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드라마 바이킹스에서 등장하는 아이슬란드 결정

793년 6월 8일 영국 북동쪽 섬의 해안가, 원통형 투구를 쓰고 거대한 몸집에 칼과 도끼로 무장을 한 집단이 나타났다. 섬에 있던 수도원의 수도사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사나운 사람들의 재물 약탈과 수도원 파괴 피해를 봤다. 먼 바다를 건너온 바이킹 침략의 시작이었다. 바이킹은 배를 타고 갑자기 나타나서 해안가 마을들을 약탈하고 다시 바다 건너로 돌아갔다. 넓은 바다를 건너갈 길이 없던 유럽 국가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바이킹이 나침반도 없던 시절 망망대해를 항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슬란드에서 발견된 돌의 힘이었다. 일종의 나침반 역할을 한 돌의 힘으로 바이킹은 대서양을 건너 북아메리카 일대 먼 곳까지 배를 보낼 수 있었다. 탄산칼슘으로 이뤄진 결정은 빛 일부를 그대로 통과시켰고, 나머지는 굴절시켰다. 하나의 광선이 둘로 나눠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결정을 글자 위에 두면 두 개로 보였다. 바이킹은 이 돌을 이용해서 두 개로 나눠진 것이 비슷하게 보이는 이유가 태양의 방향이라는 것을 알았다. 햇빛은 구름이 있더라도 지상에 전달되기에 흐린 날씨에도 방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태양광선은 여러 방향으로 진동하면서 전달되는데 바이킹이 사용하던 결정석의 경우 분자 구조적으로 수직과 수평, 두 가지 방향의 파형을 서로 다르게 통과시켰던 것이다. 바이킹의 결정은 1669년에서야 아이슬란드를 여행한 과학자가 수집한 결정석에서 이중 이미지를 만들고 회전할 때 하나의 빛이 하나의 상 주변을 돈다는 것을 발견했다. 광물 결정이 빛의 파장에 따라 서로 다르게 통과시키는 현상은 1812년 프랑스의 과학자 말루스에 의해 자세히 연구되기 시작했고, ‘편광(polarizatio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특정 파장의 빛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편광 현상은 이후 여러 물질에서 관찰됐다. 
 

현미경을 보면서 주석산 결정을 분리하는 파스퇴르

와인의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던 프랑스에서는 다양한 분석과 연구가 있었다. 와인을 먹을 때 바닥에 가라앉는 침전물이 있었다. 술에서 보이는 돌이라는 의미를 붙여서 주석산(酒石酸)이라고 불렀다. 포도에 많이 있는 주석산은 와인에 녹아 신맛을 주어 풍미를 더해준다. 오랜 기간 숙성될수록 과포화된 경우 미네랄과 결합해서 결정이 만들어졌다. 프랑스의 파스퇴르는 주석산 결정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편광을 통과시켰을 때 빛을 회전시키는 성격을 분석했다. 그런데 주석산 성분이 녹아 있는 와인은 전혀 다른 성격이었다. 이 문제를 연구하던 파스퇴르는 현미경으로 주석산 결정을 관찰한 결과 같은 구조인데, 거울 모양의 서로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파스퇴르는 현미경을 보면서 핀셋으로 두 결정을 하나씩 하나씩 나눠서 모았다. 서로 다른 두 결정을 물에 녹여 편광으로 확인해 본 결과, 한 종류는 우측으로 다른 종류는 좌측으로 회전시켰다. 

파스퇴르의 발견으로 화학물질에도 같은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거울처럼 서로 반대되는 성격의 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오른손과 왼손은 같은 구조이지만 거울에 비친 것처럼 반대 모양을 하고 있다. 오른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왼손으로 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같은 성분의 물질이라도 몸에 들어왔을 때 효과를 내는 구조와 반대로 부작용을 내는 구조로 나눠질 수 있었다. 

같은 구조로 서로 반대되는 모양을 이성질체라고 부른다. 이성질체는 효과와 부작용으로 나눠지는데 1960년대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던 탈리도마이드 사건도 그 중 하나다. 1953년 독일의 제약회사 그뤼넨탈은 두통과 진정 효과가 있는 약을 개발했는데, 곧 이 약품이 수면제로 꽤 괜찮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몇 가지 임상 시험을 하고 독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뤼넨탈사는 탈리도마이드를 수면제로 시판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수면제는 구토 억제도 있어 수면장애를 가진 임산부들이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후 사지가 없는 신생아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손과 발이 없는 아이들의 엄마를 조사한 결과, 14명이 임신 첫 달에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광범위한 조사와 동물실험이 이어졌다. 결국 동물실험에서 태아 기형이 확인됐다. 1962년 판매가 중지됐지만 그 때까지 수천 명의 신생아는 팔과 다리 없이 태어났다.

탈리도마이드는 분자구조식에서 우측으로 회전한 경우 진통, 수면 작용이 있었지만 반대인 좌측 회전의 구조를 가질 경우 태아 기형을 유발했던 것이다. 탈리도마이드 사건으로 이성질체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1992년 미국 FDA는 의약품 개발 시 각각 이성질체의 독성자료와 함께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높은 단일 이성질체로의 신약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이미 개발된 의약품들도 이성질체 분석을 통해 안전한 물질만 정제 분석하는 연구가 진행됐다. 

약초나 천연물질에서 추출하거나 합성 물질에서도 이성질체가 존재한다. 안전을 위해서 순수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알려진 과학적인 범위에서 노력하고 있으나, 앞으로 더 많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 안전한 의약품들이 건강을 지키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