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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하천따라 건강하게 걷기
  • 홍은정(생태활동가)
  • 승인 2021.01.1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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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에서 놀고 있는 천둥오리와 물닭

1월의 겨울, 소한을 지나 대한으로 가는 길목이다. 영하의 기온이 계속되니 상하수도가 어는 것이 문제가 될 때이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서 살아본 사람들이라면 야외수도가 얼지 않게 단열스티로폼을 감아놓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얼어버린 수도꼭지는 헛돌기를 하고, 수도꼭지에는 조금씩 물이 새어 고드름을 달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혹독한 겨울을 지내고 나야 평화로운 일 년을 보낼 수 있으니 좋고 편한 것만 방법이 아님을 자연은 가르쳐준다.

삶이 멈춰진 듯한 요즘에도 시간은 간다. 주말에 아이들과 집에만 있는 것은 서로에게 예의가 아니다. 옷을 단단히 입고 핫팩을 하나씩 챙겨서 동네 하천 산책로를 걸었다. 하천변에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잘 돼있어서 걸으며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수량으로 볼 때 자연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흐름에 막힘이 없으니 이렇게만 유지한다면 좋은 하천생태계가 될 것이다. 도심 속에서도 언제나 자연을 느낄 수 있으니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이 추위에도 쇠백로는 노란 발을 물에 담그고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었다. 솜씨가 일품이다. 중대백로는 소나무 위에 무리를 지어 앉아 있었다. 언제 봐도 소나무와 백로는 잘 어울린다. 흰뺨검둥오리와 천둥오리, 물닭과 쇠물닭이 섞여서 유유히 물 위를 떠다닌다. 사람들의 소리에 놀란 흰뺨검둥오리가 날아올랐다가 물을 가르며 착지하는 모습이 힘차고 멋졌다. 햇볕이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천둥오리무리는 부리를 날갯죽지에 숨기고 잠을 자는 듯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오리머리가 없다며 깜짝 놀라 머리를 찾느라 바쁘다. 오리들이 추위를 어떻게 버티는지 얘기를 하다 보니 오리털 점퍼가 따뜻한 이유도 함께 나누게 됐다. 하지만 요즘엔 오리의 털을 사정없이 뽑아서 만드는 점퍼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다행이라는 이야기, 그래서 이미 동물을 잡아서 만든 상품은 오랫동안 사용하고, 먹거리도 늘 감사하며 남김없이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용인시 기흥구 신갈천변 산책로. 바깥 공기를 마시기 위해 강추위 속에서도 산책하러 나온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천변에 물억새와 달뿌리풀들이 무성한 구역은 사람들과 동물들 사이에 자연스러운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많은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된다. 소리는 들리는데 눈에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움직이는 누군가의 집일 것이다. 아이들과 집에서 만든 종이배를 물 위에 띄웠다. 멋있게 꾸미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자연을 생각해서 간단한 종이배를 만들었다.

오랫동안 물길을 따라갈 수 있을 거란 우리의 예상과 달리 종이배 하나는 띄우자마자 반이 물에 잠긴 상태로 떠내려갔고, 물살이 센 여울을 만나자 물속 깊이 잠수했다. 하나는 물이 흐르다가 정체하는 소에 갇혀 나오지 못하게 됐다. 아쉬운 마음에 억새를 꺾어서 둥근 모양의 고리를 만들었다. 속이 비고 하얀 씨앗을 단 억새고리는 종이배보다 더 잘 버텼다. 아이들이 억새고리의 속도에 맞춰 빨리 걸었다 천천히 걸었다 하며 오랫동안 함께 산책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바깥 공기를 마시기 위해 가족끼리, 친구끼리 산책을 했다. 추위에 단단히 무장을 하고, 운동하며 빠르게 걷거나 가볍게 뛰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자연을 즐기며 천천히 산책하는 사람,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 등 다양하게 하천 산책로를 즐겼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 줄은 몰랐다. 간혹 사람들과 스치듯 걸어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아, 서로를 신경쓰며 다녀야 했다.

오랜 시간 실내에서 지내야하고, 실내 체육시설은 이용할 수 없으니 넓은 바깥으로 나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우리에게 절실하다. 실내에서 하는 많은 부분이 전기를 소비하는 일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지구의 건강도 찾는 일이 바로 자연을 느끼며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다행히 한파에 미세먼지도 주춤이니 가족과 함께 걸으며 시간을 더 보내야겠다. 

홍은정(생태활동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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