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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숲에서 만나는 꿀벌
  • 홍은정(생태활동가)
  • 승인 2021.03.1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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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개암나무 수꽃을 모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아직 일교차가 많이 나는 시기이다. 아침에는 두꺼운 외투를 준비해야 하지만, 낮에는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나는 날이 많아졌다. 봄이 온 것이 어느 때보다 더 기쁘다. 올해 안에 우리 삶이 몇 년 전으로 돌아갈 것 같은 희망이 느껴지는 봄이다. 겨울은 다른 계절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 하지만 지난 겨울은 거의 감금생활에 가깝지 않았던가.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서 아랫집에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신경 꽤나 썼던 기간이기도 했다. 이제 두려움을 조금 내려놓고 햇볕이 드는 베란다에서, 꽃이 피기 시작하는 숲길에서 봄을 만끽해도 될 듯하다. 

겨우내 조용하던 숲에 활기가 느껴진다. 죽은 듯이 숨겨놨던 생명의 기운이 여기저기에서 소리를 만들어 냈다. 가장 큰 소리는 새들 소리이다. 까치도, 직박구리도, 딱따구리도 겨울과 또 다르게 많이 흥분된 소리를 냈다. 숲에선 꿀벌들이 윙윙 날아다녔다. 웬일인가 봤더니, 바닥에 떨어진 꽃에서 꽃가루를 모으고 있었다. 허벅지에 넓적한 꽃가루떡이 붙어있었다. 은사시나무 수꽃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애벌레냐고 물었다. 벌써 몇 년째 보는 키가 큰 나무들의 수꽃인데, 아이들은 언제나 새로운 걸까? 

개암나무 암꽃과 수꽃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노란색 꽃가루가 묻어났다. “꿀벌들이 우리 손을 쏘면 어쩌나” 걱정하는 아이들에게 “벌들은 꽃가루 모으는 데에 신경을 쓰느라 우리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고 했더니, 그제야 한 손 가득 애벌레 꽃을 올려놓고 놀았다. 위를 올려다보니 은사시나무에 꽃들이 풍성했다. 바람에 꽃가루를 날려 열매를 맺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만들어 낸 장관이었다. 꽃가루 분포를 분석한 어느 연구결과에 따르면 식물의 꽃가루가 해발 2000m까지 부유한다고 하니 바람을 타고,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꽃을 줍는 내내 옆에서 툭! 툭! 하는 소리가 났다. 운 좋게도 지금 한창 이 나무의 꽃이 떨어지는 시기인가보다. 얼마나 나무가 큰지, 가벼운 수꽃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신기할 만큼 컸다. 이렇게 꽃이 떨어지는 작은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람들이 자연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또 하나 알아갔다. 숲길에서 소리 없이 피어나는 다른 꽃들도 발견했다. 수꽃과 암꽃이 다정하게 피어있는 개암나무였다. 빨간 암술을 내민 아주 작은 암꽃과 동물의 꼬리 모양을 한 노란색 수꽃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암꽃에 수꽃의 꽃가루를 묻혀주며 열매를 상상하는 아이가 예쁘다. 

은사시나무 수꽃.

낙엽이 밟히는 소리도 잘 들렸다. 사락사락, 무슨 소린가 했더니, 멀리서 길고양이가 살금살금 걷는데도 필자에게 들키고는 그 자리에 앉았다. 살집이 있는 길고양이는 어디서 밥을 잘 얻어먹는가 보다. 사람을 보고도 놀라 달아나지 않았다. 숲을 한 바퀴 돌고 나와 입구에 있는 벤치에 잠시 앉았다. 까치 2마리가 머리 위에서 시끄러웠다. 왜 이렇게 싸울까 생각하며 위를 올려다보니 까치집이 있었다. 우리가 신경이 쓰여 그랬던 건지, 아직도 집 문제로 뒤늦은 경쟁을 하는 건지 알 길은 없지만, 그렇게 우는 소리도 봄 소식을 전하는 소리인 것 같아 한참을 바라봤다. 

지인이 단톡방에 ‘날씨가 좋아지니 자주 산행을 가자’고 제안해 왔다. 너나 할 것 없이 찬성표를 던지며 첫 번째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예전처럼 푸짐한 간식도 없고, 함께 얼굴 보며 주고받는 대화도 많지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한자리에 머물며 쉬지 않을 것이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도 조심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많이 기다려진다. 몸과 마음이 한없이 가벼워질 것 같다. 희망의 봄이 왔으니까.

홍은정(생태활동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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