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산에서 즐겁게 눈썰매를 타던 아이들 모습. 올해에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아이들과 만남이 연기도 아쉽기만 하다.

설핏 깬 잠결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작고 조용한 소리였다. “몇 시야?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어? 근데 왜 이렇게 어두운 거야?” 일어나 거실 커튼을 활짝 열었다. 세상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얼마 전 내렸다는 첫눈은 보지 못했으니 올해 내가 본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마음이 설렜다. 집 앞 공원에는 벌써 단단히 옷을 챙겨 입은 한 가족이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 

코로나19가 심상치 않아 친구들과의 만남이 연기됐다. 눈이 내렸다. 눈이 내린 다음날은 진짜 재밌는 숲 놀이를 많이 할 수 있는데,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눈 내린 숲은 하얀 옷을 입은 나무들과 하얀 눈 양탄자를 덮은 길에 내리쬐는 햇살까지 동화 속 세상이 되고 만다. 그 속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눈이 많이 오는 날, 숲에 가는 복장은 좀 달라야 한다. 일단 방수바지, 방수부츠, 방수장갑 등 방수가 기본이다. 그렇지 않으면 금방 젖어 추위가 몸을 쉽게 파고 든다. 

깨끗한 눈을 본 아이들은 제일 먼저 눈 위에 누워 팔과 다리를 휘젓는다. 그러면 천사가 눈 위에 그려진다. 그 다음 우리는 눈덩이를 뭉친다. 크게 더 크게, 아니면 귀엽게 더 귀엽게, 겨울왕국의 영향으로 아이들 눈사람은 울라프가 많다. 그러면 우리는 목청껏 ‘렛 잇 고 렛 잇 고~~’ 겨울 왕국 주제가를 부른다. 산도 함께 우리들과 노래를 부른다. 

눈싸움도 빠질 수 없다. 평평하고 안전한 곳을 찾는 것은 교사인 내 몫이다. 아이들은 역할을 나눈다. 누군가는 뭉치고, 누군가는 던지고 놀이가 격해져 싸움이 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한바탕 눈싸움마저 끝마치면 눈 내린 겨울 숲을 더 다이내믹하게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찾으러 이동한다.
 

올해엔 즐거운 눈썰매의 추억을 만들지 못할 듯하다.

수업하는 아이들 성향에 따라 다른 곳을 찾아야 한다. 친구들이 얌전하고 겁이 많으면 경사가 낮은 곳으로, 운동신경이 발달하고 활발하면 경사가 높고 긴 코스를 찾아야 한다. 우리는 비닐포대 눈썰매를 탈 예정이었다. 일단 바닥을 잘 살펴야 한다. 돌부리가 있는지, 밤송이가 있는지, 나뭇가지가 툭 튀어나온 것은 아닌지,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들을 모두 없애야 한다. 이젠 눈썰매를 탈 시간이다. 신나는 놀이에는 지켜야 할 규칙이 많다. 한명씩 타야하고, 친구가 완전히 내려 온 다음에 타야하며, 모자를 써야 한다. 안전에 대한 설명을 다 듣고 드디어 비닐포대 눈썰매를 탄다. 

“선생님~ 잘 안 내려 가요” 
“한번만 타면 그 다음엔 잘 내려가요”
“선생님 무서워요” 
“그럼 여기 밑에서 타 보렴” 

아이들마다 상황마다 즐겁게 눈썰매를 탈 수 있도록 지도해줘야 한다. 그럼 모든 아이들이 행복해진다. 처음에는 밑에서 시작했던 아이들도 점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자신의 한계를 조금씩 조금씩 이겨나가는 그 모습 또한 기특하고 예쁘다. 아이들이 경사가 완만한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리곤 기다랗게 기차를 만들어 눈썰매를 탄다. 놀이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낼 수 있는 정도로 숲에 익숙해진다. 이런 날 코코아가 빠지면 몹시 섭섭하다. 보온병에 담아 온 코코아를 친구들과 한잔씩 나눠 마시면, 그 또한 겨울 숲의 행복한 추억이 된다. 다시 눈썰매 타기가 시작된다. 수북하던 하얀 눈이 흙색으로 변한다. 속도는 더 빨라진다. 아이들 안전을 위해 나는 밑에서 기다린다. 나를 믿고 아이들은 신나게 눈썰매를 탄다. 겨울 숲의 추억이 하나 더 쌓인다. 

내리는 눈을 보며 지난 추억에 잠겼다. 오늘은 밖으로 나가 눈 온 뒤 추위와 바람과 숲을 꼭 보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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