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기 작게나마 위로 되길”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완장2리 상동마을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 마을 운영위원회는 마을 기금을 긴급생계비 명목으로 가구에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주민들은 서면으로 총회를 열어 운영위 결정을 의결했다. 왼쪽부터 서성세 운영위원, 이기용 노인회장, 엄오용 이장, 김재연 운영위원장

주민 간 갈등이나 불투명한 운영으로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는 곳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가구 수가 많지 않은 농촌의 경우 도시보다 더 끈끈한 공동체로 묶여 있다. 하지만 공동체 내 신뢰가 무너지면 도시공동체보다 회복하기 더 어려운 게 농촌공동체다.

그런 가운데 투명한 마을 운영으로 마을 민주주의를 실현하며 코로나19로 인한 공동체 내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마을이 있다. 주민들의 생활편의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6년간 알뜰살뜰 모아온 마을기금을 모든 가구에게 특별재난지원금 성격으로 돌려준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완장2리 상동마을이다.

“완장2리에는 복지시설이 전무해 생활체육시설과 쉼터 등을 조성하기 위해 기금을 조성해 왔는데, 코로나19로 위기를 겪고 있는 주민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운영위원회를 통해 모든 가구에 긴급생계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어요”

올해를 끝으로 6년 간 임기를 마무리하는 엄오용 이장은 “기금 사용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어려움을 토로하시는 어르신들의 목소를 들을 수 있었다”며 마을 자체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원한 배경을 설명했다. 50여 가구에 가구당 130만원씩 생계비를 지원하고, 노인들이 많다는 마을 특성을 감안해 의료비와 요양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인회에 1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50여 가구 100여명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상동마을은 여느 농촌마을과 같이 가장 젊은층이 50대로, 노인 가구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기용 노인회장은 “노인이 많다보니 몸이 아파 병원에 다니는 이들이 적지 않아 돈이 많이 드는데, 다만 얼마라도 병원비 등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됐다”며 엄 이장과 운영위원회에 고마움을 전했다.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완장2리 상동마을에는 50여 가구가 살고 있다.

마을 기금을 애초 목적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됐지만, 마을 공동체에서 깊은 고민과 토론 후 결정한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에겐 위로이자 큰 힘이 되고 있다. 기금사용 변경으로 인한 갈등이 없는 것은 상동마을만의 투명하고 독특한 의사결정 구조와 운영 때문이다.

상동마을 역시 여느 마을처럼 이장·부녀회장·노인회장 등 마을을 이끌어가는 이들이 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마을 현안을 논의하고, 결정된 안건을 집행하는 운영위원회가 있다는 것. 주민들 추천으로 운영위원이 선정되는데, 이장 등도 운영위원 중 한 사람이다.

김재연 운영위원장은 “주민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여러 차례 회의 끝에 재난지원금 사용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기금은 수고가 녹아 있는 주민 모두의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상동마을은 운영위원회가 안건을 결정했다고 해도 주민총회 의결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재난지원금 지원은 사실상 주민 스스로 한 결정이기도 하다.

엄오용 이장은 “우리 마을은 사업계획과 집행, 기금 수입과 지출을 마을총회에서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애초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았지만 지원 시기가 당겨졌을 뿐”이라며 “서면 총회를 진행하면서 난방비를 아끼는 등 어려운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기 몫을 더 어려운 이에게 드리라는 분들도 계실 정도로 공동체 힘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기금을 후원한 주민과 업체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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