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문화유산 이야기3-석탑

간절히 바라는 게 있다면 종교의 힘을 빌리는 사람도 있을 테고 저마다 방식으로 기도한다. 먼 과거의 사람들은 어땠을까? 아마도 석탑 앞에서 이런 염원을 바라지 않았을까? 그 자리를 지키며 영속성과 영원함을 의미하는 석탑 앞에서 선조들은 간절함을 소망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석탑은 더 많은 곳에 만들어졌고, 다양한 기법으로도 발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석탑 발생 시기는 삼국시대 말기인 600년경으로 추정하는데, 불교가 전파된 4세기 후반부터 약 200년간은 나무로 만든 목탑이 주로 제작됐다. 이렇게 오랜 시간 터득한 제작 방식과 경험이 쌓여 다양한 양식의 석탑이 만들어진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불교가 본격적으로 꽃피우기 시작한 고려시대는 석탑의 발전이 절정에 달한 시기로 이때 석탑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에는 지방 특색이 더해져 지방마다 다른 석탑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경상도는 신라의 석탑 계층을 따랐고 충청남도와 전라북도는 백제의 양식을 따르고 있다.

처인구 원삼, 백암 일대에도 고려시대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석탑이 있다. 백제를 비롯해 통일신라 등에서 사용한 옥개석(지붕형상의 돌) 양식과 닮아 있다. 석탑은 생김새와 모양이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기 다른 모습을 띄고 있어 유심히 관찰해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원삼, 백암 일대에 옥개석 양식을 띄고 있는 석탑이 모여 있으니 비교해 가며 답사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용인향토문화재 19호 두창리 삼층석탑

◇두창리 삼층석탑

처인구 원삼면 두창저수지 근처에 있는 두창리 삼층석탑은 1990년도에 19번째로 지정된 용인향토문화재다.

두창리 삼층석탑은 화강암을 다듬어 만든 것으로 비교적 큰 기단 위에 탑신을 올려서 전체적으로 안정감 있는 형태다. 탑의 특징은 1층 옥개석과 2층 옥개석 두께에서 큰 차이가 있다.

2층 옥개석은 측면이 2층 옥개석보다 얇게 만들어졌으며 전각 부분의 두께도 두껍지 않다.

마치 옥개석의 부재가 섞인 것처럼 보이지만, 돌의 재질이 비슷하고 탑신석의 비례가 어색하지 않은 것으로 봐 원래 형태라고 추측하고 있다. 탑의 전체적인 형상 등을 봤을 때 고려 중기 이후에 만들어진 석탑으로 보고 있다. 이 석탑은 본래 두창리 근처 개인이 소유한 밭에 있었다. 1983년 탑의 윗부분 옥개부와 부재를 도난당해 1층만 남겨져 있는 대로 방치돼 있었는데, 마을 주민들이 소수문한 끝에 다시 찾아내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9년 저수지 제방 축조 때문에 지금 있는 자리로 옮겨져 왔다.

석탑 바로 맞은편에는 다소 투박해 보이는 돌이 세워져 있는데, 두창리 선돌이다. 석탑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선돌을 발견했고 이 선돌도 향토유적으로 지정됐다. 가공된 흔적이 거의 없는 돌로 마을과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수호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예전에는 정월대보름날 선돌 앞 제단에 음식을 올리고 동제를 지내며 굿을 해왔다고 전해진다.

◇법륜사 삼층석탑

처인구 원삼면 법륜사 경내에 있는 법륜사 삼층석탑

처인구 원삼면에 있는 법륜사 삼층석탑은 관음전 앞에 위치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잘 보전돼 있는 삼층석탑은 2009년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145호로 지정됐다. 이 석탑은 서울시 구로구 주민 이덕문씨 가정집에 있던 것을 법륜사로 옮겼다고 한다.

이에 연혁이나 탑의 유래 등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석탑을 봤으면, 법륜사의 아름다운 경관을 느껴보는 것도 추천한다. 법륜사는 대웅전, 극락보전, 관음전, 삼성각, 범종각, 요사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올라가는 계단에는 ‘붓다로 살자, 행복한 불자됩시다’라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올라가면서 소소한 행복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올라가자마자 방문객을 맞는 대웅전은 남방불교 양식으로 한자 아(亞) 형태로 자리하고 있다. 안에는 화강암으로 만든 거대한 불상이 있는데,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화려하고 거대한 불상 앞에 서니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 느껴졌다. 

◇용천리 오층석탑

백암 용천리 골짜기에 들어서 있는 용천리 오층석탑

2012년 용인시 향토문화재 제66로 지정된 용천리 오층석탑은 역사적, 학술적, 미술사적 등을 비추어 볼 때 중요한 석탑으로 평가받고 있다. 용천리 오층석탑은 절터로 추정되는 인근 논바닥에 흩어져 있던 부재들을 모아 1978년 복원한 것으로 높이는 약 4.3m다.

용인시 관내에서 가장 큰 석탑으로 초기 크기는 6m정도 됐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기단부가 단층기단인 용천리 오층석탑은 밀양 소태리 오층석탑, 안성 죽산리 오층석탑 등과 닮았다. 이는 고려시대 성행하던 형식으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옥개석의 정연한 치석 수법 등은 통일신라 때 만든 화엄사동오층석탑과 비슷하다.

옥개석의 낙수면은 고려시대 석탑의 특징을 하고 있어, 통일신라 말기에 건립된 석탑 양식을 계승한 고려시대 전기 석탑으로 보고 있다. 당당하고 강단 있어 보이는 모습이 용천리 마을을 지켜줬을 것 같다.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용천리 오층석탑의 위치다. 처인구 백암면 mbc 대장금파크 주차장에서 북서쪽 오솔길을 따라 250m정도 올라가면 석탑을 볼 수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세트 일부를 갖다 놨다고 착각할 정도로 외지고 깊은 곳에 있었다. 문제는 석탑이 있는 곳이 용인 mbc 드라미아 사유지이다 보니 자유롭게 석탑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석탑의 가치가 우수해 향토문화재로 지정했으면 많은 시민이 볼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향토문화재. 웅장하고 화려한 대장금파크에 밀려 초라하고 쓸쓸해 보였다. 많은 시민이 위풍당당한 용천리 오층석탑을 자유롭게 만나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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