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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 덜퍼의 ‘Lily Was Here’
  • 정재근(음악평론가, 팝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2.28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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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 덜퍼와 데이브 스튜어트의 Lily Was Here 공연 유튜브 화면 갈무리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 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자녀를 키우는 부모 대부분 돌잡이부터 시작해 아이가 조금이라도 두각을 보이는 분야에 대해 관심이 커지게 됩니다. 마치 그것으로 아이의 미래가 결정된 것처럼. 하지만 그런 관심과 기대는 실제와 거리가 있다는 것을 느끼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하 하) 지금은 사라졌겠지만 학년 초 학교에 제출했던 ‘가정환경 조사서’를 기억하는 분들은 압니다. 특기와 취미라는 것은 누구나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것처럼 꼭 적어서 제출해야 했던 때를 말이지요. 

세상에! 이제 코흘리개를 벗어날 어린아이가 무슨 특기가 있고, 또 무슨 취미가 있겠습니까? 그런 것은 어느 정도 자라서 자기 의지대로 세상을 살아갈 법한 나이가 돼서야 남들보다 특별하게 잘하는 특기라는 게 생겨날 수 있을 테고, 내가 무척 재미있어 하는 즐길거리가 생기는 것 아니겠어요? 차라리 앞으로 가지고 싶은 특기나 재미있게 즐길 취미를 묻는 편이 더 나았을 겁니다. 아마도 나이 지긋한 독자들도 느닷없이 특기와 취미를 물어본다면 선뜻 이거라고 이야기할만한 분은 드물 것으로 생각됩니다. 혹자는 특기와 취미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고 있을걸요.

특기와 취미를 구분 지어 살펴보자면 취미가 특기로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다른 어떤 일보다 더 재미있어 해서 즐겼던 놀이나 행동이 어느덧 익숙해지고, 남들보다 훨씬 뛰어나는 것이 특기가 되는 경우 말이지요. 학문 쪽도 그렇겠지만 예·체능 쪽은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기에 가정환경이 중요하다는 말이 여기에서 나옵니다. 가령 부모가 요리하기를 즐기다 보면 그것을 보며 자란 아이는 그 분야가 취미로 될 확률이 높아질 것입니다. 부모가 음악을 좋아한다면 아무래도 다른 가정보다 음악을 접할 기회가 많다 보니 아이는 음악 관련 취미를 갖기 쉬울 것이라는 말이지요. 이 때문에 대부분 음악가의 부모는 음악과 관련된 경우가 많습니다.

캔디 덜퍼(Candy Dulfer)도 그런 경우입니다. 재즈 색소포니스트 한스 덜퍼의 딸로 태어났기에 엄마 뱃속에서부터 색소폰 소리를 듣기 시작했어요. 불과 다섯 살 때 드럼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여섯 살 때 소프라노 색소폰, 일곱 살에 알토 색소폰을 연주하기 시작했답니다. 왠지 많이 익숙한 이야기 같지 않은가요? 다섯 살에 사서삼경을 띄고 여섯에 어쩌고 하는.(하 하) 그동안 많이 들어오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글 서두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을 쓴 겁니다.(하 하) 열한 살에 아버지의 밴드 앨범에 연주자로 데뷔했으며, 열넷에 자기 밴드를 조직해서 음악 활동을 시작한 그야말로 어릴 때부터 될성부른 나무였어요.

그녀의 나이 불과 열여덟에 저 유명한 마돈나의 유럽 콘서트에서 오프닝 공연을 하게 돼 주목을 받기 시작해서 열아홉 살에는 ‘프린스’가 자기의 유럽 콘서트에 느닷없이 그녀를 무대 위로 올려서 즉흥연주를 하게 했던 것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어요. 그 이후 핑크 플로이드, 밴 모리슨, 알란 파슨스 등 세계적인 팝스타 무대와 앨범에 연주자로 참여하게 되는 그야말로 존재감을 과시하게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10대 후반부터 세계적인 스타들의 프러포즈를 받아왔던 실력이 정규 음악교육은 한 번도 받은 적 없이 거의 독학으로 이뤘다는 점에서 입을 딱 벌리게 하는 대단한 연주가이기도 해요.

이렇게 뛰어난 연주가 캔디 덜퍼는 그동안 많은 음악을 발표했어요. 독자들이 들어서 “어! 이 곡 많이 들어봤는데” 할 만한 익숙한 곡으로 영화 ‘암스테르담의 소녀’(원제 계산원)에 삽입이 된 ’Lily Was Here’라는 곡이 있습니다. 영화 내용은 슈퍼마켓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는 소녀 릴리가 미군과 사랑에 빠지면서 그의 아기를 갖게 되지만, 미군은 그만 깡패들에게 살해당하는 일이 생깁니다. 그 이후 여러 가지 인생 역정을 겪게 되는 여인의 일생을 그린 애잔한 영화예요. 하지만 영화보다 캔디 덜퍼가 1980년대를 풍미했던 유리드믹스(Eurythmics)의 남성 멤버였던 데이브 스튜어트와 함께 연주한 ‘Lily Was Here’가 더 알려졌지요.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쓰인 곡인데, 격정적이고 에로틱한 색소폰 연주가 압권이거든요. 워낙 잘 알려진 곡이라 들어보면 느낌이 확 와 닿을 거라 믿습니다. 연말에 잘 어울릴만한 곡입니다.

캔디 덜퍼의 Lily Was Here 들어보기

정재근(음악평론가, 팝 칼럼니스트)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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