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장소에 따라 다르지만 이제 마스크는 일상용품이 된 것이다. 인류문명학적으로 보면 지금에야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던 물건들도 시작에는 계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화되는 것 역시 역사적 사건이 배경이 되는 경우도 많다. 

지금에야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포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음식을 먹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포크가 애초부터 음식을 먹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지만 종교계 반대로 대중화는 애당초 쉽지 않았다. 신이 주신 손을 포크가 대신한다는 것은 종교적 관점에서는 용납하기 힘든 부분이었을지 모른다.

여기에 무기와 비슷한 생김새 역시 대중화에 걸림돌이 됐단다. 이후 프랑스 혁명에 맞춰 포크는 귀족이 일반인과 차등을 두기 위해 하나의 상징적 용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유와 평등 그리고 인본을 중시하는 세상 흐름에 포크 역시 단계를 낮추고 영역을 넓혀 우아함을 버리고 실용적인 일상용품으로 자리 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질기다. 마스크 착용 과태료 시행 이후 용인시 곳곳을 다녔다. 올해 초만 해도 길거리 곳곳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행인들이 간혹 있었다. 두 번에 걸친 전국 대유행기를 거치면서 전염병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익혔다. 그 중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며, 상징적인 행위였다.        

11월 어느날 거리의 풍경은 굳이 강제적 과태료 부과까지 필요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돈이 잘됐다. 취재를 위해 찾은 식당 등 실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인 방역이 이 정도 확실함에도 용인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확산세가 좀처럼 줄지 않는다. 아니 최근에는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3차 유행기에 접어들었다고 공식적으로 말할 정도가 됐다. 

지난 10개월 넘도록 이어진 방역이 코로나19 위세를 꺾지 못하는 이유는 일상의 또 다른 단면에서 찾을 수 있다. 

습관적 방역이 한계가 아닐까 한다. 습관은 반복되는 특정 행동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실천되는 것이다. 전염병 초기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해보지 못한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0개월 반복되는 일상에 방역을 위한 많은 행위가 습관처럼 됐다. 아쉽게도 습관적 방역은 한계에 직면한 듯하다. 누구도 방역을 말하고 있지만 끝까지 지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전염병이 때와 장소, 사람을 따지지 않는다는 특성을 감안하면 우리 일상에서 전염병 예방 사각지대는 항상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만나는 다수 사람들은 악수를 대신해 주먹을 내밀고,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습관적 행동은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 개인 방역 시스템이 서서히 무너지는 것이다. 10개월여간 제법 많은 사람을 만나 비슷하게 대했지만 큰 탈이 없었으니 으레 여기까지만 해도 괜찮다는 나름의 기준이 생긴 것이다.   

20일 기준으로 용인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464명이다. 여전히 도내 최고 수준이다. 전체 인구수를 감안하더라도 적지 않다. 시민이 스스로 더 방역 끈을 동여맬 때다, 습관적 방역에 따른 현실에 대한 둔감함을 넘어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깨워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누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면 또 누구는 지역 경제를 생각해 지금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디다 잣대를 두냐에 따라 옳고 그름은 다를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방역의 반대말은 방심이라는 것이다.

역사상 인류를 극복하지 못한 전염병은 없었다. 그렇다고 인류가 모든 전염병을 극복한 것도 아니다. 이는 곧 공존은 필연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말하던 목소리가 이제는 ‘위드 코로나’로 바뀌었다. 치료제가 개발되고 백신이 우리 일상에 존재해도 지구상 어디 한 곳에는 전염병 씨앗이 그대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상적 방역에 약간의 방심이 생긴다면 결국 전염병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인류는 위축된 삶을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하는 행동이 그 시험대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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