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김용균 청년의 어머니께서 아들의 2주기에 단식농성을 시작하며 쓴 글이다. 

“어제가 용균이 얼굴을 못 본지 2년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만들어 달라고 농성하느라, 추모제가 열린 태안 용균이 회사에도 못 가봤습니다. 아직도 용균이가 없는 게 믿어지지가 않는데, 벌써 2년이 흘렀습니다. 용균이로 인해 만들어진 산안법으로는 계속되는 죽음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변한 게 없습니다. 매일같이 용균이처럼 끼어서 죽고, 태규처럼 떨어져 죽고, 불에 타서 수십 명씩 죽고, 질식해서 죽고, 감전돼서 죽고, 과로로 죽고, 괴롭힘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화학약품에 중독돼서 죽습니다. 너무 많이 죽고 있습니다. 제발 그만 좀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보고 있기가 너무 괴롭습니다.”

2019년 산재 사고 사망자는 855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16명 감소했다고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했다. 코로나19와 산재 사망사고는 다르지만 사망자 숫자로 놓고 보면 한해 산재 사고 사망자 숫자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보다 많다. 

산재 사망사고는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고, 국민들은 사건사고 뉴스를 매일 접하며 노동자들이 매일 2~3명씩 죽어나가는데도 현실은 무감각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산재사망사고에 대해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바라고 있다. 

2018년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유출돼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사망했다. 올해엔 처인구 양지면 SLC 물류센터 화재로 5명 사망, 8명 부상 사고가 있었다. 안전 불감증과 자본의 비용절감으로 죽어나가는 소중한 생명이 너무 안타깝다.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다음에 또 소를 잃지 않을 텐데, 우리사회는 그런 상식적인 행동조차 실천하고 있지 못하다.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처벌도 약하다. 산업안전보건법 미준수 시 최고 5년 이하 징역, 5천만원 벌금형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수백만원 벌금을 받고 집행유예 되기 일쑤이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법원이 선고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 중 단 2.9%만이 징역·금고형을 선고받고, 90.7%는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에 그쳤다고 노동부 발표에 나타났다.

고 김용균 청년이 다닌 태안화력발전소도 마찬가지였다. 관리자들은 처벌도 받지 않고, 하청 말단 직원만 처벌하고 검찰로 송치됐다고 한다. 납득할 수 없다. 더군다나 중대재해기업인 원청은 무재해달성 회사로 표창을 받고, 그 대가로 감세 혜택까지 받아왔다. 기업은 늘 법망을 빠져나가며 비웃고 있다. 이를 바로잡아야 할 법과 정치는 기업 눈치 보기만 급급해 한다. 반복되는 중대재해 사고,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 돈보다 생명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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