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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섣달의 소망
  • 대한불교조계종 백령사 주지
  • 승인 2020.12.1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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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는 12월 21일이 동짓날이다. 음력으로 보름 가까이 일찍 드는 셈이다. 24절기의 하나인 동지(冬至)가 들어 있는 달을 동짓달이라고 한다. 동절(冬節)·교동(交冬)·하동(賀冬)·소한절(消寒節) 등으로 불리는 동지가 음력 11월 초순에 들면 ‘애동지’ 혹은 ‘애기동지’라고 한다. 중순에 들면 중동지(中冬至), 하순에 들면 노동지(老冬至)라 불린다. 섣달은 음력으로 한 해의 맨 끝 달인데, ‘설’과 관련이 있는 달이다. 섣달이 지나면 바로 새해가 시작되는 설날이 되므로 그 의미를 살려서 섣달이라고 했다. 

조선 중기 황진이는 개경의 밤을 “동지섣달 기나긴 밤”이라 노래했다. 그만큼 밤이 길다는 뜻인데, 동짓날을 가리키는 상징 같은 시조가 《청구영언》에 실려 전한다.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를 지내면,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예전부터 태양이 새로 만들어지는 날, 동짓날을 “설날에 버금간다”라고 해서 아세(亞歲)라 불렀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고려 후기까지 당나라의 달력을 그대로 썼기에 동지를 설로 여겼다. 14세기 초, 원나라의 수시력으로 바꾸면서 현재의 설(舊正)을 새해 첫날로 삼았다. 또 ‘작은 설’로 예우한 동짓날에는 새알심을 듬뿍 넣은 팥죽을 쑤어 먹는 풍습을 가졌다. 이것은 요사스러운 귀신이나 사악한 것을 몰아내기 위한 벽사(辟邪)의 의미가 담겨 있다. 붉은색을 싫어하는 악귀를 내쫓고자 붉은색 팥죽을 해 먹었다. 밤이 가장 긴 동짓날에 귀신들이 가장 왕성하게 돌아다니므로 양기(陽氣) 가득한 붉은색 팥으로 악귀를 쫓아내고자 하는 바람은 동지섣달의 소망이었다. 

요즘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므로 지금 필요한 것은 함께 할 수 있는 소망이다. 모두 다 바라고 있지만 이루기 힘든 목표를 상정하는 말이 소원이라면,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정해서 온 힘을 다해 실천하는 것이 소망이라 할 수 있다. 

경자년 동지섣달에 우리가 바라는 소망은 한결같이 코로나19의 대유행을 막아내는 것이 첫 번째다. 그 다음 개인 행복을 기원하는 양보의 미덕을 가질 때가 아닌가 싶다. 붓다의 수행기를 적은 《입보리행론》에는 “불만과 성냄보다 더한 죄가 없고, 인내만큼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없다”라고 할 만큼, 우리 사회의 건강과 밝음을 위해 스스로 인내하는 삶이 요구되는 시절이다. 

천오백 년 전, 겨울철에도 코로나19와 같은 사악한 악귀들이 많아 이를 물리치는 데 골머리를 앓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팥죽이다. 6세기 중국 양나라 때 종름이 편찬한 《형초세시기》에는 “홍수의 신 공공씨의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질 귀신이 되었는데, 생전에 팥을 두려워해 팥죽을 쑤어 물리친다”라고 ‘악귀 쫓는 팥’의 의미가 붙었다. 

팥으로 만드는 팥죽은 동짓날에만 먹는 것은 아니다. 팥칼국수는 전라북도 향토음식으로 유명하다. 또 삼복더위에 먹는 ‘복죽(伏粥)’으로 팥죽 먹던 풍속은 고려 후기 목은 이색이 지은 《콩죽(豆粥)》이란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대로 동짓날에 먹는 절식(節食)인 팥죽은 음력 11월 초순에 드는 애동지 때에는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고 해서 팥죽을 끓여 먹지 않고, 대신에 팥 시루떡을 해 먹었다. 올해 동짓날은 21일로 음력 11월 7일이다. 애동지에 들었으니 팥 시루떡을 해 먹거나, 옹심이 없는 팥죽을 쑤어 먹고 행복한 연말연시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한불교조계종 백령사 주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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