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인권도시 용인을 위해

경기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17-7 옛 통관물류센터 부지에 국가인권위원회의 국가인권교육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교육원은 정부나 지자체 공무원의 인권교육을 전담하게 된다. 용인시는 교육원을 유치함으로써 ‘민주·인권 도시’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인권도시로서 위상을 강화하려면 이에 걸맞은 인권 조례와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약자를 위한 정책이 뒷받침 돼야 할 것이다. 

인권은 사람이 개인 또는 나라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누리고 행사하는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말한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2012년 지역 주민들의 인권 보호 및 증진 정책을 펼치고 모든 주민이 인간으로서 대우받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인권기본조례 표준안을 만들었다. 표준안에는 △지자체장의 인권 보장 의무 △차별 금지 △인권 증진을 위한 각종 기구 운영 등이 담겨있다. 용인시도 2018년 기본 인권조례를 발의하고 이에 맞춰 인권센터 등을 설립하려다가 돌연 취소한 바 있다. 

시 감사관 관계자는 “당시 의견 수렴 과정에서 시민들 반대가 있어서 조례 개정을 못했다”면서 “국가권익위원회에서 (기본 인권조례)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방향이 나오면 이에 맞춰 인권조례를 검토해 발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로부터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약자를 보호해주는 최소한의 조치가 인권조례이기 때문에 이는 꼭 필요한 장치라고 입을 모은다. 

장애인인권교육 강사 황성환씨는 “장애인에 관해서는 여러 정책들도 있고 장애인 차별 금지법 같은 것도 있어 장애라는 이유로 차별은 없지만 복합적인 문제로 생기는 차별은 존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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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애인이 있다. 그는 장애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이 때문에 좋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렵게 지내고 있고 앞으로도 상황은 비슷해 보인다. 이같은 사례를 보면 장애로 인한 차별부터 경제적, 학력 차별 등 복합적인 차별 속에 살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황씨는 “장애인 차별 조례가 있지만 결국 복합적 차별에 갇혀 인권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장애인에겐 포괄적 차별 금지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이에 지자체의 인권조례가 절실한 이유”이라고 덧붙였다. 

용인시도 진정한 인권도시가 되려면 관련 조례 등을 재정비해 약자들의 인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장애인 인권 향상 위한 기반시설 구축 시급 
“장애인의 인권은 장애인이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세상에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 장애인의 말처럼 장애인이 스스로 결정하며 살 수 있는 사회가 장애인 등 약자 인권이 훌륭한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20년 6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2019년 국가인권실태조사’에서 ‘한국에서 인권침해나 차별을 많이 받는 집단’에 대한 질문에 장애인(29.7%)과 이주민(16.4%), 노인(13.4%), 여성(13.2%) 순이었다. 이렇듯 약자일수록 인권 침해에 취약한 집단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의 인권 증진과 인식 개선을 위한 꾸준한 정책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용인시는 용인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해 장애인의 사회 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목적으로 2013년 ‘용인시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보장에 관한 조례’를 발의했다. 시는 장애인 인권 증진을 위해 장애인 복지법 63조 2항에 따라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및 인권교육 등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관내 장애인들은 이동권 제한, 장애인 시설 인프라 부족 등을 언급하며 장애인 인권 보장을 위해서는 기반시설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관내 장애인 인구는 3만6395명으로 전체 인구(107만4790명) 중, 약 3%를 차지한다. 이번 민선 7기 백군기 시장은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장애인 관련 주요 공약으로 △장애인 주택개조사업 확대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저상버스 도입 등이 있다. 주거지와 이동권 보장을 통해 장애인들의 인권을 증진시키고 살기 좋은 용인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엿 볼 수 있다. 하지만 2018년 2대, 2019년 5대만 도입돼 전국 평균 20%가 되는 저상버스 보급률엔 여전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시 관계자는 “내년에 14대를 신청했지만 예산 배정에 따라 4대만 추가로 구입하게 됐다”면서 “도나 환경부에서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도 있다. 추경 상황에 따라 추가로 더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기관이 없을 경우 피해 사건으로부터 장애인을 보호하지 못하고 철저한 수사가 어렵다고 말한다. 실제로 2016년 처인구 백암면의 한 마을에서 마을 주민이 장애인 모녀를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같은 마을 주민이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에 사건을 의뢰해 수사가 진행됐다. 이같은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관련된 시설이 설치돼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구체적인 사실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고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아 뒤늦게 알려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사도 더디다는 게 장애인 인권 관련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권익 보호를 위한 ‘의사소통 센터’ 같은 기관이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이런 목적으로 지난해 9월 ‘장애인 의사소통 권리증진센터’ 문을 열었다. 이곳에선 전문상담을 통해 장애인 개개인 별로 최적화된 의사소통을 찾고 전문적인 의사소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기관을 연계해 준다. 이를 통해 정보접근성, 사회서비스 제공 등에 차별 받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취지다.  

더불어 장애인 인권 피해에 대한 개인별 맞춤형 지원정책을 통해 사각지대를 좁힐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한다. 지역사회 장애인 인권침해를 초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시설 공동공간에 CCTV 설치 지원 △장애인 인권침해사실을 즉시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 보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장애인 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용인자활자립센터 김정태 센터장은 “이름만 유지하고 있는 용인시장애인인권센터를 양성하고 운영하면 인권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인권센터가 활성화되면 △장애인 차별 및 인권침해 사례 상담 △현장조사와 권리구제 방안 마련 △장애인 차별 및 인권보장 계획 수립 △인권실태조사 및 교육ㆍ홍보 등이 정착될 수 있어서다. 이를 통해 관내 장애인의 인권 향상에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주노동자·다문화가정 사각지대 조사·발굴 필요

최근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A씨가 경기도 포천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자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주노동자 인권 관련 사건은 오래 전부터 이어진 가운데, 사망 사건으로 이들의 인권 사각지대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농촌 등에는 일손 부족으로 이주노동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다문화가정도 해마다 늘고 있다. 

용인시에 따르면 2020년 외국인 등록 인구는 2만8397명이고 외국국적동포, 환국귀화자 등을 모두 포함하면 3만4101명이다. 2019년 2만6000여명에서 1년 만에 약 8000여명이 늘었다. 이처럼 이주노동자를 비롯해 결혼이민자 등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주노동자의 경우 고용허가제를 통해 매해 4~5만명이 입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 가운데 도농복합지역 특성을 갖고 있는 용인시는 매해 7~800여명의 이주노동자가 와서 일을 하고 있다. 해마다 입국하는 이주노동자 중 10%가 넘는 인원이 용인으로 오는 것이다. 적지 않은 이주노동자가 용인에 있는데 이들은 우리 사회의 선입견과 편견, 다름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 부족한 사회로부터 상처받고 있다고 용인시외국인주민센터 관계자는 말했다. 

이 센터 관계자는 “용인은 제조업과 농축산업이 공존하는 도시다.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농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은 열악한 경우가 많다. 예상치 못한 잔업과 휴일근무가 빈번한 상황”이라며 “상담이나 피해 호소를 위해 센터에 방문하고 싶어도 접근이 어려워서 못하는 분들이 많다. 이에 수요처를 발굴해 이주노동자들이 모일 수 있는 거점을 만들어 찾아가는 지원 사업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외국인 차별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좁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코로나19로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외국인들에 대한 보이지 않은 편견과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경제활동과 지역사회 진입이 더 어려워졌다는 게 용인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지현 팀장의 설명이다. 이같은 차별은 고용 불안으로 이어짐에 따라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되고 결국 이들의 인식이나 인권 상황도 나아지지 않다는 것이다. 

1989년 결혼이민자로 한국에 들어와 32년째 살고 있는 필리핀 출신 토레스 메리이브(54)씨도 다문화가정 및 이주노동자의 인식 개선과 인권 향상을 위해서는 경제적 자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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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다문화가정 및 외국인들에 대한 지원이나 인권수준은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다문화가정 및 외국인에 대한 많은 지원과 배려가 있음에도 홍보가 부족하거나 (외국인들이) 잘 몰라서 실질적으로는 도움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가장 어려운 점은 경제적 문제와 소통이다. 시에서 외국인들의 일자리 확보에 적극적인 도움을 준다면 생활이 개선될 것이고 그럼 다문화가정 및 외국인을 보는 시각도 자연스레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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