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각스님

지난 2월 1일 동남아시아 미얀마에 군부 쿠데타가 발발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미얀마의 현실은 그와 정반대다. 쿠데타가 발발한 지 7일부터 미얀마 양곤, 만달레이 등 전역에서 일어난 저항시위가 대규모로 이어지고 있다.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표식을 하며 군부독재 거부에 맨몸으로 맞서고 있다. 

미얀마 전국에 통행금지와 계엄령을 선포한 군부가 총칼로 저항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있다. UN 등 국제사회가 연일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계엄군의 폭력진압으로 사망한 미얀마 국민이 40명을 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미얀마 현지 소식을 전하는 네티즌들은 “얼마나 더 죽어야 나설 것인가?”라며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다. 지금, 총칼 앞에 선 미얀마 국민들은 국제사회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난 3일 만달레이에서 저항시위 도중 총격으로 사망한 19살 소녀 치알 신이 입은 티셔츠에 새겨진 ‘다 잘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란 문구가 세계인들에게 슬픔과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

수도 네피도와 만달레이 등지에서 승려와 의료진을 비롯한 모든 국민이 총파업을 결의하고 거리에서 “자유를 돌려 달라”라고 외치고 있다. 지난 2월 20일 미얀마불교협회 회장인 만달레이 반모우 사원 주지 바단다 꾸마라 비윈따 스님은 ‘집권 군부는 부처의 가르침에 따라 국가의 평화를 회복해야 한다’라는 제하의 성명에서 “군부가 아무리 큰 힘을 가졌더라고 살생이나 무력을 사용해선 안 된다. 방화, 총기 사용, 화학 무기 등 폭력에 대한 책임은 결국 (쿠데타를 일으킨) 국가 지도자들에게 되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얀마전국승려협의회와 만달레이승려협의회의 대표 승려 3명이 함께 서명한 지난 성명에서 “서로에 대한 원한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며, 미얀마의 국가 존엄성을 고려해서 자비심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이제는 국민들이 다치지 않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전 국민의 90%가 불교를 믿는 미얀마에서 어떠한 경우라도 불살생은 용납되지 않으며, 자신이 지은 업은 반드시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붓다의 가르침을 통해 군부의 무력 진압과 강제 탄압을 저지하는데 미얀마의 승려들이 앞장서고 있다. 미얀마의 최대 불교도시 만달레이에선 한 승려가 도로 가운데 앉아 “이 길을 가려면, 나를 먼저 쏘고 넘어가라”라며 총칼을 든 진압군을 홀로 막아서고, 총탄 맞은 시민들을 구호하며 그 가족들을 위무하고 있다. 

그간 미얀마의 승려들은 1988년 8월 8일에 민주화를 요구한 ‘8888 민중항쟁’과 함께 2007년 예고 없이 휘발유 가격을 인상한 미얀마 군부정권에 항거했던 ‘샤프란 혁명’ 때에도 민주화 시위의 선봉에 서왔다. 지금 피로 물들고 있는 미얀마 저항시위의 도심 거리에서 버마의 붉은 승려들이 온몸으로 막아서며, 3월 평화의 봄을 염원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최근 발족한 미얀마군부독재타도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미얀마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국제연대를 전개하고, 불교 재가단체들이 미얀마 군부의 폭력진압에 대한 규탄 성명 발표와 구호 모금운동을 전개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코로나19 팬데믹 현실 속에서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관심과 연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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