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디 워터스(왼쪽)와 롤링 스톤즈(가운데)의 Mannish Boy 라이브 공연 유튜브 화면 갈무리

며칠 전 유튜브로 음악을 검색하다가 머디 워터스(Muddy Waters)가 세상을 떠나기 이태 전에 있었던 재미있는 라이브 영상을 하나 찾았습니다. 머디 워터스는 물론,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의 전 멤버와 하모니카 연주자 주니어 웰스(Junior Wells), 블루스 기타리스트 레프티 디즈(Lefty Dizz) 그리고 그 유명한 버디 가이(Buddy Guy)가 조그만 무대에서 어우러져서 즉흥연주를 하는 모습이 담긴 거였어요.

이 모습은 1981년 롤링 스톤즈가 미국 순회공연 기간 중에 다음 연주장소로 이동하다가 블루스의 성지나 마찬가지인 시카고를 들렀다고 하네요. 그곳은 평소에 흠모해왔던 전설적인 블루스 맨 머디 워터스가 있는 곳이라서 말이지요. 시카고에 도착하자마자 버디 가이가 운영하는 클럽 ‘Checkerboard Lounge’에 머디 워터스가 자주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곳을 찾아갔대요. 그런데 마침 머디 워터스가 공연하는 시간이었던 거예요. 짜잔! 이렇게 해서 역사적인 장면이 만들어지게 된 겁니다.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아 자연스럽게 롤링 스톤즈의 멤버들이 머디 워터스의 무대로 올라오게 해서 협연하게 됐어요. 그 무대에 버디 가이, 레프티 디즈, 주니어 웰스 등이 슬슬 올라가더니 생각지도 않았던 역사적인 무대가 만들어지게 됐지요. 이 장면은 운이 아주 좋게 누군가의 카메라에 담기게 됐고, 이 영상은 시간이 한참 지나서 사운드와 원본 영상이 제대로 복원돼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겁니다. 그래서 이 영상을 필자가 연거푸 예닐곱 번이나 보게 된 거고요. 

아! 지금 열거한 블루스맨들을 잘 모르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스개로 비유해 보자면, 나훈아가 재미 삼아 운영하는 클럽에 조용필이 어느 저녁에 조그만 공연을 하게 됐는데, 조용필을 흠모하는 방탄소년단이 조용필을 만나고 싶어서 방문해서는 무대에 자연스럽게 합류한 겁니다. 여기에 나훈아가 무대로 올라와서 같이 노래를 부르게 되네요. 그리고 술 한잔 마시러 잠시 들른 임재범, 싸이도 눈에 띄자 무대로 불러올려서 함께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게 됩니다. 이 정도 예를 들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아! 예시로 든 가수들이 너무 올드하다고요? (하 하) 설명을 하자니 마땅히 비교할 만한 가수를 떠올리기 쉽지 않아 필자 수준에서 막 끌어 들였으니 이해를 바랍니다.(하 하)

이 무대의 중심인 머디 워터스는 ‘블루스의 전설’로 불립니다. 지금도 많고 많은 스타들이 직접 나서서 자신은 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앞 다투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먼저 롤링 스톤즈는 그룹 이름을 머디 워터스의 노래 제목으로 지은 거예요. 에릭 클랩튼은 그의 열렬한 팬이며, 자기 음악 대부분은 그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했고, 지미 핸드릭스는 어렸을 때 처음 들었던 머디의 음악이 ‘죽고 싶을 만큼 대단한 충격을 줬다’고 했어요. 그 이외에 밥 딜런, 그룹 크림, 레드 제플린, 지지 탑, AC/DC 등 장르를 초월한 이루 말할 수 없는 세계적인 스타들이 머디 워터스의 영향을 받으면서 발표한 곡이 수두룩할 정도랍니다.

머디 워터스는 필자가 칼럼 초기에 다뤘던 영화 ‘캐딜락 레코드’를 보면, 그가 시골 농장에서 밭일을 하고 있다가 그를 찾아온 녹음채집가의 녹음기를 앞에 두고 노래를 하고서는 녹음된 자기 목소리를 처음 듣는 장면이 나오지요. 그런 계기로 시카고로 나오게 돼 결국은 블루스의 전설이 됩니다. 그 이후 음악적 생애는 너무도 방대한지라 별도로 한번 다룰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여기에서는 언급을 생략하겠습니다.

앞서 이야기 한 역사적인 무대에서 부른 ‘Mannish Boy’는 워낙 유명한 곡이라서 얼핏 들어본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헌데 이 곡은 보 디들리의 고전 ‘I'm a Man’의 Answer song이에요. Answer song은 어느 특정한 곡에 대해서 응답하는 형식의 곡을 이야기하는데, 원곡을 기본 줄기로 잡고 그 노래에 화답하는 흐름이다 보니 어찌 들으면 패러디 곡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겁니다. 여하튼 그런 이유로 원곡보다 Answer song이 더 알려지게 되는 예는 거의 없지만, ‘Mannish Boy’는 예외적으로 많이 알려져서 영화나 광고용 노래로 많이 사용됐어요. 롤링스톤지는 “역대 가장 위대한 노래 500곡” 목록에서 230위에 올려놓기도 했답니다.

이 곡의 가사는 겉으로 듣기에는 외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흑인 인권 주의를 바탕으로 한 저항적인 내용이라고 합니다. 그것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고, 머디 워터스와 롤링 스톤즈의 믹 재거가 함께 부르는 동영상 속 분위기를 즐겨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 곡에는 I'm a Man뿐만이 아니라 Hoochie Coochie Man도 노래 전체에 걸쳐서 녹아 있어서 전혀 생소지 않게 귀에 착착 달라붙는 느낌이 있습니다. 

* 머디 워터스의 ‘Mannish Boy’ 공연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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