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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끝에서 핀 산수풍경’ 유일무이한 커터칼 예술이준호, 예리하면서 섬세하게 느껴지는 작품 세계 눈길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이준호 작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커터칼, 칼끝을 보고 있으면 뾰족하다 못해 매섭다. 이런 칼만을 이용해 작품을 완성하는 작가가 있으리라곤 생각치도 못했다. 오로지 칼로 캔버스 위를 자유자재로 수놓은 커터칼 작가 이준호.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대학교 졸업 이후 전업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이 작가는 우연히 칼로 그림의 배경을 긁어내면서 날카로운 칼끝의 느낌에 매료된 후 카터칼 작가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칼끝에 묘한 영감을 얻게 된 그는 지금까지 23년 동안 오로지 칼 하나만 사용하며 국내 유일무이한 커터칼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인물화, 민화를 비롯해 산수화까지 작품의 경계를 점점 확대해 나가며 자신만의 예술 경지를 구축한 이 작가. ‘칼끝에서 핀 산수풍경’이 그의 대표작이다. 

◇지난한 작업, 정신적 획득의 시간

날카로우면서 담대한 커터칼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작업하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캔버스 위에 물감 작업을 한 후 잔신이 머릿속에서 생각한 도안에 따라 커터칼로 긁어낸다는 것이다. 회화나 유화 등 일반 그림은 스케치 후 색칠 작업이 끝인 반면, 커터칼 작품은 물감 등으로 밑바탕을 한 후 그 위에 다시 작업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심하단다. 100호가 넘는 대작일 경우 작품 완성도 수개월이 소요된다. 체력, 시간 소모가 상당함에도 커터칼 작업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이 과정을 수행의 시간으로 보내고 있어서다.  

“물감을 덧입히고 칼로 찍어내고 메우기를 반복하는 행위가 저에겐 수행의 시간이나 마찬가지에요. 화폭이 점점 단색으로 채워나갈 때면 제 마음의 평온함이 느껴지는 기분이에요. 이런 느낌과 영감 때문에 다양한 시도도 하고 칼끝의 표현도 대담해지는 것 같습니다” 

산수화 시리즈 가운데 단연 관객들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은 정선의 ‘금강전도’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칼끝으로 작업한 뾰족한 산봉우리가 현대적이면서 세련됐다. 본래 작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그가 재해석한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일이 칼로 긁어낸 그의 장인정신이 느껴지면서 절로 감탄하게 된다. 관람객들이 저마다의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그림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뿌듯하다는 이 작가. 
 

이준호 작가가 작업실에서 현재 진행중인 작품에 대한 작업방식에 대해 설명하며 선보이고 있다.

그의 이런 내면이 작품에 깃든 것일까. 칼끝의 뾰족함 속 곡선의 따듯함이 동시에 느껴지면서 반전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는 황, 청, 백, 적, 흑으로 이뤄진 한국의 전통색인 오방색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다. 한국적인 정서와 커터칼의 날카로움이 어우러지면서 시각적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질감에서 오는 융화되는 조화는 이 작가의 대담한 도전에서 나오고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서양화를 하면서 동양화, 산수화 시도를 했듯이 과감한 형태의 변형을 시도하고 이 과정에서 작품의 변화가 이뤄지면서 산수화가 완성된 것 같아요”

마치 칼끝으로 호흡하듯 긁어나간 자리에 드러난 산수를 재해석함으로써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완성한 이준호 작가. 대담하고 섬세한 커터칼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그의 세계가 기대된다. 

한편, 이준호 작가의 ‘칼로 그리는 산수화’ 첫 작품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이 소장하고 있다. 개인전 11차례를 비롯해 단체전 2020 신소장품전 플러스 외 100여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보라 기자  brlee@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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