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비어둔 경안천 길을 걸었더니 여기저기서 들리지 않던 원망소리가 들려왔다. 용인경전철 보평역에서 시작해 송담대역에서 유턴해 이름 모르는 나무다리를 건너 한 모텔 밑으로 거의 만보 가까이 두 시간 반 가까운 코스다. 물가에 드문드문 심은 나무들이 잘려 하얀 속살이 보이고, 톱날에서 묻어나온 톱밥가루가 바람에 날렸다. 잎 떨어진 무수한 가지들은 앙상하게 말라가고 있었다. 잘린 나무들이 큰 것 작은 것 수무 군데 넘게 쌓여있었다. 지나다가 그늘 밑에서 가끔 땀을 훔치던 지름 50센티미터는 족히 넘을 나무에 다가갔다.

혼자 “왜 잘렸나! 아직은…”하고 말하려는데 밑둥에서 “우리가 무얼 잘못해서 죽이는지 모르겠어요, 들리는 말로는 뭐 장마 때 둑이 넘치게 비가 오면 위에서 내려오는 비닐 조각에, 종이나 과자봉지 등이 가지에 걸려 보기 흉하다고 하더니 잘랐나 봐요. 지나온 30년 동안 큰비는 한두 번인가 있은 듯한데, 이곳 경관을 해친다고 베다니. 우리들은 아직 살만한데, 저 어린 것들도 불상하고…” 하면서 이미 끝난 일을 두고 들리지 않는 소리로 원망을 해댔다.

다리 기둥에 경계수위가 4미터로 적혀 있었다. 이곳으로 이사 와서 20년 넘게 살면서 2미터 넘는 비를 한 번인가 만난 일이 있으나, 얼마 전부터 고진역 옆에 ‘경안천 자연생태복원 운동본부’란 하얀 바탕에 청색 글씨로 쓴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 운동본부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는 지 알 길은 없으나, 인도 위로 흐드러지게 늘어진 가지들은 경안천 경치를 아름답게 꾸며주고 잠깐이라도 땡볕을 피하게 해준다. 곳곳에 놓여있는 벤치는 쓰레기 숨는 곳이 되고 있어 안타까울 뿐, 관계당국에 부탁하는 것은 관리하기에 도움이 될 것은 나무다리마다 이름을 부처주기 바란다. 이런 조치는 바로 시내를 관통하는 용인시의 심장같은 자랑거리를 아끼는 마음일 것이다.

더욱이 이곳이 지역구인 시의원이 “경안천은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하고 철저히 시민 눈높이에 맞게 조성돼야 한다”는 말을 잊지 않기를 거듭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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