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열매 수확이 끝난 커피나무 모습

“커피란 무엇일까요?”

처음 강단에 섰을 때 학생들에게 인사 대신 던진 질문이다. 그때 돌아왔던 대답은 모두 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떤 학생은 커피를 식물학적 관점에서, 또 다른 학생은 식품(음료)으로써 커피를 얘기했다. 의학적으로 접근해 대답하던 학생도 있었다. 그런 대답이 재미있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커피를 전문적으로 집필한 서적이나 사전에 있는 커피는 대부분 역사와 생두의 특징, 가공 과정 그리고 추출 및 로스팅 등에 대해서만 나와 있다.

하지만 커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커피란 결국 저마다의 생각, 그리고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색깔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커피의 정의를 내린다거나 커피라는 기준을 전달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커피 관련 종사자로서 보고 느껴왔던 커피가 만들어 지는 과정에 대해 전달하고자 한다.

‘커피’라는 음료는 일반적으로 크게 세 번의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제공된다. 커피 생산지에선 커피나무에서 열린 빨갛고 노란색을 띈 체리를 재배한 뒤 각 나라 또는 농장 특색에 맞게 가공해 생두로 탈바꿈 한다. 그렇게 체리에서 가공된 생두는 로스터에 의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열을 가해 섭취할 수 있는 원두라는 이름의 가공식품으로 바뀌게 된다. 커피 원두는 마지막으로 바리스타 손에 의해 미세한 입자로 분쇄된 뒤 물을 침출 또는 여과하면 그 안의 성분이 추출되면서 향기로운 갈색 음료로 완성된다. 

요즘은 원두커피를 흔히 접할 수 있다 보니 이 과정이 쉬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만들어 지는 과정을 들여다 보면 커피 한잔을 위해 여러 분야에서 열정과 인내, 많은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커피란 무엇인가?에 대한 첫 번째는 ‘커피는 농부의 땀에 의한 결실’이라는 것이다.

매년 커피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한해 수확한 생두의 품질에 따라서 그 해 수입이 결정된다. 그렇다 보니 소규모 커피 농사를 짓는 농장 대부분은 가족들이 농장을 운영하며 밤낮 가리지 않고 품질 향상에 매달린다. 필자들이 산지에서 만났던 농장 대부분 마이크로 랏(Micro Lot)으로, 그들은 풍족하지는 않지만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며 높은 고도의 산악지대에서 살아가고 있다. 

2019년 국제심사위원 자격으로 방문한 온두라스에서 만났던 나이 지긋한 농장주가 기억에 남는다. 해발 1900m에서 농장을 관리하는 할아버지는 직접 딴 야생 바나나를 주시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정성을 다해 재배한 커피를 위해 먼 곳까지 매년 찾아주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감사하기에 행복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매년 새로운 나무를 심었다고. 할아버지의 굳은살 가득한 손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맛있는 커피라며 손님에게 내어주는 이 한잔에 그분들의 땀과 노력이 함께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농부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커피 생두는 여러 방식의 거래를 통해서 섭취 가능한 식품으로 만들어줄 로스터의 손에 전달된다. 이때부터 로스터의 능력에 따라서 향(Aroma)과 맛(Taste), 무게감(Body) 등이 결정된다. 로스팅(Roasting)은 커피에 대한 많은 지식과 집중력, 그리고 찰나의 판단을 요하는 직업이다.

생두가 가진 특징을 파악한 뒤 특징을 최대한 끌어 올려주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커피는 소통’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로스팅은 커피를 섭취할 수 있는 식품으로 만들기 위해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아이클릭아트

필자들은 같은 생두로 각자의 다른 방식으로 로스팅하고 있다. 로스팅 방식은 다르지만 서로 공통점이 있다면 커피 생두와 소통을 하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생두는 저마다 다른 열량을 필요로 한다. 품종과 밀도 등에 따라서 다르지만 생두가 가진 특징 중 몇 가지만 끌어내기 위해서도 미세하게 열량을 조절하며 생두가 원하는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그러다보니 온도를 맞추기 위해 색과 향의 변화를 느끼면서 소통을 꾸준히 해야 한다. 비유하자면 로스팅할 때 생두와 연애하는 기분으로 조심스럽게 밀고 당기는 소통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좋은 품질의 원두를 위해서 생두가 들려주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작업은 항상 기분 좋게 만든다. 

로스터가 소통을 통해 품질 좋은 원두를 만들었다면, 한 잔의 커피로 완성해 손님에게 내어주는 사람은 바리스타(Baristar)이다. 흔히 바리스타는 커피의 전반적인 지식을 가지고 본인이 가진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해 맛있는 커피를 추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커피란 무엇인가?의 세 번째는 바로 ‘커피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바리스타는 로스터에 의해 로스팅 된 원두의 특징을 파악해 적정한 추출 환경을 세팅하고, 상황에 맞게 변화를 주면서 올바르게 추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여러 부분에서 시간을 조율할 줄 알아야 한다. 

로스팅을 바로 한 원두는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등의 가스를 품게 된다. 다공질 속에 침투된 가스는 그 원두가 가진 향미를 방해한다. 그래서 가스를 배출할 시간이 필요하고, 바리스타는 그 시간을 파악해야 한다. 어느 정도 가스가 배출된 원두를 밀가루보다 약간 굵은 입자로 분쇄한다. 분쇄는 원두가 공기와 접촉하는 면적을 넓히는 과정이어서 빠르게 산패가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분쇄된 원두는 빠른 시간 안에 추출해야 향미를 유지할 수 있다.

추출 후에는 온도와 시간 싸움이다. 높은 온도의 물로 추출했지만 시간은 온도를 낮출 수밖에 없다. 결국 맛있는 커피는 적정한 온도에 사람의 입에 닿아야 한다. 그래서 커피를 대면할 때까지 시간을 계산하는 것도 바리스타가 가져야 할 필수 요소라 생각한다. 

이렇게 세 단계를 거쳐 완성된 커피는 마시는 사람에 의해 크게 2가지로 평가 받게 될 것이다. ‘맛있다’와 ‘맛없다’ 일 것이다. 마지막 대답은 바로 ‘커피는 기호식품이다’라는 것이다. 커피는 많은 사람이 즐겨 마시는 음료이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는 이유에 대해 묻는다면 저마다 다른 답변을 할 것이다. 어떤 커피가 맛있는 커피냐고 묻는다면 그 또한 정해진 답이 없다.

김유완ㆍ김성규

결국 각자 기호에 부합했을 때 맛있는 커피라고 할 수 있다. 다크한 풍미와 묵직한 바디감의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부드러운 산미와 벨벳바디의 커피를 주면 맛이 없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자기 기호와 맞지 않다고 해서 맛이 없다는 표현은 조심스럽지만 적절하지 않을 듯하다. 커피 한잔을 위해 여러 분야에서 노력해준 사람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표현해 보면 어떨까? “이 커피는 내 기호와 맞지 않아” 라고. 다음 호에는 기호에 맞는 커피는 어떻게 찾는 것이 좋을까에 대해 얘기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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