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2008 존 메이올과 블루스브레이커스의 ‘So Many Roads’ 공연 유튜브 화면 갈무리

가끔 주변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곡 저곡 선곡을 해주다 보면 이게 도대체 잘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사실 감동이나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준비하고 얻는 것보다 아무 생각 없는 무방비상태에서 얻게 되는 것이 더 크게 와 닿는 법이거든요. 가령 이런저런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 여행을 떠났다고 해보자고요.

유럽 어느 도시를 가게 되면 꼭 봐야 할 무엇과 찍어야 할 사진 그리고 먹어봐야 할 음식 뭐 이런 것을 미리 정하고 간다면. 미리 정해진 것에 의해서 우연히 만나는 아름다움이나 풍경이 주는 여행의 감동은 반쯤 잃어버리게 되지 않겠어요? 그래서 가끔은 음악을 아무 생각 없이 들어보라고 권하곤 합니다. 필자가 소개한 이야기는 잊어버리고 낯섦과 우연함, 어색함과 거기서 만난 아름다움을 얻어보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소개하는 존 메이올에 대해서는 그냥 이런 사람이라는 것만 알아두고, 그의 음악을 만나는 것도 괜찮을 법하다는 밑밥을 먼저 깔아두고 문을 열겠습니다.

블루스는 흑인 노예가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들여놓은 160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했었지요? 이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블루스는 미국에서 흑인들에 의해 시작된 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여러 음악인이 각자 문화적 색채를 덧입혀 수정하고 발전시켜서 연주하고 있는 음악이 됐어요.

듣는 이의 느낌에 따라 큰 분류로 나눠 보면 흑인들의 블루스는 푹신한 부드러움이 있는 보컬이 도드라진다고 하면, 백인들의 블루스는 쨍쨍하면서도 깊이 있는 흐느낌이 치고 들어오는 느낌이 있어요. 그 이유는 일렉트릭 기타로 변화를 준 미국의 블루스가 인기를 얻게 되자, 그 유행의 흐름이 영국으로 넘어가면서 밴드들이 앞다퉈 연주하기 시작했거든요. 

일렉트릭 기타가 음악의 중심을 잡으며 힘 있는 연주를 끌고 가는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내서 그 이름을 브리티시 블루스 또는 백인 블루스라고 붙이게 되면서부터 차이가 생기게 된 겁니다. 이 흐름은 거침없는 파도처럼 밀려들어 가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영국의 뮤지션들 롤링 스톤즈, 야드버즈, 애니멀스, 에릭 클랙튼, 플리트우드 맥과 레드 제플린 등이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음악을 내놓으며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됐어요. 미국에서 시작했지만 영국에서 꽃을 피우게 된 거지요.

그렇게 되기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 존 메이올(John Mayall)이라는 기준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견해에 대부분 대중음악 관계자들은 수긍하는 분위기 입니다. 1933년생이 아직도 현역에서 뛰고 있으니 그야말로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칭해도 지나침이 없지요. 그는 원래 미술을 하려고 했는데 워낙에 음악을 좋아하는 아버지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블루스를 가까이하게 됐답니다.

그의 아버지는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따라 좋아하게 된 아들에게 쏟은 애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던 모양이에요. 여기저기서 기타, 하모니카, 피아노 등 이런저런 악기가 있으면 빌리거나 함께 가서 아들과 연주하며 실력을 겨루는 것을 큰 재미로 여겼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어린 존 메이올은 음악도 좋았지만 미술 쪽에 더 관심이 있었기에 음악을 전문적으로 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대요. 그러다가 징집제로 운영되던 영국 군대에 징집돼 가게 됐는데, 오호라 이런 인연이…. 글쎄 존 메이올이 한국전쟁에 행정병으로 참전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한국으로 파병돼 가는 길에 일본에서 잠시 대기하고 있었는데, 그 곳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기 소유의 일렉트릭 기타를 사게 됐답니다.

1954년까지 한국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가서는 어땠겠어요? 남의 기타를 빌려서 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기타가 생겼는데, 당연히 밤을 새우며 열심히 했을 것 아니에요. 결국 좋아하던 미술은 잠시 접어두고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결심하고, 1963년 그 유명한 ‘블루스브레이커스’라는 그룹을 결성하게 된 겁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블루스브레이커스’가 팝 역사에 대단한 위치에 있게 되리라곤 결성 당시에는 누구도 몰랐겠지요. 존 메이올이 지금까지 리더로 활동하면서 이 그룹에 잠시라도 적을 두었던 뮤지션이 무려 90여 명이나 됩니다. 그것도 쟁쟁한 인물들이거든요. 이름만 들어도 눈이 번쩍 뜨이는 멤버가 수두룩했어요.

에릭 클랩튼을 비롯해서 플리트우드 맥의 피터 그린, 믹 플리트우드, 존 맥비 그리고 롤링 스톤즈의 믹 테일러가 그들입니다. 그들은 존 메이올의 그룹을 경험하고 나온 후에 말 그대로 전설이 됐지요. 그래서 이 그룹은 영국 록 및 블루스 뮤지션을 위한 ‘인큐베이터’라는 호칭까지 얻었지요. 이런 산파 역할을 톡톡히 해낸 존 메이올의 영향 때문에 지금도 미국에서 시작된 블루스는 영국이 주도하게 됐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음악에 대해 소개하진 않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우연히 접하는 낯선 감동을 얻어보시라고요.

존 메이올과 블루스브레이커스의 ‘So Many Roads’ 들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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