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로 받은 실로 목도리 만들어 이웃과 나눠
유튜브 보며 익혀···“고맙다는 말이면 족해”

박대덕 할머니는 매일 2~3개씩 목도리를 짜서 이웃들과 나누고 있다.

뉴스나 신문을 보면 잿빛 가득한 이야기뿐이다. 코로나19부터 잇따르는 아동학대에 이르기까지 기사를 보고 있으면 먹먹하고 또 분노가 일어날 때도 있다. 이럴수록 가슴 따듯한 이야기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사람도 적지 않을 듯하다.

이런 가운데, 용인시 수지구 상현2동에 거주하는 80대 노인이 직접 목도리를 만들어서 해마다 기부하고 있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전해져 눈길을 끈다. 강대덕(81)씨 이야기다. 사계절 내내 목도리를 짜서 이웃 주민은 물론 인근 병원 물리치료사, 공사장 근로자 등 목이 시려 보이는 이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며 따듯한 온기를 건네고 있다. 상현2동 '목도리 할머니' 강씨는 인터뷰 당일에도 한코한코 정성스레 목도리를 뜨고 있었다. 

영상으로 목도리 뜨는 법 배워 기부하는 ‘열정 어르신’

박 할머니가 손수 짠 목도리와 수세미

딸 지인이 수원에서 모자 공장을 하는데 일손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그때부터 뜨개질 부업을 시작하게 됐다는 강대덕씨. 10여년 넘게 부업을 하면서 틈틈이 모자를 만들어 무료 나눔을 하던 그는 목도리 짜는 방법을 배우면서 본격적인 목도리 기부 활동을 시작했다. 

“제가 뜨개질 부업을 오래 한걸 아니까 손녀가 자기가 짜고 있던 목도리를 주면서 ‘할머니가 한 번 해봐’라면서 ‘이거 보고 따라하면 금방 완성할거야’하더니 영상을 보여주더라고요”

워낙 손재주가 좋았던 강씨는 영상을 보고 금세 목도리 한 개를 뚝딱 완성했단다. 자신이 알고 있던 방식보다 더 쉽고 시간도 단축되는 방법을 터득한 강씨는 눈 뜨면 뜨개질부터 한다. 오전 2개, 오후 1개 하루에 3개씩 만들게 된 그는 매일 꾸준하게 목도리를 만들어 틈날 때마다 기부하고 있다. 
 

박 할머니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목도리 나눔 활동을 이어가는 큰 힘이라고 말했다.

“지인이 옷 공장을 하는데 거기서 실이 많이 남는다면서 같은 동 11층 주민 아저씨가 실을 많이 갖다 주셔요. 그분 덕에 목도리 기부도 할 수 있던 거지, 실이 없으면 어떻게 무료로 나눠 줄 수 있겠어요”

심심해서 소일거리로 목도리를 짜고 있는 거라며 겸손해하는 강씨가 3년 동안 완성한 목도리는 500여개 정도다. 모두 이웃에게 나눠줬다는 그는 받는 사람이 행복해하는 표정이 보기 좋아서 기부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고 귀띔했다. 

“시장이나 공사장을 지날 때면 추워 보이는 사람들한테 목도리를 줄 때가 많아요. 처음에는 파는 건 줄 알고 괜찮다고 하다가 무료라고 하면 그제야 받아가요. 받아갈 때 행복해하는 표정도 보기 좋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고맙습니다’ 이 한마디 듣는 게 좋아서 꾸준하게 목도리 기부를 이어나간다는 강씨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할 계획이다. 손을 계속 움직이다 보니 치매예방에도 좋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는 그는 나눌 수 있는 재능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단다. 

“80먹은 노인이 칭찬받을 일이 뭐가 있겠어요. 잘한다는 칭찬을 들으니까 기분도 좋고, 그 말에 더 뜨개질을 더 하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 따듯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더 많은 목도리를 나눠주고 싶습니다”

점점 기온이 내려가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요즘, 강대덕씨의 훈훈한 온정 덕에 많은 이웃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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