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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만 하는 대갈(大喝)-운전대 놓으라고(하)
  • 최영종(수필가. 포토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1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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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옛날엔 먼 곳을 가거나 무거운 짐을 옮기려면 짊어지거나 등이나 어깨 위 아니면 지게, 이도 아니면 소나 말의 등을 타고 가거나 실어 옮겼다. 그러나 이제는 기차와 자동차, 비행기에 배까지 편리한 이동수단도 있다. 이만큼 혜택을 보는 대가로 제약을 받아야 한다. 이 제약이 바로 운전면허증이다. 제약이란 규정이나 조건을 붙여 내용을 제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젠 많은 사람이 이 제약인 운전면허증을 가지게 됨으로써 주행, 이동, 운반을 하다가 크고 작은 교통사고로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이 부작용은 인명살상에 재물 손괴의 사회적인 문제로 나타나면서 젊을 때처럼 민첩한 운전에 사고대처가 어려워 노약자의 자율적인 반납은 권장사항이 될지 모르지 않다. 그래도 ‘아직은’ 하는 미련이 남아 “놓으세요” “반납하세요” 하는 성화를 듣고 있음도 모르지 않는다.

이래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때로는 면허증을 취소한다는 강제 수단도 있긴 하지만, 자율반납이란 강제성은 없으니 나를 윽박지르는 면허증 반납 성화 역시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들으면 ‘그래도’ 서글퍼진다. 

거듭 말하지만 2만 가지의 부품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자동차는 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고, 사람이란 동력이 있어야 한다. 이 동력은 나이가 듦에 따라 감각기능이 차츰 차츰 줄어들어 운전 실력이 떨어진다는 사실과 직결되기에 가족도 측근도 권하는 권유사항일 뿐이다. 

“나이보다 내 건강이 아직 운전대 놓을 만큼은 아닌데” 하고 차에 오를 때마다 되풀이해 보는 말이지만 다음 실화는 내 이야기 같기도 하다. 

구순을 들어선 G선배 이야기다. 모처럼 만나 차를 하면서 근황을 들으니 ‘가족들의 등쌀에 못 이겨 운전을 않고 지내니 아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다’면서, ‘이제 고물파철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살날이 며칠 안남은 듯이 느껴져 서운하기도 하다고 나이 듦을 한탄했다. 가족들의 그만하라는 성화(생각하며 걱정해 하는 고마운 소리)가 무척 서운하게 들리더라고 힘차게 말하는 얼굴엔 늘어난 주름이 세월의 두께를 말한다. 그래도 얼굴은 억지로 태연한 채 한다. 

운전할 때마다 “조심 하세요” 하는 말에 “아직은 괜찮아. 너희들이 걱정할 만큼 늙지 않았어”하고 말하다가 1968년 버스로부터 목숨을 빼앗길뻔한 사고를 당한 일을 얘기했다. 아침 사무실에서 집으로 가다가 마포대교 오르막에 들어섰을 때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버스가 중앙선을 넘어 내 차 앞부분을 받아 종이쪽 같이 뭉게 버린 사건이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사고란 나이도 경력도 깡그리 무시한 채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또한 운전이란 아무리 내가 정상적이며 규칙을 준수했더라도 상대방이 밀고 들어 닥치면 속수무책이다. 운전자 누구도 부인 못할 진리다. 

어쨌든 지난 추석날 코로나19 덕으로 시골 성묘 대신 방안으로 옮긴 뒤 가족들이 TV속 연속 추돌사건 보도를 보고 누구랄 것 없이 이구동성으로 “이제 나이 생각하시고 운전 그만 하시죠” 하고 이구합창이었다. 

퇴물 되어 장거리는 아예 그만두고 용인 땅에서 주변을 도는 것조차 하지 말라는 말이다. 애들 엄마가 “방귀가 잦으면 ○저리기 쉽다는 말처럼 50년 넘게 운전하면서 서너 건의 접촉사고만 믿지 말고 그만 했으면 해요. 나이 들면 눈이 어둡고 거리감각도 둔해져 뒤로 주차하기 얼마나 힘들어요” 하고 장광설을 펴자 모두 소리 없는 박수를 쳤다.

‘사고는 예고 없다.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제일이다’ 라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무척 서운해 자탄도 나오려 한다. 한편으로 “제발 듣는 사람 입장이 되어 말하고 ‘너도 늙어봐라”하고 대갈(大喝)도 하고 싶다. 할까? 참을까? 누군 참지 말고 ‘대갈 했더라면’ 하고 아쉬움을 남길지 모르지만.

최영종(수필가. 포토칼럼니스트)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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