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조

예상보다 진도는 더디지만 분명 우리는 한뼘한뼘 일상에 가까워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벌려놓은 사회적거리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지만 멈췄던 우리 일상의 시스템은 시나브로 작용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곳곳에서 시작을 알렸지만 무엇보다 의미를 두고 챙겨보고 싶은 것은 아이들의 등교이다. 

시간을 돌려 2020년 1월. 겨울방학이 시작할 당시만 해도 꽃 피는 봄이 오면 으레 그렇듯 새 교실 새 친구들과 함께 개학이라는 일상을 시작할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일상이 틀어졌다. 학생들의 등교는 다섯 차례에 걸쳐 연기됐다. 

5월에야 첫 등교를 할 수 있었다. 비록 하루걸러 하루 가는 ‘퐁당퐁당’ 등교에 종일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야 했다. 그럼에도 학교란 공간에서 친구들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됐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낀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위주가 된 사회는 그런 아이들의 소소한 일상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개학 이후 종교단체에서 식당가에 확진자가 연거푸 발생해 학교문은 다시 닫혔다. 아이들은 겨울방학을 앞두고 학교 가는 길이 다시 봉쇄됐다. 학생들은 책 대신 스마트폰을 잡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나마 직접 만나던 친구들은 죄다 모니터를 통해서만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불과 수십년 전. 군부독재의 횡포가 서슬 퍼렇게 살아 있던 시절 가택연금이란게 있었다.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이 행동 모두 외부 활동을 제약하거나 박탈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체가 누구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가택연금은 특정세력이라면 아이들의 등굣길을 이토록 오랫동안 막은 것은 우리 사회다. 전염병 발생을 사람 힘으로 막는다는 것은 힘들겠지만 예방은 나름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영역임에 틀림없다.   

다시 찾아온 3월, 5개월 여 막혔던 등굣길이 다시 열렸다. 입학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지금의 2학년, 등교는 했지만 신입생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한 1학년을 제외한 대다수 학생은 여전히 ‘퐁당퐁당’ 등교다. 교실은 지난해보다 더 삭막해졌다. 뉴스에서는 연일 백신 소식이 들려오지만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다닐 때까지 기다릴 만큼 이성적이지도 못하다. 그냥 어른들이 그렇게 해라고 하니 참고, 그렇게 하지 말라니 또 참을 뿐이다.  

일부에서는 4차 대유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백신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쓰레기 같은 기사를 배출하고 있다. 불행히도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아이들 학교 가는 길은 더 철저하게 닫힐 것이다. 

어린 아이들이 학교 몇 개월 안가는게 뭐가 문제겠냐라고 쉽게 말할 수 도 있다. 그럴 수 도 있다. 하지만 꼼꼼하게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전염병 확산에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소상인들이 사실상 ‘소상인=맞벌이’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에게 있어 자녀 돌봄은 쉽지 않은 일상이다. 때문에 개학 연기는 그들의 일상에 많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뿐인가. 그나마 장사도 되지 않으니 생활 자체가 곤궁해졌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상황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있지만, 당장 견딜 여력이 없으니 불안한 심정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학교 급식이 멈추자 친환경농산물을 제공하던 농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입학식과 졸업식이 사라지자 화훼농가는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대학가로 불리는 대학 주변 상가는 장기간 문을 닫거나 직원을 감축했다. 

부모들은 가정에서 아이들을 보육하고 교육해야 하는 일에 지쳤다. 어떤 이는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월급을 줘야 한다”고 하소연 할 정도로 상당히 많은 일상을 포기해야 했다. 그 포기와 함께 휩쓸려 나간 사회적 비용은 계산해내기도 힘들 것이다. 

이쯤 되면 등교는 단지 교육적 차원의 대책에 머물지 않도록 지금보다 한 차원 더 성숙된 범국민 차원의 협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교육여건이 안개 속인 현실에서 학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해줬음 한다.  

아이들 학교 가는 것이 이렇게 힘든 세상이 됐다.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학교 가는 것이 귀찮다’는 앙증맞은 하소연이 나오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게 우리가 너무 그리워하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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