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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예방접종
  •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원장)
  • 승인 2021.02.0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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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경찰과 콜레라 강제 예방접종 모습(호열자병 방역지 1920)

1612년 함경도 지역에 역병이 돌았다. 처음에는 육진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옮아가면서 심해져 죽은 자가 천 단위로 헤아렸다. 가을과 겨울이 돼도 진정되지 않았고, 전염병은 이듬해 팔도로 퍼졌다. 당시 허준은 ‘머리가 아프고 몸이 쑤시며 오한이 나 벌벌 떨고 고열이 나며, 머리·얼굴·신체가 붉게 부어올라 심하게 아프고, 온몸에 부스럼이 생기며 정신이 어지럽고 혼란스러우며 답답하면서 조급하며 헛소리를 지껄인다. 심해지면 미쳐 날뛰거나 인후에 종통이 생겨 꽉 막히게 된다’고 기록했다.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전염병으로 조선 조정에선 의약품을 배급하고 방역 방법을 제시했다. 

허준이 <신찬벽옥방>에서 제시한 예방법은 향기가 나는 소합향나무 진액에 백출 등 약초를 섞어 물에 넣고 끓여서 먹고 좋은 냄새가 퍼지게 했는데, 악취가 질병의 원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냄새를 피하기 위해 콧구멍을 막거나 참기름을 바르기도 했다.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없었기에 질병의 확산을 막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많은 피해가 반복되면서 조선 후기 정치적 혼란과 함께 국력을 쇠퇴하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전염성 질환 중 천연두는 회복되더라도 피부에 심각한 흉터를 남겨 많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안겨 줬다. 피부에 발진을 유발시키지만 회복이 되는 수두와 치사율이 높고 전염성이 높은 천연두를 감별해 즉각적인 방역 조치는 중요한 일이었다. 천연두가 유행해 많은 피해를 발생시켰지만 질병을 이겨내고 생존하는 사람들도 함께 나타났다. 천연두 환자와 같이 있을 경우 질병이 발생했지만 일부는 증상이 경미하게 지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험이 모이면서 10세기경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천연두 환자 병변의 일부를 채취해 건강한 사람들에게 접종해 경미한 질병을 유발시키는 일종의 예방접종이 시도됐다. 그러나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위험한 방식으로 접종 후 진짜 천연두가 발생해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 

천연두 환자의 병변을 이용하는 방법은 서구에도 전파됐으나 위험성으로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 18세기 우두를 앓은 사람들이 천연두에 감염되지 않는 사실을 발견한 영국의 제너가 1796년 소 병변에서 균을 채취해 사람에게 접종해 천연두를 예방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사람에게 천연두를 발생시킬 수 있는 기존 방법에 비해 제너의 방식은 비교적 안전했다. ‘우두법’으로 알려진 제너의 예방접종은 영국의 해외 활동으로 전 세계로 확산됐고, 1805년 동아시아 마카오에서도 우두 접종이 시행됐다.

백신 접종을 위해서는 백신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하는데, 먼 영국에서 백신을 가져와야 했기 때문에 매우 번거롭고 불편했다. 현지에서 백신 생산이 시도됐다. 마침내 1898년경 중국에서 백신, 즉 우두묘 생산이 성공했다.

정약용의 <여유당전서>에는 제너 이름이 삭제돼 있다.

1805년 동인도회사의 스턴튼은 한자로 된 <영길리국종두기서>를 발간해 천연두 예방법을 알리기 시작했다. 짧은 내용의 책자는 조선에도 전해졌고, 정약용은 <여유당전서>의 마괴회통의 부록으로 <신증종두기법상세편>에 우두법을 소개했다. 당시 서학에 대한 탄압을 받고 있던 정약용은 서양을 의미하는 서변제국이나 제너(呫嗱,첨나)의 이름을 지워서 해당 부분이 공백으로 남아 있다.

천연두 예방법에 대해서 알려져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지석영의 활약에 의해서이다. 지석영은 천연두 예방접종을 하기 위한 백신, 즉 우두묘 제조법을 일본으로부터 도입해 보급한 것이다. 

천연두 백신, 즉 우두법이 개발됐지만 초기에는 안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서구 열강의 침입을 받았던 식민지 국가에서는 외세에 대한 저항으로 거부하기도 했다. 조선을 강제로 식민지배하고 있던 일본은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경찰력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서구와 일본에서도 비슷한 제도가 있어 경찰들이 보건·위생을 관리, 감독하기도 했다.

식민지 현장에서 위생경찰은 전염병 예방이라는 명목으로 주민을 포박해 감금하기도 했고, 외출 금지 등을 명령했기에 공포의 대상이 됐다. 그나마 중앙에서는 의사 자문을 하기도 했지만, 지방에서는 그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칼을 찬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많은 사람이 불안감 속에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광복 이후에도 미 군정과 군사정권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 행정력이 갖춰지면서 전 국민 예방접종이 순차적으로 진행돼 2018년에는 생후 36개월 예방접종률이 90.8%로 미국, 영국 등과 비교해서 3~10% 높아졌다. 양적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고,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의료의 질적 향상으로 관심은 옮겨졌다. 응급환자 대처와 백신의 저온 유지를 위해 대규모 단체 접종보다 소규모 분산 접종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2021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예방접종 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영하 70도 이하 초저온 보관이 필요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경우 체육관 등 대형 시설에서 단체 접종이 계획되고 있다. 안전을 위해 1회용 주사기로 사용되던 백신도 빠른 생산을 위해 5-6회분이 한꺼번에 들어있는 형태로 출시됐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경우 용량을 오인한 의료진이 5회분 백신을 한꺼번에 접종하는 일도 발생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몸 상태가 건강하고 안전한 상태에서 의료진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전 점검을 해서 안전한 접종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계획은 의사 1인당 1일 150명 접종으로 3분당 1명꼴이어서 쉽지 않은 편이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30일간 냉장 보관이 가능한 모더나 백신의 경우 250곳의 접종센터에서 접종을 시작하고 진행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 분석한 뒤에 민간 의료기관으로 확대해 집중도를 낮추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코로나19 극복도 중요하지만 예방 가능한 위험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원장)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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