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한 구상나무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결국 코로나19는 멈추지 않고 추위에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크리스마스, 연말마저 조용히 집에서 지내야 할 분위기이다. 살짝 우울해지는 마음 달래보려 작은 아이와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했다. 들썩들썩 신나는 분위기는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나름대로 즐거움을 찾았다. 아이들이 어릴 적엔 크리스마스 키트를 사서 집 안에 장식하곤 했는데, 올해는 색다르게 마당에 심은 나무에 장식을 했다. 구상나무다. 

필자에게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떠오르는 나무는 구상나무다. 숲 해설가 활동을 하면서 구상나무를 처음 만났다. 가까운 한택식물원에서였다. 전나무나 주목은 가까운 숲이나 공원근처에서도 흔하게 만날 수 있었는데, 구상나무는 숲 해설가 활동을 하기 전에 한 번도 본 기억이 없다. 아마 봤더라도 전나무로 혼동했거나 몰라봤을 것이다. 그렇게 구상나무를 알고 나니 흔하진 않지만 간혹 구상나무를 만나게 되면 반가웠다. 제주도에 여행가서 만났던 구상나무 군락은 잊지 못할 장면 중 하나이다. 구상나무를 알았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던 즐거움이리라.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크리스마스트리로 구상나무를 많이 이용해 화원에 가면 종종 작은 구상나무를 볼 수 있다. 
 

전나무 잎은 구상나무와 달리 끝이 뾰족하다

소나무과 상록 침엽수지만 다른 침엽수과 나무와 다르게 구상나무는 뾰족하고 차가운 느낌보다 포근한 느낌이 든다. 아마 나뭇잎 끝이 바늘처럼 뾰족한 것이 아니라 아기엉덩이처럼 양 갈래로 동글동글하게 갈라져있어서 그럴 것이다. 처음에 구상나무를 집에 심었을 때 남편은 자기가 싫어하는 나무라며 투덜거렸다. 전에 살던 집에 전나무가 있었는데, 그 나무와 똑같은 나무를 왜 심느냐며 찔리면 따가워서 싫다며 투덜거렸다. 전나무와 착각한 것이다. 이렇게 구상나무를 혼동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전나무와 구상나무를 구별하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 전나무나 구상나무 잎을 손 안에 살포시 쥐어보면 된다. 전나무는 나뭇잎을 만지기 전에 벌써 ‘앗 따가워’하고 소리가 날 것이다. 반면, 구상나무는 나뭇잎의 동그란 끝이 살에 닿는 촉감이 좋아 계속 만지게 된다. 또 잎을 뒤집어 보면 구상나무는 은회색 빛이 나고, 전나무는 앞뒷면 색깔이 같다. 

구상나무의 학명은 ‘Abies koreana’로, 학명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크리스마스트리로 유명해 ‘korean fir’, 즉 한국산 전나무로 인기가 아주 높다고 한다. 구상나무는 북반구 한대지방이 고향으로 빙하기 때 번성했다. 빙하가 한반도까지 확장해 그 때 이주한 나무들이 한반도에 분포했다. 빙하기가 끝나 날이 따뜻해지면서 저지대 구상나무들은 더운 날씨로 버티지 못하고 죽고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 남쪽 높은 산중턱에서 살아남아 현재에까지 이르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렇게 남쪽 고산지대 추운 날씨에서 자라는 구상나무는 기후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구상나무 잎 끝은 동글동글하다

종종 뉴스나 신문에서 구상나무 소식을 접할 때가 있는데, 좋은 소식보다 슬픈 소식이 대부분이다. 몇 년 전엔 지리산 구상나무군락에서 고사한 나무들이 발견됐다고 했는데, 올해에도 한라산 구상나무 군락에 있는 나무들이 집단 고사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기온상승에 밀리고 밀려올라가 지금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구상나무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2013년 3월 국제자연보전연맹은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앞으로 백년 안에 모두 멸종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올 한해는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날씨변화를 온 국민이 경험한 한해였다. 집중호우와 기록적인 긴 장마기간이 그것이다. 그 때는 그렇게 심각했던 기후변화의 체감 정도가 요즘은 점점 사그라지고 있다. 아이와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며 구상나무를 바라봤다. 이 아이가 커서 내 나이가 됐을 때에도 구상나무를 볼 수 있기를…. 다시 마음을 잡고 관심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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