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문화유산 이야기4-할미산성

가파른 위치에 선조들 위대함 느껴져

영동고속도로 마성 IC근처 한국도로공사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할미산성으로 향하는 산책로 출입구를 찾을 수있다. 300미터 정도 올라가면 남아 있는 할미산성 잔재를 볼 수있다.

이름부터 궁금증과 흥미를 자아낸 '할미산성'. 고려시대 한 노파가 하룻밤에 쌓은 성이라는 전설을 듣고 이곳에 대한 호기심은 더 커졌다. 그리고 이름에서 오는 왠지 모를 정겨움에 이번 답사지를 선택하게 됐다. 기흥구 동백동과 처인구 포곡읍 가실리와 마성리에 걸쳐 있는 할미산(해발 350m)에 할미산성 잔재가 남아 있다. 이를 보기 위해서는 약간의 등산을 해야 한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험한 산지도 아니고 장시간 올라가는 곳도 아니어서 간단한 운동 겸 산책이란 생각으로 출발하면 될 듯싶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콕하는 사람들이 다시 늘고 있는데, 할미산성 산책로가 인파도 드물고 맑은 공기도 마실 수 있으니 힐링하기에 나쁘지 않아 보인다. 

확진자도 무섭지만 ‘확찐자’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올해 연말은 문화재 답사로 마무리 하는 것은 어떨까. 이런 시국에 나쁘지 않은 선택 같다. 할미산성을 가고 싶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자차로 가는 게 더 편하다. 기흥역에서 내비게이션에 '할미산성'을 입력하고 출발하니, 약 15분 정도 소요될 정도로 가까운 편이다. 목적지 도착 전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마성 IC에 도착하기 전 오른쪽에 한국도로공사 건물이 보이면 그 방향 갓길로 향해야 한다. 혹여나 IC를 지나면 더 멀어질 수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할미산성으로 가는 길 내내 관련 이정표나 안내문이 없어 당황스러운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경기도 기념물로 지정해 놨으면 이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안내가 있으면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한국도로공사 건물 안쪽에 보면 가팔라 보이는 나무 계단이 보인다. 그 계단이 할미산성으로 향하는 입구다. 계단이 다소 가파르니 비나 눈이 오고 난 후에는 위험해 보이니 날씨 좋을때 방문하도록 하자. 높진 않지만, 경사도가 있어 할미산성에 도착하기 전까지 집중해서 올라가야 한다. 300여m 올라가니, 할미산성 유래와 발굴 과정 등을 간단하게 설명한 안내문이 보였다. 바로 그 앞에 할미산성 잔재가 길게 뻗어 있었고, 정면으로는 처인구 일대가 파노라마처럼 한 눈에 담겼다. 

◇축성법 변화 과정 중요 자료…신라시대 높은 기술력 엿보여

깎아지른 듯한 절벅에는 돌로 쌓은 산성 흔적이 남아 있다.

적의 침입에 대비하고 움직임을 살피기 위해 평평한 땅이 아닌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성이 많다. 할미산성은 높은데 경사면도 가파른 곳에 있어 어떻게 돌을 운반해 성을 완성했는지 궁금했다. 의외인 곳에 성이 자리 잡고 있으니 노파가 하룻밤에 성을 쌓았다는 전설이 대대로 내려온 것 같다. 1998년 할미산성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이를 통해 6세기 중엽 신라에서 만들어 한시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06년 경기도 기념물 제215호로 지정된 할미산성은 돌을 이용해 쌓은 성으로 성벽의 전체 둘레는 651m에 이른다. 

할미산성 축성법의 특징과 성내부의 각종 유물 등을 봤을 때 6세기 중엽 신라가 축성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를 통해 신라의 축성법이 어떻게 변화됐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할미산성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서 확인된 축성방식은 편축법이다. 곧게 오려 축조한 자연석 외축과 그 안쪽으로 잔돌을 다져 넣고 마지막 안쪽 마무리는 산의 자연지형을 의지함으로써 튼튼하게 유지토록 했다. 돌의 두께는 20~30cm이며 폭은 30~70cm 정도로 다양하다. 성의 내부 남쪽은 비교적 넓은 평지가 있고 여기서 몇 점의 토기편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성의 축성 목적은 대중국 교역항이 있는 당성으로 이어지는 교통로 확보를 위해 쌓았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견해다.  

성벽은 거의 무너진 상태지만 온전한 할미산성의 높이는 약 4m 정도로 추측하고 있다. 이 성을 쌓기 위해 돌을 규격화하는 작업부터 일일이 짊어들고 산을 올랐을 당시 사람들을 생각하니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인부 한 사람이 등짐이나 지게로 운반했을 텐데 수 천 번은 왔다 갔다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무거운 돌을 들고 가파른 산길을 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들의 노고를 생각해서라도 지금처럼 무너질 직전의 할미산성을 제대로 복원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마고할미 전설, 용인시 창조 이야기로 만들면?

마고할미가 하룻밤 사이에 성을 쌓은 것이 할미산성이라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런 전설 속에 할미산성이 있는 석성산 일대가 신령이 깃든 토속신앙의 중심지 구실을 했다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다. 이런 예가 동제(마을을 지켜주는 동신에게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기원하는 마을 최대의 제례 행사)가 전승되던 마을이라는 점이다. 마성 마가실, 포곡면 가마실, 둔전, 구성읍 동백리, 초당곡 등 근래까지 동제가 행해지는 마을은 어김없이 석성산과 할미산성이 중심이 됐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할미산성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같은 절대적인 존재로 추앙받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어디서 한 번 쯤 들어봤을 전설 같지만 이런 이야기를 용인 창조설화로 제작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인시에서 활동하는 극단 개벽이 이런 시도를 한 적이 있다. 할미산성을 축성한 가야의 마지막 왕자이자 신라의 장군 김무력 활약상을 담아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이같은 사례처럼 용인시도 기존 설화에 몇 가지 이야기를 가미하면 그럴 듯한 용인 창조 신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시민들이 용인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조금이라도 더 가지지 않을까. 

한편, 할미산성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왼쪽 편에 길게 뻗은 석성교를 마주할 수 있다. 다리 중간에 아래가 훤히 보이는 투명 유리가 설치돼 있어 묘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스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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