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은 전태일 열사 50주기였습니다. 50년이 지난 지금 노동자들의 현실은 아직도 일하다가 죽어가고 아침에 일하러 나갔는데, 과로사로 죽어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용인에서 노동운동을 하면서 느끼거나, 제안하고 싶은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하루 420개, 너무 힘들어요” 지난 10월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36세 택배 기사가 새벽 4시 동료에게 남긴 문자입니다. 택배노조가 공개한 문자메시지에는 “오늘 180개 들고 다 치지도 못하고 가고 있다. 집에 가면 5시,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또 물건 정리해야 한다. 어제도 2시에 집에 도착했다. 너무 힘들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올 한해 택배기사 13명이 잇달아 사망했습니다. 과로와 노동환경 악화로 10월에만 네 건이 발생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일이 두 배로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평소 150개에서 200개를 배송하던 일이 400개에서 500개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200개를 배송할 때는 분류작업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400개일 때는 분류작업 하는데 만 오전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새벽에 나가서 오전 10시까지 분류작업을 해도 무임금입니다. 택배기사는 호소할 데가 없습니다.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입니다.

원청의 지시에 따라 일하고 있지만, 수수료율을 협상하고 물량을 조절하는 등의 권한은 없습니다. 한 택배사의 계약서를 보면 ‘상호간 근로관계를 형성하지 않는다’ 라고 적혀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감염병이 창궐하는데도 비대면을 할 수 없고, 대면노동을 해야만 합니다.

경기도 광주 행복한요양원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해 코호트격리 됐습니다. 강모씨는 행복한요양원에 일하고 있었습니다. 코호트격리가 되자 하루 종일 방역복을 입고 어르신을 돌봐야 했습니다. 혹시나 코로나에 감염된 어르신인지 모르는데도 어르신 식사 챙겨드리고, 기저귀를 갈아 드리는 등 일을 하다 보면 땀으로 목욕을 해야 했습니다. 요양보호사와 돌봄 노동자들에게 비대면 노동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코로나에 감염된 어르신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뉴스로 목격하면서 일을 했습니다. 동료 요양보호사들도 감염돼 격리됐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그 공포감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웠지만, 그래도 어르신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참고 견뎌냈다고 합니다. 행복한요양원에서 일했던 동료는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에서 전문상담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코호트격리가 끝나자 강 요양보호사는 계약해지를 당해야 했습니다. 요양원은 어르신 퇴소자가 다수 발생하자 인력 감축에 들어간 것입니다.

필수노동자들. 감염병 위기의 시대, 재난 상황에서 꼭 필요한 의료 배송 배달 돌봄 노동자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재난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들인데 이들에 대한 보호가 없습니다. 택배노동자들의 연이은 사망사고에서 보듯이 오히려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자체에서 가장 처음 이들에 대한 보호 조례를 만든 곳이 서울시 성동구입니다. 성동구의 필수노동자 조례에는 필수노동자 보호와 지원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필수노동자 지원위원회를 구성해 수당 및 안정장구·심리치료 등 지원하고, 필수노동자 인식 제고 캠페인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필요한 일을 위해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는 노동자가 있다는 것을 동시대에 사는 우리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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