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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크 플레처의 Silver Spoon
  • 정재근(음악평론가, 팝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2.1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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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k Fletcher.com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며칠 전, 집에서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배경으로 아내와 함께 캔맥주를 마시다가 나도 모르게 ‘행복이란 게 별 게 아니야!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참 행복하네’라고 읊조리게 됐습니다. 워낙 작게 흘린 말인지라 못 들었으리라 하고 생각했는데, 아내가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라고 받더군요. 사실 이 행복이 어디서 온 건지 명확히 규명하지 못하겠지만 지금까지 이런저런 세파를 헤치며 함께 살아오며 다져진 내공에서 얻은 여유가 밑받침돼 나온 것은 아닐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예전보다 경제는 물론, 사회·문화적인 모든 면이 변화되고 발전했기에 가능한 것이 더 크겠지만 말이죠.(하 하)

사실 예전에는 모든 것이 곤궁했어요. 그러다 보니 먹고사는 일 이외에 눈을 돌린다는 것은 쉽지 않았지요. 만약에 타임머신이라도 있어서 청년 시절이었던 1980년대 초로 돌아가서 그 시절 사람들에게 “앞으로 40년 후에는 우리나라 축구선수가 세계 최고 리그에서 최고의 공격수로 득점 순위 1위를 달리고 있고, 우리나라 문화가 세계의 주류가 되어서 ‘한류’라는 용어가 생겨났으며, 우리 가수가 세계 제일 인기를 얻으면서 빌보드 차트 1등을 했다”라고 지금의 소식을 전해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이야기가 다 끝나기도 전에 “정신 나간 놈이 별 이상한 소리를 다 하고 있다”라며 면박이라도 듣지 않으면 다행일걸요.(하 하) 그만큼 상상할 수 없는 대단한 문화예술 발전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이 발전이 하루아침에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요. 이런 시스템이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세월이 필요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에 불가능하리라던 문화선진국을 이룬 지금,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지 다시 일깨울 필요가 있습니다.

필자 주변에도 꽤 이름이 알려진 대중 예술가들이 몇 있는데, 예전의 어려웠던 시절을 기억하는 필자는 이 사람들이 지금에 이르게 되기까지 공통점이 하나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과 미래에 대한 확신이었지요. 그런데 그 확신은 어처구니없게도 아주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있답니다. 가령 노래 부르는 것 말고 음악감상실의 디스크자키가 멋져 보였지만, 선배로부터 “앨범 재킷도 제대로 못 읽느냐”고 면박을 당하고서는 ‘노래가 내 길이다’ 하고 한 길만 판 결과 유명한 가수가 된 이도 있고요. 책을 사러 서점에 들어갔다가 난롯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서점주인 모습에 꽂혀서 글을 쓰게 됐다는 시인도 있습니다. 듣고 보니 참 어처구니 없지요? 

직접 알지는 못하지만, 우연히 들른 작은 악기점에서 상점 주인이 알고 있는 기타에 대한 지식에 반해서 아주 유명한 블루스 기타리스트가 된 이도 있습니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B.B King의 뒤를 이을 유일한 흑인 블루스 기타리스트로 주목을 받는 커크 플레처(Kirk Fletcher)입니다. 지금은 마흔 후반 정도의 나이인데, 여덟 살 무렵에 아버지가 목사로 있던 교회에서 형이 공연하는 것을 보게 됐는데, 자기가 더 잘할 자신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기타를 배워서 연주하기 시작했답니다. 그러다가 상점 주인에게서 전해들은 블루스 기타리스트 ‘로벤 포드’의 연주에 완전히 빠졌던 거지요. 

이 사람은 블루스 계열의 음악을 정말 착착 달라붙는 리듬 연주로 맛깔나게 만들어낸다는 평을 받으면서 여러 가수나 그룹의 세션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어요. 아마도 블루스 음악을 하는 가수들의 동영상을 보다 보면 얼굴이 자주 보이는데, ‘마이클 랜다우 밴드’나 ‘조 보나마사’의 공연 영상을 보신 분을 알 겁니다. 튼실한 몸매의 사람 좋아 보이는 세컨드 기타리스트가 눈에 뜨인다면 거의 커크 플레처가 맞을 거예요.

소개할 곡은 블루스 연주가이면서 드럼 연주가인 ‘지미 모렐로’가 만들어서 커크의 데뷔앨범에 실릴 수 있게 도와준 곡인데, 노래 제목이 은수저(Silver Spoon)입니다. 하도 우리 세상에서 금수저, 흙수저를 찾다 보니 혹시 우리 문화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가 하고 훑어봤더니 이 앨범은 1999년에 나왔네요. 그러니 우리 영향은 아닌 것 같고 아마 저쪽 나라에서도 금수저, 은수저를 찾는 문화가 있는가 보지요?(하하) 첫 문을 여는 커크의 기타연주는 듣는 이의 가슴을 뜯어내듯 날카롭게 자극합니다. 그리 뛰어나지 않은 그의 보컬이 오히려 담백하게 잘 어우러지는 음악이에요. 그리고 적당한 때에 들어와 주는 색소폰 소리가 전체를 조화롭게 해줍니다. 이 곡이 세상에 막 나왔을 때, 어느 평론가가 이야기하기를 “이 음악을 듣고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당신의 감성은 이미 죽어있는 거랍니다”라고 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실까요? 

커크 플레처의 Silver Spoon 들어보기

정재근(음악평론가, 팝 칼럼니스트)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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