덜 발현된 듯 풋내가 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 경우 허브계열의 향에서 자신이 느낀 표현과 가까운 뉘앙스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 커핑이라는 주제를 통해 커피를 느끼고 감별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여러분이 마신 커피는 어땠나?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무언가를 필자들의 얘기를 통해 코와 입으로 느꼈다면, 조금 더 커피를 즐길 줄 알게 된 것이다. 앞으로 마시게 될 커피가 여러분 입안에 향미로 가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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